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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August 18, 2024

단편 소설 쓰기의 모든 것

단편 소설 쓰기의 모든 것 / Creating Short Fiction
데이먼 나이트 / Damon Knight 



유명한 책이고, 유명한 것은 사람을 불러모은다. 나도 그런 사람들 중에 하나였고, 살까 말까 고민을 반복하다가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읽을 요량으로 구매했다. 2018년 상반기 어느 날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손에 넣은 날 마지막까지 다 읽어 버렸다. 출장 때 읽을 책을 따로 찾아야 했다.

이 책을 그렇게 빨리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내용이 새롭거나 감명을 주거나 무릎을 치거나 소리내 ‘아!’ 외치거나 할 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책을 읽을 때의 속도는 시각 정보로 받아들이게 되는 문자들로 의미를 이해하고 이해한 것을 기억과 대조하고 추론하고 어떤 다른 것과 견주어 보고 판단하는 등의 연계된 사고들의 속도에 좌우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복잡한 사고의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다.

중등교육 과정에 있는 ‘국어’와 ‘문학’이라는 교과에서 상당 부분 이미 접했던 것들이고, 늘 책과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짓는 방법’, 혹은 ‘어떤 이야기가 재미있는 이야기인가?’라고 물어봤을 때 아주 자연스럽게 대답할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뿐이었다.

이 책을 사서 읽을지 말지 판단하고 싶다면, 나에게 도움이 되는 책인지 여부를 가늠하고 싶다면, ‘2-10, 소설이란 무엇인가’ 챕터를 읽어보기 권한다. 

이 책은 전설에 가까운 책이다. 작가도 그렇고, 이 책의 생명력을 엿봐도 그렇다. 좋은 책은 좋은 다른 모든 것들과 다름없이 오래 살아 남는다. 신해철이 라디오 방송을 진행했을 때, 청취자가 ‘어떤 음반을 들으면 되느냐?’ 라는 우문에, ‘오래된 밴드의 음반 중에 지금 살 수 있는 것을 들어라’ 고 현답을 한 일이 있다. 같은 의미로 이 책의 가치를 말하고 싶다.

이 책이 그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순간은, 막연한 동경으로 소설가가 되고 싶어서 펜을 들고 빈 공책을,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려 놓고 워드프로세서의 빈 화면을 바라만 보고 있는 누군가에게 주어졌을 때일 것이다. 그리고 습작을 매우 오랜 시간동안 해 왔음에도 이야기를 꾸려가는 실력에 발전이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에게 좋은 이정표가 될 수 있겠다.


Saturday, May 04, 2024

힐빌리의 노래

성의란 다른 것이 아니다. 그것을 행하는 사람이 몰입의 결과를 친절히 풀어서 설명하면 되는 것이다. '성의'가 헌신짝보다 못 한 시대에 이런 시작을 맞이하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다.

힐빌리의 노래를 읽기 시작하다.

Monday, December 25, 2023

1940년 체제를 읽기 시작하며

오래 전 이 블로그에서 적은 일이 있는 것처럼, 서체 크기는 독자에 대한 편집자의 '예의'이다. 특히 괄호 안으로 처리해야 하는 것들을 그들의 '심미적' 관점에 따라 서체 크기를 대폭 줄여서 병기하는 것은, 역사수업에서 행위예술을 하는 교수와 같은 꼴이지 않고 무엇이겠는가? 



돋보기를 꺼내거나 사진을 찍어 확대해서 봐야할 일을 만드는 건 정말 달갑지 않다. 책의 가치를 확연히 떨어뜨리는 편집자의 아-트이다. 문자의 나열로 예술을 하고 싶다면, 독자를 위한 책을 편집할 것이 아니라, 관람자를 상정한 어떤 것을 만들어 전시를 하는 게 옳겠다.

Sunday, October 08, 2023

건축을 꿈꾸다

건축가로서 건축과 그 건축을 담아 내는 도시에 대한 감상과 평가가 겹겹이 이어지는 장인의 탁월한 산문집이다. 짧은 문장들 속에 깊이와 넓이가 느껴진다. 그가 만들어 온 작품들처럼 거추장스러운 것 하나 없는 글들은 근현대 건축사와 건축물과 건축가에 대한 매우 명확한 주관을 담아 내고 있다.

읽는 사람의 자세에 따라 유명인의 수필집이 될 수도 있고, 출퇴근 시간을 달랠 수 있는 교양서가 될 수도 있고, 본격 건축 탐구로 이어지는 마중물 역할의 교과서가 될 수도 있는 책이다. 보통의 사람은 이렇게 글을 지어내지 못 한다. 이 책은 그가 출연한 TV 프로그램 <NHK 인간강좌: 건축을 꿈꾸다> 에서 말한 것들을 작가 스스로가 추려낸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온지 10년은 지난 듯 하다. 일본에서 초판이 발행된 것이 20년이 넘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좋은 책이다. 아직 서점에서 살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추천한다. 이 책은 멋진 책이다.

건축을 꿈꾸다
안도 다다오 著
안그라픽스 刊
이규원 譯

Saturday, August 26, 2023

음식과 요리

음식과 요리 On food and cooking: The science and lore of the kitchen
해롤드 맥기 Harold McGee
이희경 번역, 이데아 출간. 초판 6쇄. 

나의 독서는 대체로 듬성듬성이다. 정독해야 한다는 강박도 없고 구석구석 분석하듯 공부하듯 문자 하나하나를 눈에 담을 의도도 없다. 물론 나의 모든 감각을 빼앗아 시간과 공간을 잊게 하는 책들도 가끔 있긴 하지만.

최근 이런저런 이유로 뜻하지 않게 시간이 넘처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새로운 책을 구해 읽는 것보다 그간 듬성듬성 읽었던 책들 중에 두껍고 저자의 성의가 가득할 것만 같은 책들을 다시 꺼내어 읽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무거운’ 책이 바로 이 책, ‘음식과 요리’이다.

다시 책상 위로 올린 (손 위로는 올려 읽는 건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허락된다) 이 책에서 난 ‘8장 식물에서 얻는 향료’, 그리고 ‘3장 고기’를 차례로 읽어 나아갔다. (이야기 전개의 구조를 존중해 줘야하는 문학서가 아니면 난 이렇게 목차에서 눈에 띄는 곳부터 찾아 읽는다) 문장들이 눈에 잘 들어오고 다음 전개가 머릿속에 그려지는 게 이상해서 잠시 생각해 봤더니,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도 같은 순서로 읽어들어갔던 것 같다. 사람은 같은 조건이면 비슷한 선택을 하게 되나 보다.

글을 지어서 책을 엮는다는 일은 얼마나 멋지고 훌륭한 일인가를 깨달고, 저자가 전해주는 진정 가치 있는 정보에 경건한 마음으로 책을 읽어 내려가게 된다. 그리고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감사합니다’를 마음 속으로 외치게 된다.

‘음식과 요리’는 음식이 되는 식재료와 그 식재료를 요리하는 방법에 대한 깊은 탐구이다. 우리가 왜 이것을 먹는 것으로 취급하게 되었는지 유구한 역사를 언급하고 왜 이런 맛이 나는 것인가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뒤따른다.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어떻게 요리를 해서 어떤 음식으로 우리가 접하게 되었는지까지 엄청난 흥분을 숨기고 뛰는 가슴을 무시하고 천천히 이해할 수 있게 독자를 도와준다. 이 책은 음식과 요리에 대한 경이로운 업적이고, 이 업적은 마땅히 끝없는 존경을 쉼없이 받아야 한다.

‘음식과 요리'는 찾아보기까지 총 1260쪽이다. 무게를 (집 한 구석에서 먼지를 덮어쓰는 걸 존재의 이유로 삼는 정확하지 않은 체중계에 이 책을 올려 놓아 보았더니 2.7kg이라고 알려주었다) 가늠하면 무기로 전용이 가능하고, 체력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할 수도 있겠다. 이 엄청난 물리적 크기와는 무관하게, 이 책, ‘음식와 요리'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 문단과 문단 사이에 있는 공백마저 성의가 가득하다.

난 지난 시절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했다. 활자와 활자들이 만들어 내는 단어 그리고 단어와 단어들이 만들어내는 문장 그래서 이야기들은 꿈을 꾸게 해 주었고, 생각하고 있어야 할 오늘의 문제를 잊게 해 주었다. 그리고 나도 그런 문장을 짓고 싶다는 마음을 품어보기도 했다. 매일 같은 서점을 가더라도 새로운 책이 있었고 대체로 멋진 문장들이 있었다. 심지어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시간 떼우기용 주간지에서도 기발한 문장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내가 더 이상 서점에서 서성이며 신간 사이에서 재미있는 문장들을 찾아 다니지 않는 건, 이제 더 이상 그런 문장을 발견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오늘의 문장들은 대체로 성의가 없고 단어들은 문장에 어울리지 못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설사 정보 전달이 목적이라더라도) 책들은 도대체 작가가 (혹은 발행인 또는 출판사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주장하고 싶은 사실이 무엇인지 한 번에 알아차릴 수 없다. 어쩌란 말인가? 

요즈음 작가들은 모두 서른해 이상 세상 사람들과 단절된 생활을 했든지, 생각하기 싫어서 이미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문장들을 보이는대로 들리는데로 옮겨 놓고 대충 엮어 놓는 (소설이나 수필이더라도) 것으로 본인이 할 일이 끝났다고 믿는 것 같다. (아! 시집(詩集)은 처참하다. 언급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 책 “음식과 요리”는 위대해 보인다. 앉은뱅이 책상 앞에서 무릎 꿇고 소리내어 읽어 봄직하다. 번역도 좋았다. 좋은 번역은 껄끄러운 것이 없고 저자의 뉘앙스가 다른 언어로도 경계없이 전해지는 것이다 생각하는데, 이 책이 그렇다.

Wednesday, August 23, 2023

침묵의 봄

10년 혹은 그 보다 짧았을 시간의 거리에서 난 우리 남해안을 돌아다니는 걸 무척 좋아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마을들과 그 사이사이의 풍경은 정말 마음에 들어서 어떤 어촌 마을에서는 하릴없이 해가 지는 걸 피부로 느끼며 수평선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기도 했다. 

한 마을은 벼농사가 컸는데 수확기에 가까워지며 논은 무거운 노란색을 띄기 시작했고, 산들 바람은 무늬를 만들어 내었다. 그 논과 논 사이를 걷고 작은 하천 옆에 앉았다.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동네가 너무 조용했다. 내 앞의 작은 하천의 물 흐르는 소리 밖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마을에서는 대규모 그리고 다량의 벌레 채집기를 설치하여 익충이든 해충이든 어쨌든 벌레는 다 죽였고 그 벌레를 먹이로 삼는 동물들은 그 곳에 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쌀 생산 극대화를 위하여 주변 생태계를 장악하고 조절하고 있던 것이었다. ('장악', '조절' 대신 '파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를 수도 있겠다)

나는 그 마을 사람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무고한 생명들을 제물로 바치는 꼴로 보였다. 그 때는 그랬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침묵의 봄'은 10년전 내 생각과 결이 유사하다. 그리고 이 책은 1950대를 배경으로 한다. 우수하고 멋진 책이지만, 현대와 맞지 않는다. 세상은 많이 변했고 우리는 배웠고 (우리는 여전히 어리석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 때와 비교하면 천지개벽이 여러차례 일어난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다. 

여전히 우리는 많은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있고, (이 책의 중심에 등장하는) 살충제를 매우 많이 뿌려대고 있지만, 이 책의 이야기와 같지는 않다. 우리는 더 나은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단위면적과 단위시간 당 생산성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고, 그 역할을 화학이 맡고 있는 것을 우리는 부정할 수 없다. 이 역설적인 사실이 지금 우리 인류는 뒷받침하여 문명을 지속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화학이 지구를 구하는 중이다.

한 개인이 문제를 인식하고 그 문제의 개선 혹은 해결을 위하여 투쟁하는 방식 중에 저술만큼 멋진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인류가 매우 멍청하게 살던 시절, 이를 지적하고 사회의 변화를 이 끌어낸 저자와 그 저자의 책에 나는 망설임 없이 기립박수를 보내어 존경을 표할 의지가 있다.

이 책을 소개하는 '50년 후 더욱 절실하게 감동으로 다가오는 책!' 이라는 수식은, 하지만 지금의 관점에서는 맞지 않다. 


침묵의 봄 Silent Spring
레이첼 카슨 Rachel Carson 著
김은령 譯
에코리브르 刊


Sunday, August 20, 2023

신호와 소음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스포츠, 야구에 관한 대목은 더욱 그랬다. 하지만, 서버 랙을 이동식 화장실처럼 생겼다는 묘사는 모욕적으로 들렸다. 그리고 컴퓨팅에 관한 이야기는 일면 심오한 이해가 있는 듯하지만, 그가 자랑하는 자신의 수준에 한 참을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런저런 대목에서 저자는 '여우'보다 그 자신이 경계해야 한다는 '고슴도치'처럼 보였다. 이 점은 좀 아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대체로 좋은 견지에서 현상을 관찰하고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그래서 그렇게 대단한 혜안을 찾기는 어렵고 (이미 오래된 책이다), 수년 전에 듬성듬성 읽었을 때도 그랬지만, 절대적 흥미로 나의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무리가 있었다 (사례들이 피부에 와 닿기 쉽지 않다). 이 책에서 멋진 부분은 단 하나! 역시 '신호와 소음'이라는 제목이다.

신호와 소음 The Signal and The Noise 
더 퀘스트 刊
네이트 실버 Nate Sliver 箸

컴퓨팅 기술을, 이 책이 처음 인쇄기에서 돌아갔을, 10년 전과 비교한다면, 

증기기관이 발명되기 이전과 이후, 아이폰이 발표되기 이전과 이후, 질소비료가 발명되기 이전과 이후와 같은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다) 대격변을 겪었다. 그래서 이 책의 일부분은 오늘날 유효하지 않을 주장이 될 수도 있거나,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신기술에 대한 고려는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넓은 마음으로 통계학이라는 바탕에서 주장되는 방식에 대해 잠시 귀를 열어두면 재미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만약, 이 두껍고 오래된 책을 읽을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기 힘들다면, 서점에서 이 책의 348쪽에서부터 시작하는 '8. 베이즈 정리 | 이기는 도박꾼은 어떻게 배팅하는가'와 647쪽, '나오며 | 예측은 어떻게 가능한가'를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Friday, August 18, 2023

신호와 소음 p89

이 전문가들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사건 가운데 약 15 퍼센트가 실제 현실에서 일어났다. 또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한 사건의 약 25 퍼센트는 일어나지 않았다.

- 신호와 소음 / 네이트 실버 著 / p89 중

Tuesday, August 15, 2023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올 여름을 거치면서 기후변화, 지구 온난화, 기상재앙 등의 말이 흔하게 쓰이고 있다. 이미 망해버린 세상이지 않냐? 라는 자조적인 대화도 있었다. 막연히 탄식하고 타인이 읊어주는 이야기에 고개 끄덕이기는 당신에게 옳지 않다. 주류 언론은, 그리고 돈이 목적인 매체들은 그저 자극적인 헤드라인에만 집중할 것이다.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Bill Gates, how to avoid a climate disaster

을 읽기 추천한다. 아직 재앙은 시작되지 않았고,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어렵게 다가오고 모호하게 보도되는 각종 수치들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면서 저자의 주장을 이어간다.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지는 세상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글을 지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위를 이해하기 쉽게 예시를 통하여 기억하게 도와주고 효과적으로 챕터를 나눠 마치 학습서처럼 구성했다. 잘 읽히고 쉽게 빠져든다.

책을 읽다 보면, 빌 게이츠 자신의 사고(思考) 과정과 노력을 뽐내고 싶어하는 대목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그렇게 거슬리지 않는다. 그는 잘난 사람이고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그리고 그의 혜안에 난 박수를 보내는 편이다.


Sunday, July 09, 2023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친환경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친환경 소재로 만들었다는 말은 더 많은 자연을 파괴했다는 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친환경 에너지는 더 많은 나무를 잘라내야 하고, 더 많은 새들의 죽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세상 거의 모든 빨대가 종이로 만들어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과연 이 움직임은 얼마나 더 많은 자연을 파괴할 것인지 두렵기까지 했다. 그 종이 빨대는 합성수지로 코팅되어 있고, 결과적으로 플라스틱이다, 종이를 조달하기 위해 더 많은 나무를 희생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거북이 코에서 플라스틱 빨대가 끼어 있는 장면이 세상 모든 미디어를 장악할 때 그것이 포르노와 다를 것이 무엇인지 묻고 싶었다. 과연 해양쓰레기의 주범이 플라스틱 빨대인가? 

환경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인공물을 사용해야 한다. 다만 잘 사용해야 하는 것뿐이다. 플라스틱을 대체하기 위한 자연물을 몇몇 생물 종을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할 것이고, 경작과 수집 혹은 생산을 위해 특정지역에서의 종의 다양성을 당연히 파괴할 것이다. 코끼리의 멸종을 막아낸 주역이 플라스틱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는가?

지금의 플라스틱에 반대하는 환경운동에 의문이 든다면, 읽어야 할 책이 있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당신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Wednesday, February 22, 2023

빅 브라더

조지 오웰의 빅 브라더에서는 극소수의 인원이 만인을 관찰한다면 같은 이름의 텔레비전 방송에서는 정반대다. 모든 사람이 극소수의 인원을 관찰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 빅 브라더를 매우 민주적인 것으로 여기는 동시에 무척 재미있게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우리가 방송을 보는 동안에도 우리 등 뒤에는 진짜 빅 브라더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 움베르토 에코 / 박종대 / 열린책들 / 2021년 2월 3일 초판 3쇄 / 199쪽

Tuesday, February 21, 2023

비밀

비밀은 그것을 가진 인물에게 예외적인 위치를 선사하는 동시에 특정한 사회적 매력으로 작용한다. 이 매력은 원칙적으로 비밀의 내용과는 상관없고, 그 중요도나 포괄성에 따라 상승한다 (…) 인간의 자연스러운 이상화 충동과 두려움이 미지의 인간에 대한 판타지를 통해 그 가치를 상승시키고, 이미 드러난 현실로는 결코 받을 수 없는 주목을 받는다.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 움베르토 에코 / 박종대 / 열린책들 / 2021년 2월 3일 초판 3쇄 / 104쪽

Friday, May 07, 2021

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

이 책은 '서가명강' 시리즈 11번째 책으로 남성현 교수가 지었다. 해당 시리즈의 책들이 기본 포멧인, 주제는 단순하게 깊이는 얕게, 그리고 흥미 위주의 진행에 잘 맞게 우리의 지구와 환경의 문제를 잘 다루고 있다. 어려운 이야기가 잘 읽히고 250쪽을 넘기고 300쪽을 넘지 않는 분량이지만, 한 바닥의 글자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4x6판형에 행간도 넓은 편이라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면서 책을 펴기 시작했다면 점심 식사 전에 마지막 장을 넘길 수 있다.

이 책은 그 동안 환경 문제에 대해 의식하고 살아왔다면 가볍게 읽어 내려가기 적당한 책이고, (그런 사람이 세상이 몇 명이나 있을까 싶지만) 그간 환경 문제에 등한 해 왔다면 이 책을 계기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수와 통계를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음에도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았다. 특히, 감성적인 표현은 자제하여 어떤 주제이든 오락거리로 만들어 버리는 요즈음 매체의 무책임한 짓거리들과 확실한 거리를 두었다. 감성적인 표현은 오락으로 접어드는 첫 번째 오솔길이다. 난 이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이 대중 교양서라는 점을 잊어서도 안 된다. 깊이 있는 탐구를 통하여 아직 대부분의 우리가 알지 못 하는 사실을 밝혀내고 크나큰 깨달음을 독자에게 던져주는 책은 아니다. 

아무튼, 이 책은 반나절 동안 얕은 생각의 바다에 발을 담그고 우리의 다음 세대를 생각하며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Wednesday, May 05, 2021

Sunday, March 28, 2021

넷 로칼리티 Net Locality - 책을 읽고

나에게 최근 몇 년 산 책들은 만족도가 상당히 낮다.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 온라인 주문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이기도 하겠고, 어쩌면 요즈음의 새로운 정보와 어떤 새로운 생각을 이끌어내는 - 사람들이 '통찰'이라는 단어를 쓰던데 이 단어는 너무 거대해 보인다 - 독서 경험은 이제 '출판사'를 통하여 세상에 소개되는 유무형의 '책'이 아니라, 온라인 네트워크의 구석에 파편화 되어 널려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넷 로칼리티' 원제, 'Net Locality'인 이 책은 표지에 걸려있는 문장처럼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에서 위치는 왜 중요한가?'라는 이제는 의미없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위치정보가 왜 중요한지 우리 모두가 알고 있고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책은 그 '질문'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그래서', 혹은 '앞으로', 그러니까 '우리는' 등의 (그 놈의) '통찰'을 기대했다. 아니다, 이 책은 그 다지 새롭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주제에 대한 주변 정보를 엮는데까지만 힘을 쏟았다.

간단히 말해 이 책은 대학에서 교원들에게 요구하는 '성과'를 적당히 채워 넣기에 적절한 수준의 책이었다. 그리고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나를 당황하게 했던 - 우리 모두의 기억에서 아득히 멀어져 있어 끄집어 내는데 몇 초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 Geocities를 예를 든 순간 부터, 마지막 쪽에서 '20년'이라는 언급이 있는 곳까지 어느 하나 새로운 것이 없었다. 거의 모든 예시들이 대략 10년 전 혹은 그 이전의 시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래서 검색해 보았다, 원서가 2011년에 출간되었더라. 10년이나 된, 기술을 기반한 책을 이제와 번역하여 시장에 내어놓는 건 좋은 행위라고 할 수 없다.

한국어로 번역된 이 책은 2020년 10월에 출간되었다, 그래서 기대했던 것이 있었다. (이 책을 구매한 것도 지난 겨울이 시작되기 전이었다) 하지만, 내가 판단을 잘 못 했던 것이었다. 검색엔진에 원서의 이름을 한 번이라도 넣어 봤어야 했다. 

이 책은 많은 부분에서 부족했는데, 특히 직역에 가까운 번역은 독서를 많이 방해했다. 그리고, 역자의 전문 지식도 부족해 보였는데, 'Great Firewall of China (防火長城, 만리방화벽)'을 '중국의 위대한 방화벽'이라고 번역한 지점에서는 실망스러운 책 내용 탓에 지루해 하던 난 뜻하지 않게 웃을 수 있었다.

아무쪼록, 원서의 저자나 번역서의 역자나 대학에서 요구하는 성과를 이 책으로 충분히 만족시켰기를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걸 출간하여 나처럼 뜻하지 않은 사람이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일을 만들지 않기 바란다.

서명: 넷 로칼리티
원제: Net Locality
저자: Eric Gordan, Adriana de Souza e Silva
역자: 권상희, 차현주

Tuesday, February 16, 2021

유닉스의 탄생 UNIX: A History and a Memoir

서명: 유닉스의 탄생 - 세상을 바꾼 운영체제를 만든 천재들의 숨은 이야기
원제: UNIX - A History and a Memoir
저자: 브라이언 커니핸 Brian Kernighan 
역자: 하성창
참조: 네이버 책교보문고, 알라딘


2020년을 돌아봤을 때 행복했던 이유를 (굳이) 찾을 수 있다면, 무엇인가? 라고 누군가가 물어온다면, 난 '유닉스의 탄생'이라는 책을 읽었다는 말로 답을 하고 싶다.

UNIX의 아름다움은 파이프에 있다는 말을 중얼거리고 살아왔는데, 이 책의 저자도 같은 이야기를 적은 것에 깊은 감동을 한 순간은 책을 읽어나가면서 생각하고 흥분하고 키득거린 것들에 비하면 너무 작은 부분이었다. 정말 UNIX의 아름다움은 파이프에 있다.

만약 10년 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생각해 보지 못 했을 다른 경험도 있었다. 예를 들면, 어떻게 조직은 운영되어야 하는가? 사람들은 어떻게 함께 일 하고 훌륭하게 되는가? (훌륭한 사람들이 동료가 되어 함께 일 하는 조직이 아니다 - 인과의 방향이 다르다) 등일 것이다.

몇 몇의 부분에서는 내가 잘 못 기억하거나 최초에 잘 못 학습한 내용을 발견하고 '앗차!' 했던 순간도 있었다. 그것을 후배들에게 잘 못 알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후배들이 그것을 기억하고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 일례를 들자면 아직 21세기라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고 있을 때, 회사의 구석 방 하나를 독점해서 사방의 벽에 인쇄된 종이를 빼곡히 붙여가며 운영체제의 역사에 대해 알려준 일이 있었는데 설명을 잘 못 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좋은 교양서다. 조금 전 회사의 기술직종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메일을 쓸뻔했다, 일독을 권한다는. 


혹시, 책을 읽을 형편이 안 되거나 인쇄매체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있다면, 이 책의 저자 이름으로 유튜브를 검색해 보는 것도 좋다, 유쾌하고 멋진 노년의 신사(물론, 청년의 모습도 있다)께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 줄 것이다. 나의 말년도 이 분처럼 멋지고 싶다.

(지난 1월 초 즈음, 다른 곳에 게재 했던 글의 바탕이 된 메모를 읽다가 옮겨 적음)

그리고: 원서는 독립출판 형식으로 만들어져서 인쇄와 제본 품질이 좋지 않은 듯 하다. Kindle 형식도 PDF 본의 연장이라 Kindle 특유의 자유로운 활자 전환 등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원서를 구입하고 싶은 사람은 참조해야 하겠다. 어쩌다 보니, 한국어판이 엄청난 품질을 자랑하는 번역본이 된 셈이다.

Wednesday, September 30, 2020

헌책 팔기

책장 밖에서 자리를 찾지 못 하던 책 몇 권을 정리했다. 중고서점에 팔았다. 52,300원. 현금을 손에 들고 서점을 나오는데 기분이 매우 이상했다. 버스 몇 정거장을 걸었다. 그래도 그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다. 잡화용품점에 들어가 정말 필요했던 한 가지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상관없는 것 세 가지와 지금 사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두 가지를 현금과 바꾸어 나왔다. 그리고 10,900원이 남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라 자리를 차지하고 졸았다. 더럽게 막히는 도로는 나에게 충분히 잠들어도 좋다고 했지만, 난 매 정류장 마다 깼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거의 비어있는 여행용 가방을 힘주어 잡고 있었다.

Sunday, October 20, 2019

책 - 엄마의 눈높이 연습

유튜브에서 추천하는 한 영상을 보다가 PPL로 보이는 책을 샀다. '엄마의 눈높이 연습'. 그 영상은 아래와 같다. 이런 식으로 책을 구매를 하지는 않는데,


'엄마의 눈높이 연습'에서 관심을 둘 만한 부분은 이 영상에 다 있다. 그리고 영상에서 언급되지 않은 책의 내용들은 대체로 성의가 없다. 글자수를 채워 넣기 위한 안간힘이 느껴질 정도이다. 인터넷 서점과 포탈의 평점이 묘하게 만점이다. 한 온라인 서점의 '리뷰'를 적은 사람들은 모두 만점의 별점을 주었고, 그들이 해당 서점에서 남긴 글이라고는 평생 이 책 리뷰 뿐인 건 우연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진정 그들의 '리뷰'처럼 아이를 키우고 고민을 해 본 사람이라면 이 책에 대하여 좋은 평을 한다는 것이 상식 수준에서 이해하기 힘들다.


이 책은 저자가 연구와 경험 그리고 생각 등을 스스로 가치있게 여기고 그  정리를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결과물이라기 보다는 저자 자신을 위한 '숙제해결', '이력관리', '경력쌓기', 어떤 무엇을 위한 '준비활동' 같은 필요수단으로 여겨진다.

아무튼, 위 영상은 책의 내용을 정리한 것 이상의 무엇, 재창조에 가깝다. 이 영상을 제작한 사람은 저자보다 해당 주제에 대하여 깊은 고민을 한 적이 있거나 광고주에 대한 높은 수준의 성의를 표현했거나 책 내용이 너무 수준 이하라서 채널의 품격 유지를 위하여 안간힘을 다 한 건 아닌가 싶다.

이 영상에서 내가 제일 의미있게 본 부분은 6분 30초부터 시작된다. 굳이 책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서점에 가서 일단 좀 훑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저자의 의도인지 편집자의 선택인지 알 수는 없지만, 너무도 친절하게 핵심 문장에 형광펜처럼 강조를 해 두었다. 한 장 한 장 슬슬 넘겨가며 그 부분만 본다면 당신의 검지에 묻혀 놓은 침이 다 마르기 전에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갑을 꺼내고 싶다면, 그건 당신의 선택이고 취향이니 말리고 싶지는 않다.

Tuesday, July 23, 2019

책 -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너에게

서명: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너에게
원제: I Wish You More
저자: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 Amy Krouse Rosenthal / 탐 리히덴헬드 Tom Lichtenheld
번역: 이승숙


대부분의 이런 아이들을 위한 책은 포장이 완고하게 되어 있어 그 내용을 미리 알지 못 한 채 구매해야 한다. 그래서 짧은 정보와 글쓴이와 그림그린이의 이력으로 내용을 견주고 수상내역으로 완성도를 가늠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실패를 거듭하다가 어렵게 좋은 책을 만나게 되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어쩌면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책이 아닐 수도 있겠다.

포장을 뜯고, 아이에게 처음 읽어 줄 때 난 울컥해서 쉬었다 읽다를 반복하며 마지막까지 갔다. 지금도 마음 깊은 곳에서 돋아나는 감정을 간신히 억누르며 아이에게 읽어 준다. 늦은 밤 혼자 앉아 몇 번이고 이 책을 본 적도 있다 - 그리고 마음 편하게 울었다.

이 책은 아마도 아이를 가진 부모에게 전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자라다오 - 라는 바램보다는 이렇게 자랄 수 있도록 부모가 노력할 것을 다짐을 하게 되는 책이다. 그리고 부모 자신이 자라왔던 지난 시절을 기억해 내며 자신의 부모를 원망하게 되는 책일 수도 있겠다 - 그래서 더 굳게 마음을 먹게 되는.

image from Amazon.com

참 좋은 책이다,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이 책의 정가, 1만원을 열 번이고 더 지불할 용의가 있다. 멋진 글도 좋지만, 아름다운 일러스트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Monday, November 27, 2017

이동진 독서법 - 을 읽고

닥치는 대로 / 끌리는 대로 / 오직 / 재미있게 / 이동진 독서법

난 본디 성질이 고약하고 성격이 평범하지 않아서 쉽게 열광을 하지 못 한다. 그래서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건 참으로 힘든 일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의 생각과 행동을 쫓곤 한다. 그 중 한 사람이 이동진이다. 열성적인 팬의 입장이 될 때도 종종 있는데, 그런 경향은 그가 朝鮮日報 문화부 기자일 때부터 유지되고 있다.

특히, '출발 비디오 여행!'의 한 코너에서 심야 단독 방송이 되었던 '영화는 수다다'를 좋아했고, 지금 진행 중인 '이동진의 빨간책방'은 시작이후 한 편도 놓치고 있지 않다. 그는 영화를 전문으로 다루는 문화부 기자였고, 그 이후에도 영화 평론가의 삶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지만, 음악 애호가이자 책벌레로도 유명하다.

그 책벌레가 '독서법'을 담은 책을 냈을 때 난 신기했고 - 고유의 독서법이 있을 법 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것으로 수필을 엮을 만한 성격도 아니어서 아마도 그냥 심심한 책읽기에 대한 단상(斷想)이겠지 생각하긴 했지만 - 궁금했다. 그래서 사 읽었다.


책은 당연히 재미가 있지는 않았고, 분량도 적은 편이다. 하지만, 몇 가지 대목에서 나와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같은 고민에 시간을 보낸 사람으로서 즐겁기는 했다.

‘저의 서재에는 물론 다 읽은 책도 상당하지만 끝까지 읽지 않은 것도 많습니다. 서문만 읽은 책도 있고 구입 후 한 번도 펼쳐보지 않은 책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것도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사는 것, 서문만 읽는 것, 부분 부분만 찾아 읽는 것, 그 모든 것이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p.13.

‘오늘날 많은 문화 향유자들의 특징은 허영심이 없다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는 합니다. 각자 본인의 취향에 강한 확신을 갖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 외 다른 것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배타적이기까지 합니다. 그만큼 주체적이기도 하지만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든다고도 할 수 있겠죠' p.18.

가 대표적이다, 나머지는 기억에 오래 남지 않을 여러가지 신변잡기라고 여겨졌다. 그래도 팬으로서 그의 얼굴이 멋지게 그려져 있는 ‘빨간' 책 하나를 책장에 꽂아두는 일은 가치가 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