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November 26, 2023

은하철도의 밤 | 銀河鉄道の夜

 




사람은 추억으로 살고, 기억에 의해 그 사람이 정의되다.
인생의 끝은, 추억이 닳고 기억이 상실되는 순간일 것이다.

Thursday, November 23, 2023

독전 2 - Believer 2

넷플릭스에서 개봉했다. 그래서 알게 되었다. 독전을 보지 않았다. 흥미가 거기까지 닿지 않았다. 꾀나 흥행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넷플릭스에 최근 독전2가 개봉하기 직전 스트리밍을 시작했다. 그래서 보게 되었다. 기대가 없었던 이유에서 만족스러웠다. 지금까지 우리가 볼 수 있었던 미국과 홍콩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범죄 수사물과 액션 첩보물을 믹서기에 넣고 한국산 마늘과 고추로 버무려 만들어낸 오락물이었다. 나의 생각은 항상 같은데, 장르 영화에서 이것 저것이 이 작품 저 작품과 이런 저런 면에서 비슷하다는 이유로 흠집을 내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믹서기를 돌렸다는 것이 잘 못 되었다 혹은 그래서 평가를 낮게 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냥 그랬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믹서기를 돌려도 믹서기의 버튼을 누르는 손은 독창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 뿐이다.

독전2는 무슨 이유인지 전작의 마지막 부분을 완성하겠다는 불필요한 의욕에서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전작의 중요 설정과 서사의 뼈대를 무너뜨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라도 있고 오락물로의 역학을 제대로 해 낸다면 박수를 보낼 수도 있겠지만, 대본 연출 연기 어느 부분에서도 만족스럽지 못 했다. 관객을 설득할 수 없는 새로운 설정으로 전작을 무척 돋보이게 한 것 이외의 장점을 찾을 수 없었다. 매우 지루했고, 다소 조악했다.

성공한 전작을 이어받아 후속편을 만드는 모범은 Breaking Bad, Better Call Saul, El Camino 묶음이 있겠고, 영화 역사상 가장 박수를 받을 만한 작품은 Toy Story 네 편이 있겠다.


Sunday, November 12, 2023

불신 Distrust

없는 병을 만들어 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약물 부작용이 심하다. 사람이 하루에 이 많은 알약을 먹어도 괜찮을 걸까? 그 생각은 이미 오래 전에 접었다. 이제 모든 것이 의심스럽다. 모든 사람과 모든 사물을 흘겨보다보니 다들 신뢰의 영역에서 도망치는 것 같다. 병원도 의사들도 모두 다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의심스럽다. 계속 좋아지고 있다는데, 나의 생활의 질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앉아 있는 것도 힘들고, 숨 쉬는 것도 부자연스럽고, TV 화면의 자막도 읽지 못 한다. 아침 마다 마주하는 거울 속의 내 얼굴은 점점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제대로 걷지도 못 해 칩거 생활이 몇 주째 인가. 손이 떨려 뭘 떠먹는 것도 젖가락질도 제대로 하지 못 하게 되었는데, 좋아지고 있다니. 도대체 어디가 얼만큼? 언제까지 이 지경의 삶을 살아야 하는가?

Saturday, November 04, 2023

Hey Dinos! 정신차려!

그들은 신나게 처대면서 투수가 무슨 삽질을 하든 그 삽질 이상의 득점을 만들어내며 연승을 만들어 갔다. 그러다가 투수가 QS를 하든 말든 무득점의 이닝을 며칠 간 이어가며 연패의 늪에서 바둥거렸다. 이 모습이 반복되었고, 앞의 모습이 길어지면 순위가 올라갔고, 뒤의 모습이 지속되면 순위가 내려갔다. 2023년 시즌, NC 다이노스는 팬들을 과도하게 흥분 시키거나 정말에 빠뜨리는 롤러코스터 위에 올려 놓았다.

2023 정규 시즌 내내 팬들을 흥분하게 만들고 절망하게 만들었던 그 모습을 다이노스는 포스트 시즌에서도 반복하고 있다. 환상과 같은 연승을 이어가더니 집단 감염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무기력으로 모습으로 ‘나 경기 하기 싫어’를 온 몸으로 연출했다. 

이 상황에서도 김주원과 서호철의 집중력 있는 수비는 감동을 만들지만 분위기를 바꾸기는 역부족이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번 정규시즌 이후의 연승은 젊은 선수들의 하위 타선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 때문이었지 다른 이유를 찾기는 힘들다. 그리고 창원에서의 2연패는, 이 친구들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타석에 섰을 뿐일 수도 있다. 결국 연차 높은 선수들이 제 몫을 하지 못 한다면, 혹은 마운드의 견고함을 만들어 내지 못 한다면2023년 11월 4일 일요일, 수원에서의 경기가 NC 다이노스의 2023년 마지막 공식 경기가 될 것이다.

NC 다이노스, 프로 답게 포기하지 말라. 팬은 한 번도 당신들을 포기한 적이 없다. 일요일 경기가 마지막이 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온 힘을 다해, 치고! 달리고! 던지고! 소리쳐라! 그것이 팬을 위해 당신들이 할 일이다.


Thursday, October 26, 2023

Strong-Berry 이재학

 NC 다이노스의 상징이었던 이재학이지만, 최근 그의 투구를 보고 있으면 '불안'이라는 단어로 모든 걸 해석할 수 있었다. 단순한 구종과 믿믿한 변화 그리고 스트라이크 존에 근접하지 못 하는 그의 투구를 보고 있으면 '불안'을 넘어 가슴 가득 조여오는 답답함을 견뎌야 했다.

어제 준PO 3차전에서 SSG 랜더스의 오태석의 타구가 이재학의 오른손등을 때렸다. 중요한 건 이 이후 몇 초간이었다. 반사적으로 온 몸이 고통을 표현하려 할 때, 이재학은 자신의 손등을 때린 공을 찾아 그 아픈 손으로 1루로 공을 던져 타자를 아웃시켰다. 그리고 그는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고통을 참아내는 얼굴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프로였다.

진정한 프로의 모습이었다. 

Strong-Berry. 그의 별명이 다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