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uly 23, 2018

누군가는 별을 보고 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사용한 공책의 마지막 바닥을 채우고, 새 공책을 열었다. 그리고 다 쓴 공책을 이리저리 훑어 보았다. 그리고 이런 글이 무심하게 적혀 있었다.
세상 모든 것이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완벽한 세상을 꿈꿔야 한다. 내가 한 발짝이라도 그 완벽한 세상에 가까워 진다면 그 다음 사람이 한 발짝 더 쉽게 갈 수가 있으니까. 
누구의 이야기를 받아 적은 것일까? 그 아래에는 이런 글귀도 있었다.
우리 모두 시궁창에 살지만 누군가는 별을 보고 있다. We are all in the gutter but some of us are looking at the stars. (from Lady Windermere’s Fan by Oscar Wilde) 
오늘 별을 보고 있던 한 사람이 숨을 거두었다.
우리는 완벽한 세상에서 몇 걸음 물러서 버렸다.
우울하다. 많이 우울하다.

Sunday, July 08, 2018

모나미 올리카, Monami Olika

사람은,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제대로 표현할 때, 사람답게 보인다. 그 표현의 방식은 누구나 아는 것과 같이 몸짓과 말하기 그리고 글쓰기라 할 수 있다. 이 중 가장 오랜 시간 그 생각을 남기는 방법이 글쓰기일 것이다. 물론, 특별한 사람들은 생각을 그 생각 그대로 전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 시리즈 파이널 에피소드 하나가 그렇지 않아도 위태롭던 전체를 전복시킨 그 유명한 형제 남매 자매들의 작품이 현실이라면 말이다.

용두사미의 전형을 보여준 센스8

생각을 표현 하는 방식 중 하나인, 글쓰기에 떼어낼 수 없는 도구, 필기구가 있다. 그 중 우리 세대가 가장 많이 손에 쥐었을 법한 것은 아마도 ‘모나미 153’일 것이다. Ball Point Pen이 제 멋대로 축약되어 볼펜이 되었고, 그 중에 대명사가 된 제품이다.

모나미에서 153 같은 만년필을 만들었다. 153 같은 만년필은 무엇인가? 153은 쓰기 시작하면 그 불편한 필기감을 어찌할 수 없다. 일단 내장된 ‘찐득’한 잉크를 1/3 정도 써버리기 전까지는 손끝에 적당한 힘을 주기 못 하면 제대로된 필기를 할 수 없다. 1/3 지점을 통과하면 이보다 부드럽게 써지는 볼펜이 세상에 있을까? 싶은 기분에 젖어 드는데 – 사실 이 또한 잠시이다. 잉크가 이제 1/3만 남는 지점을 통과하여 바닥을 항해질주하면 그 찐득한 잉크기 과도하게 나오기 시작하고 소위 말하는 ‘볼펜똥’이 군데 군데 묻어나기 시작한다 – 그러다가 운이 없으면, 펜 끝의 볼이 빠지고는 한다. 당황하지 말라, 방금 적었던 글자 속에 남아 있다. 잘 찾아 끼워 넣으면 조금 더 쓸 수 있다.

153은 그런 볼펜이었다. 절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고수해 줘서 고마운 그래서 다른 것들은 적당히 포기할 수 있는 그런 볼펜이었다. 거기다가 흑색 청색 적색까지 다양한 색상을 구비하여 자신의 공책과 참고서를 화려하게 꾸며 넣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아, 형광펜? 그건 한 참 뒤의 일이다.

모나미에서 153같은 만년필을 만들었다. 올리카. OLIKA라고 영문으로 적더라. 3000원 안팎으로 살 수 있는 이 만년필은 실상 萬年筆이 아니다. 萬年은 커녕 1년도 제대로 쓰기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 만년필은 정말 좋다. 왜? 3000원이니까.


올리카는 처음 쓰기 시작하면 약간의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어? 이 감각은 무엇이지? 나에게 필기를 하지 말라고 하는가? 라는 느낌이 든다. 마치 50원에 사온 펜촉처럼 종이를 갉아 먹는 듯 거친 느낌, 일정하게 묻어 나오지 않는 잉크 – 혹시 촉이 막혀 있나 싶어 물 속에 한 참을 담궈 둔 적도 있다. 잉크 카트리지를 꽂아두고 한 동안 쓰지 않아서 그런지 싶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흑색(黑色)과 더불어 적색(赤色)도 함께 샀는데, 이게 QA가 제대로 되지 않는지 두 개의 같은 만년필이 필기감이 다르다. 그럴 리 없겠지만, 잉크 때문인가 싶어서 카트리지를 제거하고 충분히 물에 충분히 담가 씻어 낸 후 바꿔 꽂아 봤는데, 그럴 리 없었다. 그냥 QA가 제대로 안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첫번째 카트리지를 다 쓸 무렵 이 만년필은 제대로 써지기 시작했다. 153같았다. 그런데, 세번째 카트리지를 중간 즈음 썼을 땐 이유없이 잉크가 많이 흘러나오는 느낌이 있었다. EF를 샀는데 신속히 F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꼭 153 같았다.

난 ArtPen을 좋아한다. 로트링 아트펜. F와 EF를 번갈아 쓰고, 1.1도 좋아한다. 어쩌면 난 공백을 글자들로 채워내는 행위에 즐거움을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아트펜도 오래 쓰면 EF가 F로 변하고 F는 M으로 변해간다. 하지만 올리카와의 차이는 아주 천천히 진행되어 어느덧 변해 있다는 것이다. 1년 전 혹은 수개월 전에 적었던 문장을 꺼내어 봐야 ‘아, 원래 EF는 이런 굵기였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올리카는 며칠, 몇 주 사이에 이 변화가 진행된다. 기본 구성이 펜 1개에 카트리지 3개인 건 이런 이유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불행히도 네번째 카트리지를 넣을 무렵 그 펜을 잃어버렸다. 어느 회의실에서 굴러다니다가 사라졌거나 어느 카페에의 소파 틈에 갇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직 4번째 카트리지 이후 글씨의 굵기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가 없다.
아무튼 153같다. 그런데 이 올리카는 OEM이다. 중국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청자의 스테디 셀러를 벤치마킹해서 같은 감각을 전한다는 건 실로 엄청난 일이다. 생산자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정성을 부가한 느낌이다. 대단하다, 21세기에 이런 품질이라니 – 하지만 이런 탄식은 아름다운 가격에 즉시 잊혀진다.

세개의 올리카 중의 하나, 유독 펜촉(Nib) 상태가 불량하다.
당신의 올리카도 이럴 수 있다. 

세번째 올리카를 샀다. 3000원이라는 가격과 그에 부합되는 저렴한 카트리지는 정말 매력적이다. 필기구란 잃어버리는 운명을 당연히 맞이해야 한다. 그런 운명에 적당한 내구성과 적당한 필기감을 가지고 있다. 만년필의 약간의 부실함은 의외로 공책의 성실함을 담보해야 하는데, 다른 어떤 만년필도 그렇겠지만, 더더욱 이 저렴한 만년필에는 몰스킨 정도가 좋고, 무지(無印良品)에서 묶음으로 판매하는 재생지 노트도 꾀나 잘 맞다.

Thursday, January 25, 2018

김동률, 답장 - 고마워요.

새로운 음악을 기다리고 - 손가락을 꼽지는 않았다, 거리가 있는 곳까지 가서 매장을 둘러보다 무심히 사고, 하루이틀 가방 속에 묵혀 두었다가 - 세월은 하수상하고 나는 무의미로 시간의 지층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기에 - 피로에 쓰러지기 전에 플레이어에 걸어 본다.

다행이다. 다섯 곡. 삼십분이 되지 않는다. 어제처럼 이불도 없이 쓰러져 잠들지는 않을 거 같아. 그냥 고마운 마음.

오래된 팬들을 위한 최고의 선물은, 그가 변함없이 그의 음악을 한다는 소식일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온통 노란색으로 번쩍이는 일간지에서도 읽을 수 있겠지만, 더 나은 방법은 음악. 그리고 노래. 그래서 그의 음성에서 전해지는, 그러니까 앨범을 손에 들고 헤드폰을 뒤집어 쓰며 느껴지는 짐작일테다.

그는 여전히 그의 음악을 하고 있어 보였다. 그래서 행복하길,

김동률, 답장.
Thanks.


Monday, November 27, 2017

이동진 독서법 - 을 읽고

닥치는 대로 / 끌리는 대로 / 오직 / 재미있게 / 이동진 독서법

난 본디 성질이 고약하고 성격이 평범하지 않아서 쉽게 열광을 하지 못 한다. 그래서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건 참으로 힘든 일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의 생각과 행동을 쫓곤 한다. 그 중 한 사람이 이동진이다. 열성적인 팬의 입장이 될 때도 종종 있는데, 그런 경향은 그가 朝鮮日報 문화부 기자일 때부터 유지되고 있다.

특히, '출발 비디오 여행!'의 한 코너에서 심야 단독 방송이 되었던 '영화는 수다다'를 좋아했고, 지금 진행 중인 '이동진의 빨간책방'은 시작이후 한 편도 놓치고 있지 않다. 그는 영화를 전문으로 다루는 문화부 기자였고, 그 이후에도 영화 평론가의 삶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지만, 음악 애호가이자 책벌레로도 유명하다.

그 책벌레가 '독서법'을 담은 책을 냈을 때 난 신기했고 - 고유의 독서법이 있을 법 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것으로 수필을 엮을 만한 성격도 아니어서 아마도 그냥 심심한 책읽기에 대한 단상(斷想)이겠지 생각하긴 했지만 - 궁금했다. 그래서 사 읽었다.


책은 당연히 재미가 있지는 않았고, 분량도 적은 편이다. 하지만, 몇 가지 대목에서 나와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같은 고민에 시간을 보낸 사람으로서 즐겁기는 했다.

‘저의 서재에는 물론 다 읽은 책도 상당하지만 끝까지 읽지 않은 것도 많습니다. 서문만 읽은 책도 있고 구입 후 한 번도 펼쳐보지 않은 책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것도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사는 것, 서문만 읽는 것, 부분 부분만 찾아 읽는 것, 그 모든 것이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p.13.

‘오늘날 많은 문화 향유자들의 특징은 허영심이 없다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는 합니다. 각자 본인의 취향에 강한 확신을 갖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 외 다른 것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배타적이기까지 합니다. 그만큼 주체적이기도 하지만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든다고도 할 수 있겠죠' p.18.

가 대표적이다, 나머지는 기억에 오래 남지 않을 여러가지 신변잡기라고 여겨졌다. 그래도 팬으로서 그의 얼굴이 멋지게 그려져 있는 ‘빨간' 책 하나를 책장에 꽂아두는 일은 가치가 있다 하겠다.

Monday, October 23, 2017

데이비드 보위: 그의 영향 - 을 읽고


데이비드 보위: 그의 영향 - 은 전형적인 정신없는 잡문들의 묶음이다. 조금 배웠다는 사람들의 허위와 위선으로 가득찼으며, 독자들은 잘 알지 못 할 단편적이고 주관적 지식과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만들기 위해 애쓴 작가의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 영미권 지식인의 전형적인 배설이다.

데이비드 보위의 열성적인 편이라 하여도 굳이 읽어야 할 이유를 찾기 힘들겠다. 그냥 멋진 보위의 얼굴이 표지인 이 책을 장식으로 쓴다면, 책값 15,000원이 적당한지 한 번 더 자문할 필요가 있다.

David Bowie에게 이부형제, Terry Burns가 있었고 조현병을 앓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이외에 특별히 기억나는 부분이 없다. 아주 불행히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