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September 26, 2024

하고 싶은 일

누구나 하기 싫은 일을 하며 돈을 벌고, 그 돈을 좋아하는 일에 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돈을 벌고 풍요롭게 생활한다는 것은, 꿈이다. 영원히 이루지 못 할 진정한 꿈.

(이제 사회에 발 디디며 혼란스러워 하는 그대를 위한)

Saturday, August 31, 2024

House S8E12, Chase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176개의 에피소드 중에 최고는 시즌 4의 15화 16화 연작, House's Head와 Wilson's Heart라고 생각한다. 이 거대한 두 편을 마지막으로, 덕분에 6-8개 에피소드가 다른 시즌보다 적었다, 시즌을 마치며 주인공 하우스라는 캐릭터에 대한 탐구가 완성되었다. 하지만, 그 뒤로 3개의 시즌을 거치면서 점점 (부분적 등락은 있었지만) 그저 그런 TV 시리즈가 되어갔다.

여덟 번째 시즌은 지난 3년에 대한 반성의 무개가 적절히 녹여져 있었는데, 아무래도 시리즈의 마지막이라는 것을 염두해 준 결과가 아닐까 한다. 난 그 중에, 12번째 에피소드 'Chase'를 시즌 최고의 에피소드로 꼽는다.

모든 시즌과 함께한 Robert Chase라는 캐릭터가 주인공이 된 에피소드인데, 배우 Jesse Spencer의 보여주지 못했던 연기력이 매우 돋보이기도 한다. 역시 배우의 연기는 연출로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나에게 이 에피소드가 10년이 지난 오늘까지 기억되는 건, 다음의 대사 때문이다. House가 Chase에게 하는 말이다. 

You reassess your life when you've make mistakes. you didn't.
새로운 인생을 살아야 할 때는 실수를 저질렀을 때야. 넌 그러지 않았어.

선배가 후배에게, 실패자가 실패를 하려는 자에게 건네는 조언이었다.
그리고, 작년 병상에서 회사로 복귀하면서 내 귓가에 맴돌던 말이기도 했다.

Sunday, August 18, 2024

단편 소설 쓰기의 모든 것

단편 소설 쓰기의 모든 것 / Creating Short Fiction
데이먼 나이트 / Damon Knight 



유명한 책이고, 유명한 것은 사람을 불러모은다. 나도 그런 사람들 중에 하나였고, 살까 말까 고민을 반복하다가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읽을 요량으로 구매했다. 2018년 상반기 어느 날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손에 넣은 날 마지막까지 다 읽어 버렸다. 출장 때 읽을 책을 따로 찾아야 했다.

이 책을 그렇게 빨리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내용이 새롭거나 감명을 주거나 무릎을 치거나 소리내 ‘아!’ 외치거나 할 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책을 읽을 때의 속도는 시각 정보로 받아들이게 되는 문자들로 의미를 이해하고 이해한 것을 기억과 대조하고 추론하고 어떤 다른 것과 견주어 보고 판단하는 등의 연계된 사고들의 속도에 좌우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복잡한 사고의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다.

중등교육 과정에 있는 ‘국어’와 ‘문학’이라는 교과에서 상당 부분 이미 접했던 것들이고, 늘 책과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짓는 방법’, 혹은 ‘어떤 이야기가 재미있는 이야기인가?’라고 물어봤을 때 아주 자연스럽게 대답할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뿐이었다.

이 책을 사서 읽을지 말지 판단하고 싶다면, 나에게 도움이 되는 책인지 여부를 가늠하고 싶다면, ‘2-10, 소설이란 무엇인가’ 챕터를 읽어보기 권한다. 

이 책은 전설에 가까운 책이다. 작가도 그렇고, 이 책의 생명력을 엿봐도 그렇다. 좋은 책은 좋은 다른 모든 것들과 다름없이 오래 살아 남는다. 신해철이 라디오 방송을 진행했을 때, 청취자가 ‘어떤 음반을 들으면 되느냐?’ 라는 우문에, ‘오래된 밴드의 음반 중에 지금 살 수 있는 것을 들어라’ 고 현답을 한 일이 있다. 같은 의미로 이 책의 가치를 말하고 싶다.

이 책이 그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순간은, 막연한 동경으로 소설가가 되고 싶어서 펜을 들고 빈 공책을,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려 놓고 워드프로세서의 빈 화면을 바라만 보고 있는 누군가에게 주어졌을 때일 것이다. 그리고 습작을 매우 오랜 시간동안 해 왔음에도 이야기를 꾸려가는 실력에 발전이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에게 좋은 이정표가 될 수 있겠다.


Sunday, June 02, 2024

아틀라스 ATLAS

주인공 명성에 기대어 쓰레기 같은 극본으로 적당히 눈이 즐거운 정도의 영상물을 만들면 모두가 좋아서 화면 앞으로 모일 것이라는 기대는, 지난 세기 이후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다. 이 영상물을 보기 전까지는. 



공상과학영화가 재미있는 이유는 그럴싸하기 때문이고, 우리가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에 몰입하는 이유는 저런 일이 나에게 벌어지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진지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이 영상물은 우리가 초등교육 때부터 하나씩 배워온 모든 과학적 지식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우리가 지금 말할 수 있는 물리학 이론들과 내일 아침까지 떠들 수 있는 인공지능에 대한 상식을 깡그리 부정한다. 다큐멘터리가 아니더라도 개연성 정도는 갖추는 게 예의 아닌가?




주인공은 영화가 끝나기 직전까지 남이 뭘 해주기만 바라며 징징거리고, 그녀의 일생 동안 쌓아온 히스테리를 우주 끝까지 쏟아낸다. 이런 류의 영화가 그러하듯 징징거리기만 하다가 그녀를 도와주려는 수 많은 등장인물들의 목숨과 바꾸어 혼자 살아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연하지만, 극중 모두의 박수를 받는다. 

이 영상물은 청춘을 바치며 캐리어를 일구는 모든 이들에게 손가락 욕을 하며, 목숨을 바치며 국가와 시민을 지켜내는 모든 군인들에게 엄마욕을 날려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개인적 욕심과 비뚤어진 욕망이 있더라도 감수성 가득한 징징거림만 쉼 없이 쏟아낼 수 있다면 전인류적 재앙을 만들어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 현시점, 인류문명의 퇴보에 잘 어울리는 이야기의 방향을 갖추고 있다.

이 영상물은 시간을 낭비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는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할 수 있다.



Sunday, May 19, 2024

my Golf 6

난 이 차와 10년을 넘게 함께 했다. 여전히 아름답다. 누군가는 '취향이 확고하시네요' 라고 했는데,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이 보다 멋진 차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자동차 디자인의 경향을 보고 있으면, 앞으로 이보다 멋진 차는 나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

전기차가 세상을 지배하기 전에 엔진 기술의 정점인 차를 만끽하고 싶어 이렇게 저렇게 알아보지만, 이상하게 결론은 Golf GTI... 취향이 확고하긴 한 것 같다. 


며칠 전, 주차장을 떠나며 문득 뒤돌아 보니 여전히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