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May 29, 2020

더 나은 사람 - 김수영

자라는 동안, 그러니까 오늘 아침 거울의 내 모습이 너무 낯설어 놀랄 일이 없었을 때, 그러니까 늘 내일이 기대되는 동안 하루 하루는 의외성이 만든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무슨 나쁜 일이 있든 가만히 앉아 내일을 기다리는 것만으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가 항상 옳을 수 있는 그런.

어느 때부터 나는 의외성에 기대를 하지 않게 되고, 눈 앞에 작은 이익들이 뿌려대는 빵부스러기를 줍다보니 여기까지 와 버렸다. 이것을 선배들은 성실이라고 불렀고, 이것을 어른들은 옳은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항상 뒤에 이런 말을 부쳤다 - 인생 별 거 없어.

재미라고는 모니터 속에서나 찾아야 하는 별 것 없는 인생이 '옳은 일'의 결과라니 참으로 한탄 스럽지만 이렇게 무의미한 삶을 살고 있는 아들이 장하다고 생각하는 부모도 있으니 실패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도 될 것인가? 이제 내 삶에서의 의외성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골똘히 만들어 내고 있는 개인화 추천 시스템이 낮은 확률로 내 취향에 어긋나거나 의도된 실패에 기대어야 만 얻을 수 있다. 고작 이렇게 밖에 방법이 없다.

그렇게 만난 노래가, 김수영의 커버곡, Cheek to Cheek이었다. 나 거의 외웠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가 되어 버린 곡, Better / 더 나은 사람.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하고 울적하고 어깨가 너무 무거워 더 이상 걷고 싶지 않을 때, 또 별다른 이유도 없이 이 곡을 찾게 된다. 가사도 음조도 그렇게 그런 상황과 맞지도 않는데 말이다. 그냥 이 가수의 목소리에서 위로를 얻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가수 김수영은,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사람과 동명이인이다, 詩人 김수영. 감독 이윤기와 번역가 이윤기도 그러하다. 그래서 가수 김수영을 바로 기억할 수 있었고, 감독 이윤기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더 나은 사람'이 마음이 들었다면, 그녀의 커버 곡 '시간아 천천히'도 듣기를 바란다. 난 이 곡이 원곡이면 좋겠다.

Sunday, October 20, 2019

책 - 엄마의 눈높이 연습

유튜브에서 추천하는 한 영상을 보다가 PPL로 보이는 책을 샀다. '엄마의 눈높이 연습'. 그 영상은 아래와 같다. 이런 식으로 책을 구매를 하지는 않는데,


'엄마의 눈높이 연습'에서 관심을 둘 만한 부분은 이 영상에 다 있다. 그리고 영상에서 언급되지 않은 책의 내용들은 대체로 성의가 없다. 글자수를 채워 넣기 위한 안간힘이 느껴질 정도이다. 인터넷 서점과 포탈의 평점이 묘하게 만점이다. 한 온라인 서점의 '리뷰'를 적은 사람들은 모두 만점의 별점을 주었고, 그들이 해당 서점에서 남긴 글이라고는 평생 이 책 리뷰 뿐인 건 우연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진정 그들의 '리뷰'처럼 아이를 키우고 고민을 해 본 사람이라면 이 책에 대하여 좋은 평을 한다는 것이 상식 수준에서 이해하기 힘들다.


이 책은 저자가 연구와 경험 그리고 생각 등을 스스로 가치있게 여기고 그  정리를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결과물이라기 보다는 저자 자신을 위한 '숙제해결', '이력관리', '경력쌓기', 어떤 무엇을 위한 '준비활동' 같은 필요수단으로 여겨진다.

아무튼, 위 영상은 책의 내용을 정리한 것 이상의 무엇, 재창조에 가깝다. 이 영상을 제작한 사람은 저자보다 해당 주제에 대하여 깊은 고민을 한 적이 있거나 광고주에 대한 높은 수준의 성의를 표현했거나 책 내용이 너무 수준 이하라서 채널의 품격 유지를 위하여 안간힘을 다 한 건 아닌가 싶다.

이 영상에서 내가 제일 의미있게 본 부분은 6분 30초부터 시작된다. 굳이 책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서점에 가서 일단 좀 훑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저자의 의도인지 편집자의 선택인지 알 수는 없지만, 너무도 친절하게 핵심 문장에 형광펜처럼 강조를 해 두었다. 한 장 한 장 슬슬 넘겨가며 그 부분만 본다면 당신의 검지에 묻혀 놓은 침이 다 마르기 전에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갑을 꺼내고 싶다면, 그건 당신의 선택이고 취향이니 말리고 싶지는 않다.

Tuesday, July 23, 2019

책 -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너에게

서명: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너에게
원제: I Wish You More
저자: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 Amy Krouse Rosenthal / 탐 리히덴헬드 Tom Lichtenheld
번역: 이승숙


대부분의 이런 아이들을 위한 책은 포장이 완고하게 되어 있어 그 내용을 미리 알지 못 한 채 구매해야 한다. 그래서 짧은 정보와 글쓴이와 그림그린이의 이력으로 내용을 견주고 수상내역으로 완성도를 가늠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실패를 거듭하다가 어렵게 좋은 책을 만나게 되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어쩌면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책이 아닐 수도 있겠다.

포장을 뜯고, 아이에게 처음 읽어 줄 때 난 울컥해서 쉬었다 읽다를 반복하며 마지막까지 갔다. 지금도 마음 깊은 곳에서 돋아나는 감정을 간신히 억누르며 아이에게 읽어 준다. 늦은 밤 혼자 앉아 몇 번이고 이 책을 본 적도 있다 - 그리고 마음 편하게 울었다.

이 책은 아마도 아이를 가진 부모에게 전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자라다오 - 라는 바램보다는 이렇게 자랄 수 있도록 부모가 노력할 것을 다짐을 하게 되는 책이다. 그리고 부모 자신이 자라왔던 지난 시절을 기억해 내며 자신의 부모를 원망하게 되는 책일 수도 있겠다 - 그래서 더 굳게 마음을 먹게 되는.

image from Amazon.com

참 좋은 책이다,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이 책의 정가, 1만원을 열 번이고 더 지불할 용의가 있다. 멋진 글도 좋지만, 아름다운 일러스트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Tuesday, October 09, 2018

김민기, 유월이 아닌 시월에

시월 들어 김민기의 노래를 듣는다, 계속. 어느 사람은 '상록수'를 국가(國歌)로 지정하자는 댓글도 달던데... 찬성하지는 않지만, 나쁘지도 않을 것 같다. 상록수는 내게 '김민기'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해 준 곡이고, 김민기를 시대의 이름으로 만든 또 하나의 곡이다. 하지만 그 '시대'는 소시민의 삶과는 술자리 이외에서는 유리되기에 나에게는 그저 힘든 일이 있으면 자주 읊조리는 곡. 그러나 그러나, 내가 가장 아끼는 곡은 아무래도 '봉우리'이다.

오늘 귀가길에선 이 노래를 따라 웅얼거리다 부질없이 눈물을 흘릴 뻔했다. 아직 젊은 것이 초로(初老)의 감성을 닮아간다.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 속의 좁게 난 길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지도 몰라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Monday, July 23, 2018

누군가는 별을 보고 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사용한 공책의 마지막 바닥을 채우고, 새 공책을 열었다. 그리고 다 쓴 공책을 이리저리 훑어 보았다. 그리고 이런 글이 무심하게 적혀 있었다.
세상 모든 것이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완벽한 세상을 꿈꿔야 한다. 내가 한 발짝이라도 그 완벽한 세상에 가까워 진다면 그 다음 사람이 한 발짝 더 쉽게 갈 수가 있으니까. 
누구의 이야기를 받아 적은 것일까? 그 아래에는 이런 글귀도 있었다.
우리 모두 시궁창에 살지만 누군가는 별을 보고 있다. We are all in the gutter but some of us are looking at the stars. (Lady Windermere’s Fan, Oscar Wilde) 
오늘 별을 보고 있던 한 사람이 숨을 거두었다.
우리는 완벽한 세상에서 몇 걸음 물러서 버렸다.
우울하다. 많이 우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