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September 30, 2020

헌책 팔기

책장 밖에서 자리를 찾지 못 하던 책 몇 권을 정리했다. 중고서점에 팔았다. 52,300원. 현금을 손에 들고 서점을 나오는데 기분이 매우 이상했다. 버스 몇 정거장을 걸었다. 그래도 그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다. 잡화용품점에 들어가 정말 필요했던 한 가지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상관없는 것 세 가지와 지금 사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두 가지를 현금과 바꾸어 나왔다. 그리고 10,900원이 남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라 자리를 차지하고 졸았다. 더럽게 막히는 도로는 나에게 충분히 잠들어도 좋다고 했지만, 난 매 정류장 마다 깼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거의 비어있는 여행용 가방을 힘주어 잡고 있었다.

Friday, May 29, 2020

더 나은 사람 - 김수영

자라는 동안, 그러니까 오늘 아침 거울의 내 모습이 너무 낯설어 놀랄 일이 없었을 때, 그러니까 늘 내일이 기대되는 동안 하루 하루는 의외성이 만든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무슨 나쁜 일이 있든 가만히 앉아 내일을 기다리는 것만으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가 항상 옳을 수 있는 그런.

어느 때부터 나는 의외성에 기대를 하지 않게 되고, 눈 앞에 작은 이익들이 뿌려대는 빵부스러기를 줍다보니 여기까지 와 버렸다. 이것을 선배들은 성실이라고 불렀고, 이것을 어른들은 옳은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항상 뒤에 이런 말을 부쳤다 - 인생 별 거 없어.

재미라고는 모니터 속에서나 찾아야 하는 별 것 없는 인생이 '옳은 일'의 결과라니 참으로 한탄 스럽지만 이렇게 무의미한 삶을 살고 있는 아들이 장하다고 생각하는 부모도 있으니 실패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도 될 것인가? 이제 내 삶에서의 의외성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골똘히 만들어 내고 있는 개인화 추천 시스템이 낮은 확률로 내 취향에 어긋나거나 의도된 실패에 기대어야 만 얻을 수 있다. 고작 이렇게 밖에 방법이 없다.

그렇게 만난 노래가, 김수영의 커버곡, Cheek to Cheek이었다. 나 거의 외웠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가 되어 버린 곡, Better / 더 나은 사람.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하고 울적하고 어깨가 너무 무거워 더 이상 걷고 싶지 않을 때, 또 별다른 이유도 없이 이 곡을 찾게 된다. 가사도 음조도 그렇게 그런 상황과 맞지도 않는데 말이다. 그냥 이 가수의 목소리에서 위로를 얻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가수 김수영은,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사람과 동명이인이다, 詩人 김수영. 감독 이윤기와 번역가 이윤기도 그러하다. 그래서 가수 김수영을 바로 기억할 수 있었고, 감독 이윤기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더 나은 사람'이 마음이 들었다면, 그녀의 커버 곡 '시간아 천천히'도 듣기를 바란다. 난 이 곡이 원곡이면 좋겠다.

Sunday, October 20, 2019

책 - 엄마의 눈높이 연습

유튜브에서 추천하는 한 영상을 보다가 PPL로 보이는 책을 샀다. '엄마의 눈높이 연습'. 그 영상은 아래와 같다. 이런 식으로 책을 구매를 하지는 않는데,


'엄마의 눈높이 연습'에서 관심을 둘 만한 부분은 이 영상에 다 있다. 그리고 영상에서 언급되지 않은 책의 내용들은 대체로 성의가 없다. 글자수를 채워 넣기 위한 안간힘이 느껴질 정도이다. 인터넷 서점과 포탈의 평점이 묘하게 만점이다. 한 온라인 서점의 '리뷰'를 적은 사람들은 모두 만점의 별점을 주었고, 그들이 해당 서점에서 남긴 글이라고는 평생 이 책 리뷰 뿐인 건 우연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진정 그들의 '리뷰'처럼 아이를 키우고 고민을 해 본 사람이라면 이 책에 대하여 좋은 평을 한다는 것이 상식 수준에서 이해하기 힘들다.


이 책은 저자가 연구와 경험 그리고 생각 등을 스스로 가치있게 여기고 그  정리를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결과물이라기 보다는 저자 자신을 위한 '숙제해결', '이력관리', '경력쌓기', 어떤 무엇을 위한 '준비활동' 같은 필요수단으로 여겨진다.

아무튼, 위 영상은 책의 내용을 정리한 것 이상의 무엇, 재창조에 가깝다. 이 영상을 제작한 사람은 저자보다 해당 주제에 대하여 깊은 고민을 한 적이 있거나 광고주에 대한 높은 수준의 성의를 표현했거나 책 내용이 너무 수준 이하라서 채널의 품격 유지를 위하여 안간힘을 다 한 건 아닌가 싶다.

이 영상에서 내가 제일 의미있게 본 부분은 6분 30초부터 시작된다. 굳이 책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서점에 가서 일단 좀 훑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저자의 의도인지 편집자의 선택인지 알 수는 없지만, 너무도 친절하게 핵심 문장에 형광펜처럼 강조를 해 두었다. 한 장 한 장 슬슬 넘겨가며 그 부분만 본다면 당신의 검지에 묻혀 놓은 침이 다 마르기 전에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갑을 꺼내고 싶다면, 그건 당신의 선택이고 취향이니 말리고 싶지는 않다.

Tuesday, July 23, 2019

책 -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너에게

서명: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너에게
원제: I Wish You More
저자: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 Amy Krouse Rosenthal / 탐 리히덴헬드 Tom Lichtenheld
번역: 이승숙


대부분의 이런 아이들을 위한 책은 포장이 완고하게 되어 있어 그 내용을 미리 알지 못 한 채 구매해야 한다. 그래서 짧은 정보와 글쓴이와 그림그린이의 이력으로 내용을 견주고 수상내역으로 완성도를 가늠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실패를 거듭하다가 어렵게 좋은 책을 만나게 되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어쩌면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책이 아닐 수도 있겠다.

포장을 뜯고, 아이에게 처음 읽어 줄 때 난 울컥해서 쉬었다 읽다를 반복하며 마지막까지 갔다. 지금도 마음 깊은 곳에서 돋아나는 감정을 간신히 억누르며 아이에게 읽어 준다. 늦은 밤 혼자 앉아 몇 번이고 이 책을 본 적도 있다 - 그리고 마음 편하게 울었다.

이 책은 아마도 아이를 가진 부모에게 전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자라다오 - 라는 바램보다는 이렇게 자랄 수 있도록 부모가 노력할 것을 다짐을 하게 되는 책이다. 그리고 부모 자신이 자라왔던 지난 시절을 기억해 내며 자신의 부모를 원망하게 되는 책일 수도 있겠다 - 그래서 더 굳게 마음을 먹게 되는.

image from Amazon.com

참 좋은 책이다,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이 책의 정가, 1만원을 열 번이고 더 지불할 용의가 있다. 멋진 글도 좋지만, 아름다운 일러스트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Tuesday, October 09, 2018

김민기, 유월이 아닌 시월에

시월 들어 김민기의 노래를 듣는다, 계속. 어느 사람은 '상록수'를 국가(國歌)로 지정하자는 댓글도 달던데... 찬성하지는 않지만, 나쁘지도 않을 것 같다. 상록수는 내게 '김민기'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해 준 곡이고, 김민기를 시대의 이름으로 만든 또 하나의 곡이다. 하지만 그 '시대'는 소시민의 삶과는 술자리 이외에서는 유리되기에 나에게는 그저 힘든 일이 있으면 자주 읊조리는 곡. 그러나 그러나, 내가 가장 아끼는 곡은 아무래도 '봉우리'이다.

오늘 귀가길에선 이 노래를 따라 웅얼거리다 부질없이 눈물을 흘릴 뻔했다. 아직 젊은 것이 초로(初老)의 감성을 닮아간다.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 속의 좁게 난 길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지도 몰라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