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y 06, 2024

나의 키보드들에 관하여

나는 많은 키보드는 정리했다. 모두 다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역시 덕질은 부동산이 받혀줘야 하는 일인데, 나에게 그런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남아 있는 (영구 소장용으로 고이 모시고 있는 놈들은 제외하고) 키보드들 중에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사용하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사용 시간 순

  1. Logitech Mechanical Mini for Mac
  2. Keychron C1
  3. LuPhy Air75 V2
  4. Keychron K3 V2
Logitech Mechanical Mini for Mac

Keychron C1

LuPhy Air75 V2

Keychron K3 V2

타건감 순 

  1. Keychron C1
  2. LuPhy Air75 V2
  3. Logitech Mechanical Mini for Mac 
  4. Keychron K3 V2

축 선택 가능한 것들은 모두 적축이다. 하지만, Keychron K3 V2의 적축은 정말 실망스러워서 청축을 사다 바꿔 꽂았다. Keychron 제품들이 다 그러하듯 명확한 축의 성격이 들어나지 않는다. 술에 술을 타 술을 만든 것도 아니고, 물에 물을 타 물을 만든 것도 아닌 듯한 기분은 마치 무알코올 맥주 (하이네켄 무알콜 맥주는 매우 뛰어난 제품이기에 무알콜 맥주를 떠 올릴 땐 하이네켄의 그것은 제외해야 한다) 같다. 이 키보드는 원래의 목적과는 달리 요즈음은 iPad 연결용으로 사용하는데, 그 효용 가치는 그렇게 높지 않다.

Keychron C1의 타건감은 축이 주는 이상한 줏대 없음을 키의 크기가 커버를 해 주는 느낌이다. 역시 키보드의 키 크기는 이 정도 높이는 되어야 하는 법.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쉽게 흐물흐물해지는 축의 낮은 내구도 덕분에 90년대 성실히 만들어낸 멘브레인 키보드 (난 영구 소장용으로 품고 사는 키보드 중에 DEC의 그 키보드 느낌과 비슷하다 생각한다) 느낌이 나는데, 오히려 집중하여 키 입력을 지속적으로 할 때의 만족감이 높다. 설계의도와 다른 부실이 역설적으로 만족감을 주는 제품이라니. 괜히 업무용 키보드가 멘브레인 일색인 이유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 물론, 저렴한 이유가 제일 크겠지만.

LuPhy Air75 V2는 C1을 제외하고 나머지 low profile의 무선 키보드 중에 가장 좋다. 매우 좋다. 이 정도면 low profile에 대한 편견을 없앨 수도 있지 않을까? 다소 무겁기는 하지만, 전용 파우치에 둘러싸고 가지고 다니면 없던 고급스러운 타건감이 묻어나오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 예쁘다는 이야기이다. 처음 물건을 받고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하면서 열 손가락 끝에서 나의 뇌까지 전해지는 감각은, 정말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쾌감이었다. 

Logitech Mechanical Mini for Mac은 나쁘지 않지만, 좋지만, 아주 좋을 수는 없는 그 정도의 수준이다. 내가 세상 모든 키보드를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내 인생을 탈탈 털어 볼펜보다 많이 산 키보드의 수를 생각해 보면 주관적인 순위라도 의미가 있을 듯하여, 말해 보면, 대충 상위 20% 안에는 충분히 들어가는 수준이긴 하다. 즉, 나쁘지 않고 나쁘지 않고 나쁘지 않다. 두 손들어 환영하지는 않겠지만, 내 돈 내고 사기에 아깝지는 않다.

Keychron K3 V2 이 키보드에 타건감 따위를 논하면 안 된다. 그건 다른 키보드에 실례를 하는 일이 된다. 가격을 생각하면 가슴이 좀 아프다. 전용 파우치까지 사서 정을 붙혀 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오타 낮은 순

  1. Keychron C1
  2. Logitech Mechanical Mini for Mac
  3. Keychron K3 V2
  4. LuPhy Air75 V2

Keychron C1을 여기에 놓고 오타 정도를 논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C1 이외 나머지는 low profile이다. 다만 이 키보드에 마음에 안 드는 것 단 한가지가 있는데, screen lock 전용 키가 우측 상단에 있다는 것이다. Page Up 키를 누르면 30%의 확률로 화면이 잠긴다. 빡친다. 이런 설계는 제정신으로 하는 설계가 아니다. Keychron은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기념비가 될만한 제품을 망치는 경우가 있는데, C1의 경우는 이 screen lock 키의 위치가 그렇다. Keychron은 Logitech으로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 Logitech은 같은 기능을 목적으로 하는 screen lock 키가 같은 곳에 존재하지만, Fn 키와 조합으로 동작하게 설계했다. 얼마나 똑똑한 처리인가.

Logitech Mechanical Mini for Mac을 가장 오래 사용하는 이유가 바로 오타율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이건 키보드를 제대로 만들어본 인간들이 제 정신으로 그들의 사명을 다 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키보드 마우스의 효율과 능률은 Logitech 만큼 높은 회사가 어디 있는가? 다만 취향의 문제 때문에 혹은 심미적 관점에서 선택받지 못했기 때문일 뿐이지, Logitech은 입력장치의 명가이다. 타건감도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고 키 레이아웃이 창의적이지도 않지만 업무 효용성은 정말 극강이다. 

사실 일을 하면서 - 가끔 미친 듯이 키보드 질을 해야 할 때가 나에게는 종종 있다 - 생각을 글자와 문장으로 변환하여 문서를 완성해 나갈 때 가장 중요한 건 극도로 낮은 오타율이다. 오타가 나면 지워야 하고 생각을 멈춰야 하고 다시 입력하면서 생각을 다시 시작해야 하고 … 그래서 업무 효율은 낮아진다. C1은 집에서 고정되어 있고, 그래서 사무실과 혹은 다른 어느 곳으로 오갈 때에는 이 키보드를 가지고 다닌다. 업무 속도에 차이가 있다.

Keychron K3 V2는 의외로 오타가 적다. 키 크기 자체가 다른 키보드보다 같은 면적에 작게 되어 있는데 이것이 묘하게 키 간의 위치를 손끝으로 구분하게 해 주는 기능을 한다. 그래서인지 오타가 많이 생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만족스러운 수준은 당연히 아니다.

LuPhy Air75 V2 나에게 기억에서 잊힐 뻔한 타건감에서 주는 만족을 선물해 준 이 키보드는 미친듯한 오타로 나에게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독특한 키의 모양과 높이 그리고 깊이가 다른 키보드 보다 아주 작은 차이를 전달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오타가 많이 생산되는 것은 키의 특별한 모양이 주는 차이는 아닐 것으로 짐작한다. 사실 이 키보드는 블루투스 연결에 간간히 문제를 만들고 있으며 (하루에 8시간 사용한다면 2 - 3번 정도 연결이 끊어졌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옴) 베터리도 가장 빨리 닳고 (난 모든 키보드의 백 라이트는 끄고 사용한다) 같은 장르 키보드에 비해 무게도 제법 나가는 편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오타가 많이 나는 이유로 나의 선택을 잘 받지 못한다. 이 부분은 아무래도 개인차가 클 것으로 생각하며 절대적 키보드의 완성도와는 거리가 있지 않을까 한다. 난 보통의 성인 남성보다 손이 큰 편이다. 피아노 건반 ‘도'에서 한 옥타브 위 ‘미'까지 엄지와 새끼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쉽게 소리를 낼 수 있다. 

기타 

Logitech Mechanical Mini for Mac : 로지텍은 오랫동안 그들의 입력장치의 무선연결이 좋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최근의 제품들은 뭔가 큰 노력의 결과를 자랑하는 것 같다. 매우 좋다는 말이다. 그리고 베터리 소모도 과하지 않고 신기할 정도로 덜하지도 않다. 무선 연결성은 최고의 만족, 베터리 유지도 좋다. 

Keychron K3 V2: 백 라이트는 끈다. 그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키보드를 눈으로 주시할 일이 하루에 몇 번나 있을지 모르겠다. 시선 밖에서 반짝 거리를 따위가 있으면 업무 효율성은 떨어진다. 정신사납다. 백라이트를 끄고 끄지 않고는 베터리 소모에 큰 차이를 들어낸다. 백라이트를 완전히 끄면 이 키보드는 언제 충전을 해야 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할 만큼 오래 유지된다. 무선 연결에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다. Windows와 macOS 지원 방식을 스위치로 지정할 수도 있다. Meta/Windows key와 Option/Alt 키의 위치를 바꿔주는 단순한 역할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큰 의미가 될 수 있어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유용하겠다.

NuPhy AIR75 V2: 블루투스 연결이 두어 시간에 한 번 정도 아주 짧게 끊어지는 걸 체험할 수 있다. 그래서 입력 시 키 하나 혹은 두 개 정도 빠진다. 이게 의외로 사람 성질을 건드린다. 시스템을 지켜보면 짧은 순간 끊어졌다가 다시 연결되는 걸 목격할 수 있다. 그리고, 블루투스 오디오와 동시에 사용하면 10번 중 9번은 오디오를 씹어 먹는다. 한 번 씹기 시작하면 시간이 지나도 좋아지지 않는다. 서로 채널을 바꿔가며 좋은 것을 선택하는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어느 것을 먼저 켜놓든지 상관없다. 내가 테스트한 오디오 장치는 다음과 같다: AirPod Pro, Sony WH-1000XM5, Surface Headphone, Ear(1). 베터리는 하루 8시간 안팎의 사용에 10% - 15% 정도는 사라진다. 당연히 키 입력의 빈도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적축에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타건감. Low profile의 단점을 느끼지 못할 만큼의 편안함. 창의적인 외형과 색 배치. 이 세가지를 제외하면 나머지 부분은 내가 가진 키보드 중에 제일 못 하다. 현재 이 키보드는 대부분의 시간을 전용 파우치를 입고 숙면을 취하고 있다.


멋도 없고, 뛰어난 재간도 없어 보이지만, Logitech Mechanical Mini for Mac 정도 되는 무선 키보드는 쉽게 찾을 수 없다. 난 대부분의 시간에 이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다. Logitech MX Master 3S와 함께 책상 위에 두면, 그것의 수수함이 수려함으로 탈바꿈되는 것 같아 더 만족 스럽다.             

Saturday, May 04, 2024

힐빌리의 노래

성의란 다른 것이 아니다. 그것을 행하는 사람이 몰입의 결과를 친절히 풀어서 설명하면 되는 것이다. '성의'가 헌신짝보다 못 한 시대에 이런 시작을 맞이하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다.

힐빌리의 노래를 읽기 시작하다.

Friday, April 26, 2024

테헤란로와 Love

어느 평일 저녁, 처음 만난 사람들과 고기를 굽고 술잔을 기울이는 자리에서 몇 시간 밥을 먹었다. 그리고 인사하고 각자의 방향으로 헤어졌다. 테헤란로. 내가 세 번째로 인식한 서울의 모습. 강남역에서 높은쪽으로 걸어올라갔다. 봄에 어울리는 바람이 불었다. 조금 전까지 비가 내렸나보다. 잎이 제법 자란 가로수들이 소리낸다. 차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이어달리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핸드폰을 처다보며 위태롭게 꿋꿋하게 걸어간다. 

나의 귓속에 the good humor man he sees everything like this가 흘러나오고 불안정한 하지만, 그들의 멋이 스며나는 엔딩을 3분 8초마다 반복한다. 몇 번이나 들었을까? 길 건너 빌딩들의 마루가 만들어 내는 풍광을 머릿속에 새겨 넣은 듯한 시선을 거두고, 나도 다른 이들처럼 꿋꿋하게 걸어가본다. 이유없이 이 거리가 그리워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노래는, 이 길과, 이 시간과, 나의 마음과 어색하지만 잘 어울린다. 난 Love, 그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순간이 잘 기억될 것 같다. 잘. 




Wednesday, March 27, 2024

하우스 House

이십 년이나 지난 드라마를 계속 보고 있다.

하우스는 내 기억 속의 하우스보다 평범했고 현명했고 매력적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하우스와 비슷해 졌다. 나도 지팡이 하나를 가지고 다니며 자발적이진 않지만 상당량의 약을 집어 삼키고 있고 성격도 다소 냉소적이게 되었다. 이제 알게 된 건데, 극 중에는 내가 겪고 있는 병의 진단명이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내가 받은 검사는 위험한 것으로 취급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역시 자신의 경우가 아니면 어떤 것이라도 듣고 봐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 사람은 그래서 순수하게 이기적인 것이다.

예전과는 다르게 하우스의 말과 행동에 공감되는 것이 많다는 것에 매우 놀라고 있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나는 이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찌질하고 못 났는데, 거기에다 껍데기만 남은 자존심을 부여잡고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계속 부각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더군다나 나는 하우스와 나이가 엇비슷해 져버렸는데, 난 하우스 만큼의 성취를 이루지 못 했고, 괴팍함을 감싸 줄 만큼의 명성도 얻지 못 했다. 게다가 이제 나에게는 이전과는 다름 셈으로 나에게 남은 시간을 가늠해야 하는 것에도 뭔가 입 안에서 쓴맛이 난다. 제길.

그래서, 그 나이 때문에 혹은 남아 있는 세월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믿었기 때문에, 이십 여년 전에는 극중 젊은 의사들에게 공감했던 것일까?


Monday, January 29, 2024

한 주의 루틴

  • 와요일
  • 주술회전
  • 장송의 프리렌 
에서 
  • 와요일
  • 던전밥
  • 장송의 프리렌
  • 혼자만 레벨업
으로 바뀌었다.
일상 밖은 환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