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March 05, 2021

run like a robot

결국 이 사회가 개인에게 바라는 건 그들의 지시에 주저 없이 따르는 것인가? 

Monday, March 01, 2021

1998


아마도, 1998년 기억의 오차가 심하다면 1999년. 저 PC는 Cyrix 6x86이 동작하고 있었을 것이고 싸구려 디스크를 하나씩 집어 넣다보니 자리를 잃어버린 FDD는 저 모양으로 달려 있었을 것이다. 운영체제는 OS/2 Warp가 아니었나 싶지만, 확신할 수는 없다.

필름으로 찍어 놓아서, 정확한 촬영 시점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이 사진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가끔 지금이 순간이 저 만큼 시간이 흐른 뒤가 되면 어떤 기억이 남아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Tuesday, February 16, 2021

유닉스의 탄생 UNIX: A History and a Memoir

서명: 유닉스의 탄생 - 세상을 바꾼 운영체제를 만든 천재들의 숨은 이야기
원제: UNIX - A History and a Memoir
저자: 브라이언 커니핸 Brian Kernighan 
역자: 하성창
참조: 네이버 책교보문고, 알라딘


2020년을 돌아봤을 때 행복했던 이유를 (굳이) 찾을 수 있다면, 무엇인가? 라고 누군가가 물어온다면, 난 '유닉스의 탄생'이라는 책을 읽었다는 말로 답을 하고 싶다.

UNIX의 아름다움은 파이프에 있다는 말을 중얼거리고 살아왔는데, 이 책의 저자도 같은 이야기를 적은 것에 깊은 감동을 한 순간은 책을 읽어나가면서 생각하고 흥분하고 키득거린 것들에 비하면 너무 작은 부분이었다. 정말 UNIX의 아름다움은 파이프에 있다.

만약 10년 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생각해 보지 못 했을 다른 경험도 있었다. 예를 들면, 어떻게 조직은 운영되어야 하는가? 사람들은 어떻게 함께 일 하고 훌륭하게 되는가? (훌륭한 사람들이 동료가 되어 함께 일 하는 조직이 아니다 - 인과의 방향이 다르다) 등일 것이다.

몇 몇의 부분에서는 내가 잘 못 기억하거나 최초에 잘 못 학습한 내용을 발견하고 '앗차!' 했던 순간도 있었다. 그것을 후배들에게 잘 못 알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후배들이 그것을 기억하고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 일례를 들자면 아직 21세기라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고 있을 때, 회사의 구석 방 하나를 독점해서 사방의 벽에 인쇄된 종이를 빼곡히 붙여가며 운영체제의 역사에 대해 알려준 일이 있었는데 설명을 잘 못 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좋은 교양서다. 조금 전 회사의 기술직종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메일을 쓸뻔했다, 일독을 권한다는. 


혹시, 책을 읽을 형편이 안 되거나 인쇄매체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있다면, 이 책의 저자 이름으로 유튜브를 검색해 보는 것도 좋다, 유쾌하고 멋진 노년의 신사(물론, 청년의 모습도 있다)께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 줄 것이다. 나의 말년도 이 분처럼 멋지고 싶다.

(지난 1월 초 즈음, 다른 곳에 게재 했던 글의 바탕이 된 메모를 읽다가 옮겨 적음)

그리고: 원서는 독립출판 형식으로 만들어져서 인쇄와 제본 품질이 좋지 않은 듯 하다. Kindle 형식도 PDF 본의 연장이라 Kindle 특유의 자유로운 활자 전환 등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원서를 구입하고 싶은 사람은 참조해야 하겠다. 어쩌다 보니, 한국어판이 엄청난 품질을 자랑하는 번역본이 된 셈이다.

Monday, February 08, 2021

승리호 Space Sweepers

익숙하다. 설정도 대사도 분위기도 어디에서 본 듯 하다. 이걸 포스트모더니즘의 혼성모방(混成模倣/pastiche) 정도로 미화한다면 결과적 의미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이것을 찾기는 매우 힘들었다. 그래도 난 이 영화가 재미있었다. 

오락영화는 원래 재미가 전부이다.

Space Sweepers 승리호

그런데, 이 영화가 정말 재미있는 영화로 기억되기 위해서는 중간 어디 즈음 20분과 마지막 10분(혹은 15분)은 확실히 잘라내어야 할 것 같고, 각 등장인물들의 케릭터를 설명충(혹은 설명봇)이 구술(口述)하는 것이 아니어야 했다. 이 영화가 정말 영화로써의 몰입감과 리듬감을 관객에게 전하려 했다면 죽고 죽이는 장면을 제대로 그렸어야 했다, 만약 관람연령에 대한 우려로 인한 연출었다면, 마블의 영화들을 잘 참조해야 했다, 마블은 참혹하고 잔인한 장면을 회피하면서도 그 상황에 대한 정확한 감정전달과 액션의 요소를 해치지 않고도 12세 이상 관람가를 획득했다. 어차피 이 영화는 망가와 애니메부터 할리우드 영화까지 수 많은 서브컬쳐들을 모방하길 주저하지 않았는데, 그 이전에 연출 기법부터 제대로 베꼈어야 했다.

그래도 난 이 한국 영화가 재미있었다. 

이 영화는 시작과 함께 태극기와 한글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런데, 굳이 그런 장치가 없어도 이 영화는 '한국영화'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쓸데없는 신파가 양념처럼 끼어드는 것을 멍하게 보고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수습하는 것은 할리우드식이라 갸우뚱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재미있었다. 

한국 오락 영화에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이 영화가 한국영화라는 사실은 또 이야기의 큰 줄기로도 쉽게 알 수 있었는데, 반(反)자본주의와 반(反)기업 정서가 전면에 돌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래 전, 진정한 정권교체가 있었던 한국사회에는 당시 정치를 주도했던 젊은 세대가 국가와 사회를 쥐어 흔들었고 그 여파는 여전하다 못해 더 강해지고 있다, 특정 이념에 전도된 그들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편향된 교육으로 동지를 생산해 내는 데에 전념하였고 그것은 성공적이었다. 그리하여 어떤 경우에도 기업인과 그들의 활동의 바탕이 되는 자본주의를 배격해야 마땅하다는 공감대를 이제는 전국민이 가지게 되었는데, 그 심볼이 영화에 등장하고 그것에 대항하는 민중의 모습을 세련되게 그려냄으로써 한국인들의 보통의 정서에 부합하는 결과를 얻어 내었다. 이런 측면으로 해석을 하면 단순한 오락 영화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 영화의 존재이유는 오락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혹은 이런 정치적 투쟁의 메시지가 오락 영화의 주된 흐름이라고 하더라도 한국 사회의 어느 누구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민중의 의식은 변화되었다. 

남조선 인민들에게 계급투쟁은 일상이다.

이는 감독이나 영화를 제작한 모두가 의도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런 구도가 할리우드 서부극에서 배워온 형식을 현대 한국식으로 해석하면 너무도 자연스러운 대입이기 때문에 아무런 무리가 없었을 뿐이다.

아무튼 대체로 재미있는 영화였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조지 클루니 연출 주연의 미드나이트 스카이 Midnight Sky보다 10배는 재미있었고, 일본 서브 컬쳐의 자기복제 능력을 여실히 증명한 아리스 인 보더랜드 Alice in Borderland보다 2배는 참신했다. 미국의 한 매체는 카우보이 비밥 Cowboy Bebop과 비교했는데, Cowboy Bebop과 비교하는 것은 모욕적이다. Cowboy Bebop은 명작과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다.

Wednesday, September 30, 2020

헌책 팔기

책장 밖에서 자리를 찾지 못 하던 책 몇 권을 정리했다. 중고서점에 팔았다. 52,300원. 현금을 손에 들고 서점을 나오는데 기분이 매우 이상했다. 버스 몇 정거장을 걸었다. 그래도 그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다. 잡화용품점에 들어가 정말 필요했던 한 가지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상관없는 것 세 가지와 지금 사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두 가지를 현금과 바꾸어 나왔다. 그리고 10,900원이 남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라 자리를 차지하고 졸았다. 더럽게 막히는 도로는 나에게 충분히 잠들어도 좋다고 했지만, 난 매 정류장 마다 깼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거의 비어있는 여행용 가방을 힘주어 잡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