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cooooooooool

Sunday, October 20, 2019

책 - 엄마의 눈높이 연습

유튜브에서 추천하는 한 영상을 보다가 PPL로 보이는 책을 샀다. '엄마의 눈높이 연습'. 그 영상은 아래와 같다. 이런 식으로 책을 구매를 하지는 않는데,


'엄마의 눈높이 연습'에서 관심을 둘 만한 부분은 이 영상에 다 있다. 그리고 영상에서 언급되지 않은 책의 내용들은 대체로 성의가 없다. 글자수를 채워 넣기 위한 안간힘이 느껴질 정도이다. 인터넷 서점과 포탈의 평점이 묘하게 만점이다. 한 온라인 서점의 '리뷰'를 적은 사람들은 모두 만점의 별점을 주었고, 그들이 해당 서점에서 남긴 글이라고는 평생 이 책 리뷰 뿐인 건 우연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진정 그들의 '리뷰'처럼 아이를 키우고 고민을 해 본 사람이라면 이 책에 대하여 좋은 평을 한다는 것이 상식 수준에서 이해하기 힘들다.


이 책은 저자가 연구와 경험 그리고 생각 등을 스스로 가치있게 여기고 그  정리를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결과물이라기 보다는 저자 자신을 위한 '숙제해결', '이력관리', '경력쌓기', 어떤 무엇을 위한 '준비활동' 같은 필요수단으로 여겨진다.

아무튼, 위 영상은 책의 내용을 정리한 것 이상의 무엇, 재창조에 가깝다. 이 영상을 제작한 사람은 저자보다 해당 주제에 대하여 깊은 고민을 한 적이 있거나 광고주에 대한 높은 수준의 성의를 표현했거나 책 내용이 너무 수준 이하라서 채널의 품격 유지를 위하여 안간힘을 다 한 건 아닌가 싶다.

이 영상에서 내가 제일 의미있게 본 부분은 6분 30초부터 시작된다. 굳이 책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서점에 가서 일단 좀 훑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저자의 의도인지 편집자의 선택인지 알 수는 없지만, 너무도 친절하게 핵심 문장에 형광펜처럼 강조를 해 두었다. 한 장 한 장 슬슬 넘겨가며 그 부분만 본다면 당신의 검지에 묻혀 놓은 침이 다 마르기 전에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갑을 꺼내고 싶다면, 그건 당신의 선택이고 취향이니 말리고 싶지는 않다.

Tuesday, July 23, 2019

책 -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너에게

서명: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너에게
원제: I Wish You More
저자: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 Amy Krouse Rosenthal / 탐 리히덴헬드 Tom Lichtenheld
번역: 이승숙


대부분의 이런 아이들을 위한 책은 포장이 완고하게 되어 있어 그 내용을 미리 알지 못 한 채 구매해야 한다. 그래서 짧은 정보와 글쓴이와 그림그린이의 이력으로 내용을 견주고 수상내역으로 완성도를 가늠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실패를 거듭하다가 어렵게 좋은 책을 만나게 되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어쩌면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책이 아닐 수도 있겠다.

포장을 뜯고, 아이에게 처음 읽어 줄 때 난 울컥해서 쉬었다 읽다를 반복하며 마지막까지 갔다. 지금도 마음 깊은 곳에서 돋아나는 감정을 간신히 억누르며 아이에게 읽어 준다. 늦은 밤 혼자 앉아 몇 번이고 이 책을 본 적도 있다 - 그리고 마음 편하게 울었다.

이 책은 아마도 아이를 가진 부모에게 전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자라다오 - 라는 바램보다는 이렇게 자랄 수 있도록 부모가 노력할 것을 다짐을 하게 되는 책이다. 그리고 부모 자신이 자라왔던 지난 시절을 기억해 내며 자신의 부모를 원망하게 되는 책일 수도 있겠다 - 그래서 더 굳게 마음을 먹게 되는.

image from Amazon.com

참 좋은 책이다,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이 책의 정가, 1만원을 열 번이고 더 지불할 용의가 있다. 멋진 글도 좋지만, 아름다운 일러스트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Tuesday, October 09, 2018

김민기, 유월이 아닌 시월에

시월 들어 김민기의 노래를 듣는다, 계속. 어느 사람은 '상록수'를 국가(國歌)로 지정하자는 댓글도 달던데... 찬성하지는 않지만, 나쁘지도 않을 것 같다. 상록수는 내게 '김민기'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해 준 곡이고, 김민기를 시대의 이름으로 만든 또 하나의 곡이다. 하지만 그 '시대'는 소시민의 삶과는 술자리 이외에서는 유리되기에 나에게는 그저 힘든 일이 있으면 자주 읊조리는 곡. 그러나 그러나, 내가 가장 아끼는 곡은 아무래도 '봉우리'이다.

오늘 귀가길에선 이 노래를 따라 웅얼거리다 부질없이 눈물을 흘릴 뻔했다. 아직 젊은 것이 초로(初老)의 감성을 닮아간다.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 속의 좁게 난 길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지도 몰라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Monday, July 23, 2018

누군가는 별을 보고 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사용한 공책의 마지막 바닥을 채우고, 새 공책을 열었다. 그리고 다 쓴 공책을 이리저리 훑어 보았다. 그리고 이런 글이 무심하게 적혀 있었다.
세상 모든 것이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완벽한 세상을 꿈꿔야 한다. 내가 한 발짝이라도 그 완벽한 세상에 가까워 진다면 그 다음 사람이 한 발짝 더 쉽게 갈 수가 있으니까. 
누구의 이야기를 받아 적은 것일까? 그 아래에는 이런 글귀도 있었다.
우리 모두 시궁창에 살지만 누군가는 별을 보고 있다. We are all in the gutter but some of us are looking at the stars. (Lady Windermere’s Fan, Oscar Wilde) 
오늘 별을 보고 있던 한 사람이 숨을 거두었다.
우리는 완벽한 세상에서 몇 걸음 물러서 버렸다.
우울하다. 많이 우울하다.

Sunday, July 08, 2018

모나미 올리카, Monami Olika

사람은,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제대로 표현할 때, 사람답게 보인다. 그 표현의 방식은 누구나 아는 것과 같이 몸짓과 말하기 그리고 글쓰기라 할 수 있다. 이 중 가장 오랜 시간 그 생각을 남기는 방법이 글쓰기일 것이다. 물론, 특별한 사람들은 생각을 그 생각 그대로 전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 시리즈 파이널 에피소드 하나가 그렇지 않아도 위태롭던 전체를 전복시킨 그 유명한 형제 남매 자매들의 작품이 현실이라면 말이다.

용두사미의 전형을 보여준 센스8

생각을 표현 하는 방식 중 하나인, 글쓰기에 떼어낼 수 없는 도구, 필기구가 있다. 그 중 우리 세대가 가장 많이 손에 쥐었을 법한 것은 아마도 ‘모나미 153’일 것이다. Ball Point Pen이 제 멋대로 축약되어 볼펜이 되었고, 그 중에 대명사가 된 제품이다.

모나미에서 153 같은 만년필을 만들었다. 153 같은 만년필은 무엇인가? 153은 쓰기 시작하면 그 불편한 필기감을 어찌할 수 없다. 일단 내장된 ‘찐득’한 잉크를 1/3 정도 써버리기 전까지는 손끝에 적당한 힘을 주지 못 하면 제대로된 필기를 할 수 없다. 1/3 지점을 통과하면 이보다 부드럽게 써지는 볼펜이 세상에 있을까? 싶은 기분에 젖어 드는데 – 사실 이 또한 잠시이다. 잉크가 이제 1/3만 남는 지점을 통과하여 바닥을 항해질주하면 그 찐득한 잉크기 과도하게 나오기 시작하고 소위 말하는 ‘볼펜똥’이 군데 군데 묻어나기 시작한다 – 그러다가 운이 없으면, 펜 끝의 볼이 빠지고는 한다. 당황하지 말라, 방금 적었던 글자 속에 남아 있다. 잘 찾아 끼워 넣으면 조금 더 쓸 수 있다.

153은 그런 볼펜이었다. 절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고수해 줘서 고마운 그래서 다른 것들은 적당히 포기할 수 있는 그런 볼펜이었다. 거기다가 흑색 청색 적색까지 다양한 색상을 구비하여 자신의 공책과 참고서를 화려하게 꾸며 넣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아, 형광펜? 그건 한 참 뒤의 일이다.

모나미에서 153같은 만년필을 만들었다. 올리카. OLIKA라고 영문으로 적더라. 3000원 안팎으로 살 수 있는 이 만년필은 실상 萬年筆이 아니다. 萬年은 커녕 1년도 제대로 쓰기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 만년필은 정말 좋다. 왜? 3000원이니까.


올리카는 처음 쓰기 시작하면 약간의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어? 이 감각은 무엇이지? 나에게 필기를 하지 말라고 하는가? 라는 느낌이 든다. 마치 50원에 사온 펜촉처럼 종이를 갉아 먹는 듯 거친 느낌, 일정하게 묻어 나오지 않는 잉크 – 혹시 촉이 막혀 있나 싶어 물 속에 한 참을 담궈 둔 적도 있다. 잉크 카트리지를 꽂아두고 한 동안 쓰지 않아서 그런지 싶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흑색(黑色)과 더불어 적색(赤色)도 함께 샀는데, 이게 QA가 제대로 되지 않는지 두 개의 같은 만년필이 필기감이 다르다. 그럴 리 없겠지만, 잉크 때문인가 싶어서 카트리지를 제거하고 충분히 물에 충분히 담가 씻어 낸 후 바꿔 꽂아 봤는데, 그럴 리 없었다. 그냥 QA가 제대로 안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첫번째 카트리지를 다 쓸 무렵 이 만년필은 제대로 써지기 시작했다. 153같았다. 그런데, 세번째 카트리지를 중간 즈음 썼을 땐 이유없이 잉크가 많이 흘러나오는 느낌이 있었다. EF를 샀는데 신속히 F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꼭 153 같았다.

난 ArtPen을 좋아한다. 로트링 아트펜. F와 EF를 번갈아 쓰고, 1.1도 좋아한다. 어쩌면 난 공백을 글자들로 채워내는 행위에 즐거움을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아트펜도 오래 쓰면 EF가 F로 변하고 F는 M으로 변해간다. 하지만 올리카와의 차이는 아주 천천히 진행되어 어느덧 변해 있다는 것이다. 1년 전 혹은 수개월 전에 적었던 문장을 꺼내어 봐야 ‘아, 원래 EF는 이런 굵기였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올리카는 며칠, 몇 주 사이에 이 변화가 진행된다. 기본 구성이 펜 1개에 카트리지 3개인 건 이런 이유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불행히도 네번째 카트리지를 넣을 무렵 그 펜을 잃어버렸다. 어느 회의실에서 굴러다니다가 사라졌거나 어느 카페에의 소파 틈에 갇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직 4번째 카트리지 이후 글씨의 굵기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가 없다.
아무튼 153같다. 그런데 이 올리카는 OEM이다. 중국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청자의 스테디 셀러를 벤치마킹해서 같은 감각을 전한다는 건 실로 엄청난 일이다. 생산자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정성을 부가한 느낌이다. 대단하다, 21세기에 이런 품질이라니 – 하지만 이런 탄식은 아름다운 가격에 즉시 잊혀진다.

세개의 올리카 중의 하나, 유독 펜촉(Nib) 상태가 불량하다.
당신의 올리카도 이럴 수 있다. 

세번째 올리카를 샀다. 3000원이라는 가격과 그에 부합되는 저렴한 카트리지는 정말 매력적이다. 필기구란 잃어버리는 운명을 당연히 맞이해야 한다. 그런 운명에 적당한 내구성과 적당한 필기감을 가지고 있다. 만년필의 약간의 부실함은 의외로 공책의 성실함을 담보해야 하는데, 다른 어떤 만년필도 그렇겠지만, 더더욱 이 저렴한 만년필에는 몰스킨 정도가 좋고, 무지(無印良品)에서 묶음으로 판매하는 재생지 노트도 꾀나 잘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