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February 08, 2021

승리호 Space Sweepers

익숙하다. 설정도 대사도 분위기도 어디에서 본 듯 하다. 이걸 포스트모더니즘의 혼성모방(混成模倣/pastiche) 정도로 미화한다면 결과적 의미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이것을 찾기는 매우 힘들었다. 그래도 난 이 영화가 재미있었다. 

오락영화는 원래 재미가 전부이다.

Space Sweepers 승리호

그런데, 이 영화가 정말 재미있는 영화로 기억되기 위해서는 중간 어디 즈음 20분과 마지막 10분(혹은 15분)은 확실히 잘라내어야 할 것 같고, 각 등장인물들의 케릭터를 설명충(혹은 설명봇)이 구술(口述)하는 것이 아니어야 했다. 이 영화가 정말 영화로써의 몰입감과 리듬감을 관객에게 전하려 했다면 죽고 죽이는 장면을 제대로 그렸어야 했다, 만약 관람연령에 대한 우려로 인한 연출었다면, 마블의 영화들을 잘 참조해야 했다, 마블은 참혹하고 잔인한 장면을 회피하면서도 그 상황에 대한 정확한 감정전달과 액션의 요소를 해치지 않고도 12세 이상 관람가를 획득했다. 어차피 이 영화는 망가와 애니메부터 할리우드 영화까지 수 많은 서브컬쳐들을 모방하길 주저하지 않았는데, 그 이전에 연출 기법부터 제대로 베꼈어야 했다.

이 영화는 시작과 함께 태극기와 한글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런데, 굳이 그런 장치가 없어도 이 영화는 '한국영화'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쓸데없는 신파가 양념처럼 끼어드는 것을 멍하게 보고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수습하는 것은 할리우드식이라 갸우뚱하기도 하다.

한국 오락 영화에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이 영화가 한국영화라는 사실은 또 이야기의 큰 줄기로도 쉽게 알 수 있었는데, 반(反)자본주의와 반(反)기업 정서가 전면에 돌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래 전, 진정한 정권교체가 있었던 한국사회에는 당시 정치를 주도했던 젊은 세대가 국가와 사회를 쥐어 흔들었고 그 여파는 여전하다 못해 더 강해지고 있다, 특정 이념에 전도된 그들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편향된 교육으로 동지를 생산해 내는 데에 전념하였고 그것은 성공적이었다. 그리하여 어떤 경우에도 기업인과 그들의 활동의 바탕이 되는 자본주의를 배격해야 마땅하다는 공감대를 이제는 전국민이 가지게 되었는데, 그 심볼이 영화에 등장하고 그것에 대항하는 민중의 모습을 세련되게 그려냄으로써 한국인들의 보통의 정서에 부합하는 결과를 얻어 내었다. 이런 측면으로 해석을 하면 단순한 오락 영화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 영화의 존재이유는 오락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혹은 이런 정치적 투쟁의 메시지가 오락 영화의 주된 흐름이라고 하더라도 한국 사회의 어느 누구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민중의 의식은 변화되었다. 

남조선 인민들에게 계급투쟁은 일상이다.

이는 감독이나 영화를 제작한 모두가 의도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런 구도가 할리우드 서부극에서 배워온 형식을 현대 한국식으로 해석하면 너무도 자연스러운 대입이기 때문에 아무런 무리가 없었을 뿐이다.

아무튼 대체로 재미있는 영화였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조지 클루니 연출 주연의 미드나이트 스카이 Midnight Sky보다 10배는 재미있었고, 일본 서브 컬쳐의 자기복제 능력을 여실히 증명한 아리스 인 보더랜드 Alice in Borderland보다 2배는 참신했다. 미국의 한 매체는 카우보이 비밥 Cowboy Bebop과 비교했는데, Cowboy Bebop과 비교하는 것은 모욕적이다. Cowboy Bebop은 명작과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