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August 04, 2014

찰리의 퇴장에 부쳐

그리고 (다시) 야구와 멀어지기를 마음먹으며…

심판 김준희.

오심으로 논란의 인물이 되었던 그 김준희 심판, 한화에 유독 심했던 그 김준희 심판. 심판은 찰리의 초구부터 스트라이크 존 놀이를 했다. 스트라이크 볼의 일관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마지막 공을 던지고 찰리가 흥분한 건 아무래도, 조금 전에 스트라이크였는데 이 공은 왜 볼인가? 에 대한 항의였으리라. 단순히 심판은 판정을 잘 했는데, 찰리가 의미없이 흥분한 건 아니었다.

찰리는 항의를 하며 홈 배이스쪽으로 걸어갔다. 정상적이라면 심판은 자기 자리에서 판단을 해야 한다. 하지만, 포수를 건너 뛰어 마스크를 벗으며 마운드 쪽으로 걸어간 건 한번 겨루어 보자는 의도가 아니었나?

심판은 찰리에게 경고를 내렸다. 포수 이태원은 찰리의 엉덩이를 두들기며 마운드로 향해 돌아서는 찰리를 진정시키려고 했다. 문제는 이 짧은 순간에 연이어 퇴장을 심판을 명했다는 것이다. 이 때부터 찰리는 폭발을 했고, 기사화 되고 사람들의 키보드와 입에 오르는 욕 사건은 본격적으로 일어났다.

심판은 규정을 준수했다고는 하지만, 준수하는 규정이 너무 편리하게 해석된다. 경고 후 단속하겠다고 주차된 차들에게 확성기로 고지하자마자 구청에서 주차위반 스티커를 발부함은 물론이고 견인조치까지 한 번에 한 것과 같다.

불법주차는 잘못이지만, 단속과정이 매끄럽지 못 하지 않은가. 이번 심판의 찰리에게 내린 경고 후 즉시 퇴장명령은 그런 의미에서 절차가 매끄럽지 못 하였다. 하지만, 이 부분은 지적하는 기사는 찾아 보기 힘들다. 다국어 육두문자를 쏟아내는 본격적 문제 상황은 이로써 성립되게 된 것인데, 거의 모든 기자들은 심판이 제재하고 경고를 했음에도 이것이 이행되지 않자 불가피하게 규정에 따라 퇴장을 명령했다고 묘사하고 있다.

김경문 감독 그리고 덕아웃의 모든 선수와 코치들

뭐했나. 투수코치든 감독이든 찰리가 큰 몸짓을 하고 소리치며 마운드를 내려올 때 총알같이 나와 대신 (이 상황이 무엇인지 판단되지 않더라도) 심판이랑 대면하고 찰리를 차단했어야 했다. 최소한 포수 이태원이 걸어 내려오는 찰리를 보고만 있어서도 아니 되었고, 뒤에 있는 심판이 행동하는 것을 그냥 놓아두었어도 아니 되었다.

덕아웃에서 무언가 조치했다면 사태가 이렇게 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몸을 쓰는 곳에서 신사처럼 조용조용히 말로만 무언가를 하겠다고 점잖게 슬금슬금 움직이다가는 수습할 시기를 놓치는 것이다. 지금 미국에서 살아있는 전설이 되고 있는 커쇼도 구심에게 감정이 폭주할 때가 있었다. 그 폭주는 감독의 빠른 행동으로 단순한 감정 표출로 끝났다. 김경문 감독은 그러하지 못 했다.

모든 스포츠에서 감독을 영어는 ‘코치 Coach’라고 한다. 하지만, 야구에서만 감독을 ‘매니저 Manager’라고 표현한다. 매니저. 단순한 역할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번 경기에서 김경문 감독은 매니저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 찰리가 양팔을 벌리며 마운드에서 두 걸음을 떼었을 때 거의 모든 팬들은 긴장했을 것이다. 그런데 NC 덕아웃은 찰리가 퇴장이 되고 끌려 나올 때까지 긴장하지 않았던 것 같다. 찰리를 리그에서 지우고 싶었던 의도가 선수단에 없었다면, 김경문 감독 이하 선수단의 모든 개개인은 경기에 참여하는 주체로서의 무능을 증명했다.

만약 이 때 포수가 강민호였다면 어떠했을까? 혹은 조인성이었다면 어떠했을까? 그리고 감독이 선동렬이었다면 어떠했을까? (감독으로서 선동열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선수를 보호하며 대신 심판과 싸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현역 감독이어서) 아니다, 로이스터만 있었다면 사태는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최소한 감독 스스로 퇴장을 당하고 찰리를 살렸을 것이다. 응당 그러하였을 것이다.

김경문 감독이 그 순간 한 행동은, 경기를 10여분 지연시킨 것 뿐이다.

야구팬들

이 때다 싶어서 찰리의 업적을 내려까고, NC 다이노스를 양아치 구단으로 만들었다. NC 다이노스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입장에서 참담하기까지 하다. 야구팬들은 전후사정을 알지 못 한체, 당시 경기를 보지도 못 한 기자가 짜집기한 이야기에 공분하며 NC 다이노스를 닳아 없어질 때까지 까기 시작했다. 아… 과거 내가 야구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던 이유를 상기시켜 주는 야구팬들의 10원짜리 반응이 거의 모든 게시판에 도배가 되고 있다.

SBS Sports 중계 그리고 기자들.

김재현, LG와 SK를 거쳐 은퇴한 전직 야구선수 - 그는 편파적이었고, 친절하지 못 했다. 이전 경기에서 에릭이 부상으로 내려가고 손민한이 올라와 아웃카운트를 잡아가다가 박정권에게 2점 홈런을 맞았다. 그 때 김재현은 박정권의 완벽한 홈런이었다고 칭찬을 했다. 하지만, 손민한이 씁쓸한 표정을 보이고, 박정권이 어색하게 웃으며 공이 팬스를 넘어갈 때까지 타석에서 벗어나지 못 했던 건, 태풍이 만들어낸 강한 바람이 파울 타구를 홈런으로 변신시켜 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재현은 ‘완벽한 홈런’으로 칭찬하기 바빴다. 그리고 이번 사건이 벌어졌을 때, 1구부터 문제가 있었던 공이 들어갈 때가지 찰리는 마운드에서 불편한 기색을 보여주었고, 어이없음을 몸짓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구심은 오심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기도 하고, 막 2군에서 올라왔음을 지적했어야 함에도, 이 부분을 모두 생략하고 마지막 공이 볼인데 찰리가 스트라이크라고 우긴다는 식의 멘트를 중계에서 연속으로 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도 그런 말을 했다면, 매우 의도적인 편들기를 했다고 생각할 수 있고, 그렇지 않았다면, 경기를 유심히 보지 못 한 채 (다른 유명한 해설위원들이 하는 것처럼) 자기 이야기하기 바쁜 나머지 단편적인 상황에 어리둥절 한 것이다. 찰리가 심각한 상황의 주인공이 되어 덕아웃으로 끌려 나갈 때 김재현 해설 위원이 반복해서 한 말이라고는 ‘NC 불펜에 과부하가 예상된다’ 뿐이었다.

이 사건 이후로 틀어놓은 수도꼭지에서 물이 쏟아지듯 나온 기사들은 대부분 경기를 처음부터 보지 못 한 기자들이 적은 것 같았다. 과정은 생략하거나 심판에게 유리하게 변형되어 인터넷을 도배했다. 전후 사정을 잘 모르는 야구팬들은 이런 기사에 판단을 맡기고 NC와 찰리에게 비난을 하며 일상에서 억눌렸던 감정을 표출했다. 실제 경기를 처음부터 보지 못 하고 기사를 섰다면 그 기사는 쓰레기가 되는 것이고, 경기를 모두 관찰하고 이런 기사를 썼다면 기사 뿐만 아니라, 기자도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찰리.

잘 못 했다. 할 말이 없다.
나도 평소 온순하다가 가끔 터지는 지난 시절을 보내었기에 난 그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고 말하고 싶다. 얌전하고 온순한 사람이 터질 때에는 이상하게도 별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최대치의 화를 내게 되고 통제 또한 안 된다.

연유야 어찌 되었든, 그 경기에서 그렇게 한 건 매우 잘 못 한 것이고, 시간이 지나도 찰리, 당신의 수식어로 따라다닐 것이다. 평소 악역을 자처하고 거친 언행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이런 것 즈음은 잘 잊혀지겠지만, 지금까지 비추어진 찰리의 모습과 반대되는 모습이라 그 누구도 잊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영원한 꼬리표가 될 것이다.
찰리가 잘 못 했다.

그리고 찰리가 이 리그에서 앞으로도 생존하려면 이 꼬리표를 늘 보면서 공을 던져야 할 것이다. 감추어지거나 잊혀질 꼬리표가 아니다. 변명을 하고 싶다면, 몇 년 뒤에 위대한 업적을 세워놓고 누군가 가볍게 이 날을 물어본다면 진지하고 무겁게 후회하고 있다고 말 하면 좋겠다. 그 때까지 계속 찰리가 안고가야 할 업보가 된 것이다.

그리고 야구팬인 나.

리그에서 누군가의 절대적인 팬을 자처한다면 손민한이다. 진갑룡, 주형광과 더불어 지난 시절 최고의 야구선수였던 손민한, 세상 모든 야구팬이 먹튀라고 놀릴 때도 그를 지지했다. 그리고 작년 선발로 손민한이 마운드에 섰을 때 코끝이 찡했다. 가슴이 뭉클했다. 그래서 다시 야구를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물론, 야구판의 모든 사람들이 NC를 조롱할 때 NC의 편이 되고 싶었던 마음은 이미 있어 왔다. 기득권을 가진 그들을 이겨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그 이전에는 로이스터의 롯데를 응원했고,
그 이전에는 주형광과 손민한의 롯데를 응원했다.

가르시아가 임채섭 심판에게 농락당하고, 로이스터가 한국을 떠나면서 야구보기를 완전히 접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야구를 보게 된 것이 NC 다이노스였고, NC를 응원하면서, 재기하는 선수들이 보여주는 기득권에 대한 도전이 유쾌한 꼴지를 넘어 리그 7위로 시즌을 마감했을 때 감동을 초월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특히 지난 시즌 초반 대부분의 기자들과 방송 중계진들이 NC를 조롱하던 말들을 기억해 낼 때 더 짜릿했다.

하지만, 이제 야구를 계속 힘주어 시청하는 일을 그만해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찰리의 욕설파문은 단순히 찰리의 개인적인 문제는 아니다. 사대부 양반처럼 좋은 이야기만 하고 느릿느릿 움직이는 감독과 코치들에 대한 실망도 대단하고, 경기의 지배자인냥 격양되는 심판도 보고 싶지 않다. 더 이상 NC를 조롱하는 야구팬들을 보고 싶지도 않으며, 인종주의자들이 야구판의 지도자인냥 방송에 나와서 떠드는 것도 듣기 싫으며, (찰리의 욕설은 심각한 문제가 되는 야구판이지만, 인종주의자들의 거침없는 차별언사는 용인된다) 선수출신 해설자들의 편협한 지식과 얕은 양식 - 중계를 보는 사람은 저것이 투심인지 포심인지 궁금하지 않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포수 미트까지 도착할 때까지 공이 몇 번 회전하는지가 뭐가 그리 중요한가?  타자가 타석에서 어떤 자세로 스윙을 해야 하는지 아웃카운트가 3개가 다 차고 이닝이 바뀔 때까지 늘어 놓지 말아라 여기는 야구 교실이 아니다. 제발 볼 카운드가 어떻게 되었는지 교체 선수가 누구인지 알고 싶으며, 그걸 말하려는 캐스터를 입으로 봉쇄하지 말아라 그리고 물리학적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초속’ ‘종속’ 타령은 제발 그만 듣고 싶다. 마지막으로 ‘용병’ ‘토종’ ‘어린’ - 이런 수식어를 선수들에게 붙혀 부르는 것도 너무 거북하다 - 으로 시청자를 가르치려 드는 것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으며, 그들의 낮은 수준의 국어 구사능력으로 불편해 하는 나를 들여다 보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NC가 잘 했으면 좋겠지만, 앞 날들은 그리 빛나 보이지 않는다. 외국인 선수들에게 나도 안 쓰는 욕을 찰지게 하게 끔 가르친 선수들, 당신들에게도 서운하다. 그 사건이 발생하고 진행하는 동안 순둥이처럼 비맞으며 자기 자리만 지킨 당신들이 얄밉다. 더 이상 야구팬으로서 속이 상하고 불편해지는 마음을 안고 있기 보다는, 야구를 멀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스포츠에 우리가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야구단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야구선수로서 하드볼을 움켜쥐는 이유가 무엇인지, 야구기자로서 생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야구심판으로 마스크를 쓴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야구를 중계하는 사람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은 무엇인지 한 번 즈음 각자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난 이제, 로이스터가 떠난 리그를 지켜보던 것처럼 몇 걸음 뒤로 물러나 야구를 보아야 겠다. 그게 팬으로 남기 위해 내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자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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