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라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참 오래동안 생각했다. 학생 때 읽게 된 교과서에서는 자아실현의 장이라고 했고, 한 선생님은 사회에 대한 공헌이라고 했다. 이 질문을 아버지에게 던졌을 때에는 기억에 남을만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 했다.
어떤 직장에 다니느냐, 어떤 직종에서 어떤 직책 직급으로 일하느냐가 중요하겠다 믿은 적도 있다. 내 명함 위에 등장하는 회사이름이 마치 나를 대변할 것만 같은 느낌, 그랬다.
시간이 흐르고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으면 이 오랜 질문에 대해 명쾌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그러한 마음을 가질 리 만무하여 보인다.
직업이라는 건 그저 밥 벌이의 방편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도 사로잡혀 보고, 인간사회의 알 수 없는 규약같은 것이어서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가늠할 수 없는 테두리 밖에 있는 문제가 아닐까? 라고도 생각해 봤다.
폴 오스터의 빵굽는 타자기를 읽어보아도, 김훈의 밥벌이의 지겨움을 보아도, 옛서양의 길드, 중동의 키부츠를 살펴 보아도 나에게 좋은 생각을 전해주지 못 하였다.
하지만, 꾸역꾸역 해 나아가는 것, 그것이 절대 조건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성취 - 자아실현 - 사회공헌 - 윤택한 삶의 시작 이 모든 건 그 이후에 엮일 수도 있는 무언가가 아닐까?
매일 아침 저녁 긴 거리를 회유하는 이유가 사실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냥 주어진 몫에 충실해야만 할 것 같은, 그저 그런 이유. 그래서 사람답게 보일려는 무리의식. 그것을 초월하는 의미는 아직 찾지 못 했다.
그렇다면, 매달 통장에 찍히는 수(數)라도 즐거우면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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