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늦게 지고 늦게 뜨는 느낌입니다. 그냥 느낌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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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보니, 주위 풍경은 위와 같았습니다. 밤 풍경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군요.
오늘도 각오한 것처럼 아침부터 택시기사와 대화의 어려움에 처했습니다. '택빡', 두 음절에 모두 강세가 들어가는, 이 소리는 'Technopark'를 그 분께서 발음하신 것입니다.
사무실로 들어오니 최소한 대화 중 오해를 빚거나 서로 '도체 무슨 말을 하는거야?'라는 표정을 짓거나 보지 않을 수 있어 안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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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사건이 없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제 얼굴을 보자마자 아주 친절하게 회의실을 안내해준 분께서 용건을 '상세'하게 물어보지 않은 탓에 엄한 곳에서 앉아 있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었을 땐 이미 제법 시간이 흘렀더군요. 덕분에 다른 회의실에 앉아 정각에 나타나지 않은 동료를 기다렸던 분들이 살짝 늦은 일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sorry - that's ok. 로 일정은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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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vator가 아니라 lift. floor가 아니라 storey로 표기하고 있었습니다. 생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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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이 끝나고도 본국에서 끝내지 못한 일이 뒷다리를 잡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고, 족쇄를 최단 시간에 해체하고 나니 거의 19:00. 넘어 주위는 어둑어둑해지고 있었습니다. 모국어 대화가 가능한 신氏 姓을 가진 선배와 제빠르게 택시를 잡아 타고 (여기는 택시의 천국) 아름다운 저녁을 그냥 보낼 수 없다는 一念과 속이 쓰리도록 고픈 (점심 메뉴가 최악이었던 탓에) 상황을 해결하려는 次念을 성취하기 위하여, 먼저 다녀간 분들이 입 모아 추천하는 the Merlion을 소리 높혀 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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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택시기사는 무슨 이유인지 못 간다 합니다. 차는 벌써 대로로 진입하고 신호를 두 번째 지나려 합니다. 머리 속에 스치는 한 지명, 'Orchard Road' - 역시 못 간다고 합니다. 단어만 가지고 대화를 하시는 택시기사께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왜'라고 물어보면 '이래서'라고 답하는 게 아니라 앞선 답을 반복하시는 굳건함과 어떠한 추가 질문에도 처음 뱉은 말을 반복하시는 일관성에 전, 'City Hall'로 타협봤습니다.
여기 택시는 신용카드가 되는 택시가 있고, 그렇지 않은 택시가 있다고 합니다. 신선배의 전언에 따르면 청색택시와 황색택시는 카드결제용 단말기를 갖출만큼 규모있는 회사에서 운영하는 것이고, 그렇지 아니한 색의 택시는 규모가 작아 필요장치를 구비하지 못 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아무튼, 구별법은 뒷문 창에 카드제휴 스티커가 붙어 있는지 보고, 타기 전 택시기사에게 신용카드를 쓸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것입니다. 단말기가 고장나 있을 수도 있으니... 하지만, 현금선호는 어디가든 마찬가지입니다. Lonely Planet에서도 '언제나 현금은 어디에서나 좋은 지불 방법이다'라고 항상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는 건데, the Merlion이나 Orchard Road로 가려면 유료도로를 지나야 하며, 그 때 낼 '현금' 통행료가 필요한데 승객이 카드결제해야 한다고 하니 못 간다고 응대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택시비가 이렇게 비싼지 몰랐으며 (야간 할증은 깜짝 놀랄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음식점이나 상점에서는 신용카드를 받지 아니하니, 지갑 속에 누워있는 현금 사용을 최소화 하려는 의도가 이런 communication fault를 낳지 않았나 싶습니다. 방금, 도대체 거기서 두 곳이 얼마나 멀다고 그랬는지 (택시기사가 too far! too far!를 외쳤기에 - 참 간결하지 않습니까?) Google Maps를 보다가 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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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번 샤넬 모델은 많이 어려진 것 같습니다. 결국 구매력을 갖춘 모든 잠재고객의 궁극적 희망은 어려 보이는 것이기 때문일까요? 아름다움은 나이에 좌우되지 않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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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에서 가까운 쇼핑몰에서 식사도 하고 둘러보다가 전세계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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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 스타벅스의 매니저로 보이는 청년은 참으로 친절하고 상세하게 말을 했습니다. 그 한 사람으로 매번 (지금까지 3번 밖에 안 탔지만) 택시 속에서 겪었던 불편함으로 살짝 어긋나던 싱가포르의 인상이 아주 좋아졌습니다.
어느 한 개인이 그 회사, 그 도시, 그 국가를 의지하지도 않았는데 대표된다는 것은 불합리하지만 마주하는 대상은 그 불합리를 아주 정당하게 받아드립니다, 감정이 있는 사람이니까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외교관입니다.'라는 오래된 공익광고는 유치하고 관료적으로 다가왔지만, 사실입니다.
스타벅스 커피는 사실 어딜 가든 비슷비슷한 듯 합니다. 덴버(Denver, CO)의 적당히 아름다운 카페들을 일순간에 몰아내고 16번가 상점거리(16th Mall Street)를 점령한 스타벅스도, 이 곳, Raffles의 스타벅스도, 삼성동 코엑스의 스타벅스도, 수내역 롯데백화점 인근 스타벅스도 - 그 때 그 때 맛이 상이하고 그 날 그 날 향도 사뭇 다른 건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그 오차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 합니다. 반 시간 정도 앉아 있는 동안 free Wi-Fi에 감사했고, 사람들이 힐긋 힐긋 쳐다보는 시선은 즐기지는 못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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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도 먹었고, 차도 마셨고 나른해지는 시각 - 편한 신발 하나 사야겠다고 이리 저리 기웃거리며 knee가 malfunction이라고 고통을 호소하는 신선배를 참으로 많이 끌고 다녔습니다. (미안해요, 내일 아침 택시비는 제가 낼게요)
법과 질서가 정확히 지켜진다는 싱가포르라고 하지만, 무단행단은 참으로 일상화된 거 같습니다. 전 잡혀갈까봐 못 했습니다. 금연지역에서 과감하게 연기를 뿜어내는 사람도 있었고, 전 잡혀갈까봐 못 했습니다. 택시의 운행 및 주행형태는 신호준수를 제외하고는 한국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무서웠지만 그냥 안전벨트를 찾는 수준에서 소심하게 항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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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싱가포르에 대한 인상 중에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참으로 깨끗하고 잘 정리되어 있다는 느낌 하나입니다. 생소한 육교를 지나 계단을 내려오는 구석 구석 우범지대로 분류될 만큼 외진 곳 모두 깨끗하고 조명이 잘 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그 구석에서 애정행각을 펼치는 젊은 커플들은 역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군데 군데 CCTV가 있는데... 사실 사랑의 늪에 빠지면 세상이 안구에 비추어지는 각도가 달라지니 큰 상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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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고 있는 호텔은 재미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건물이 둥글게 애워싸서 가운데 큰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학생일 때 이런 구조로 설계하면, 교수님께서 공간활용도가 낮다며 핑잔을 주던 생각이 납니다. 공간의 활용은 밀도에 있지 않고 그 공간을 영위하는 사람에게 어떤 느낌을 주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은 갓 스물을 넘겼을 그 때나 마흔이 가까이 찾아온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사실, 그 덕분에, 객실내의 공간은 참으로 오밀조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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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과는 한국에서 홀로 삼일절을 맞이할 아내에게 Skype로 전화를 하고 뜨거운 물에 몸을 담궈내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내일은 뒷다리를 잡히는 일이 없어서 땡! 소리와 함께 시내모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선 편안한 운동화 하나 사야겠습니다. 정말 예쁜 신발을 신고 왔는데 뒷굼치 윗쪽 피부가 벗겨졌습니다. 여성분들 하이힐 신고 겪으시는 고통, 유사체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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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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