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March 07, 2006

양심없는 집, 혼란스러운 도시

양심없는 집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경우에 해당된다.
  • 옆 집이 10원에 집을 세 놓는다고 옆에 있다고 같이 10원에 세 놓는 집. 대체로 이런 집은 5원도 아깝지만, 묵시적으로 이루어지는 집 주인들의 단합이라함은.
  • 밖에 내어 놓아도 아무도 집어가지 아니할 것들을 가득 채우고 '풀옵션'이라고 말하는 집. 차라리 들어가 있는 거 폐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남향이라고, 이런 집은 찾기 어렵다고, 그래서 조금 비싼 거 뿐이라고 - 하지만, 남쪽으로 내어진 창의 크기는 20인치 모니터 두 개의 크기로 모두 가릴 수 있었다.
  • 주차 가능 - 집 앞 도로가 주차장인지 난 몰랐다. 설마라는 나의 반응은 '왜 그러삼?'이라는 쌩뚱맞은 표정에 짓눌려져 버렸다. 사실 이 정도는 양호했다. 다른 집은 집 뒤에 있는 옹벽 밑에 주차하면 된다고 했다. 옹벽 아래에는 조금 전까지 굴러 떨어진 듯 보이는 흙과 돌맹이들이 적잖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도 옹벽 밑에 주차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을까?
  • 깨끗한 신축. 지반 침하가 계속되어 집이 내려앉고 있었다. 나 건축과 나왔다. 그 침하로 세로 크랙이 깊게 생기는 것이었고,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 것이었다. 깨끗한 신축 맞았다. 준공한지 1년도 안되었다.
아침부터 헤집고 다녔더니 발이 부었다. 행정수도 이전이니 혁신도시니 말만 무성했던 정치쑈들이 잔뜩 부동산 가격만 올려 놓았나 보다. 도시 기반 시설은 전무하고 난개발만 행행하니, 사람 살 곳이 못 되어 가는가 보다. 신호등도 없는 사거리, 아무도 지키지 않는 일방통행, 횡단보도를 무시하는 보행자들, 차선은 있으나 마나, 버스는 자기 마음대로, 택시도 마음대로, 건물들은 날림, 사방이 공사장, 질주하는 덤프 트럭, 뒷골목까지 빽빽하게 주차된 자가용들, 욕으로 대화하는 아이들, 나는 오늘 연혹에 다녀온 듯한 느낌이었다.

3 comments:

  1. 이사 준비하면서 스트레스 많이 받으시나 봅니다.
    지상의 방 한 칸. 여기에 우리나라의 수준이 다 들어있다니까요.
    근데 사람처럼 집도..
    나와 인연이 될만한 건 한 눈에 느낌이 오는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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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천안나들이라도 하셨나보군요. ^^; '양심없는 집, 혼란스러운 도시'가 과거의 대한민국이자 현재의 대한민국 그 자체가 아닐까요? 미래의 대한민국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서 더 암담할 따름이죠. 서울도 그렇겠지만, 지방에서 특정지역을 벗어나서 뭔가를 바란다는 건 무리가 아닐까요?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면 그래도 살만한 집은 구하실 수 있을꺼예요. 옮기시는 직장이 어느 지역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신부동이나 쌍용동이 천안에선 그나마 괜찮은 동네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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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양심과 비양심 사이를 줄기찬 발품 팔기로 해쳐나왔답니다. :)

    천안은 포기하고 지도를 펴고, 공사중인 도로를 제거하고 이동거리와 시간을 고려하여 천안에 사는 것과 그다지 차이없는 심리적 거리에서 살 곳을 찾았답니다.
    행정구역은 아산이더군요.
    행정구역 하나 틀려지는데, 양심이 살아나더랍니다.
    물론, 좀 더 살아봐야 하겠지만 말이죠.

    쌍용동은 지금 연필과 종이를 손에 쥐면 지도도 그릴 수 있을 거 같아요 ~

    이런 비양심과 양심의 경계에서 심심한 좌절을 수시로 겪는 건 한국적 상황도 있겠지만, 이런 상황을 야기시키는 건 사소하고 가볍지면 무시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인 듯 합니다. 다만, 이 땅에서는 조금 더 치사할 뿐이죠.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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