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November 20, 2004

폴 오스터: 달의 궁전

등장인물 누구에게도 감정이입이 되기 힘들었던 소설. 한두 혹은, 두서너 발자국 뒤에서 그들의 삶을 그들의 흥망성쇠를 모르는 척 관찰했던 이야기.

폴 오스터: 달의 궁전
Paul Auster: Moon Place

Moon Place Korean Edition
image from Libro
장황하고 끝없는 액자 속을 관통해야 하는 곤욕을 치우러야 하는 이 소설은 ‘성장소설’로 단정한다. 주인공 ‘나’로 등장하는 M.S. (Marco Stanley Fog), 토마스 에핑 (Tomas Effing), 그리고 솔로만 바버(Solomon Barbour) 이 들 모두의 공통점은 책을 읽을 미래의 독자들을 위하여 숨기고 싶은 것 하나와 모두 인생의 성쇠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자기가학적인 행동을 해 나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하고 깊은 슬픔을 자기 성찰의 시간으로 만들어가는 데에 희열을 느끼는 듯한 행동을 한다. 이는 이 소설의 제 4의 주인공인 ‘달[月]’과 그 습성을 같이한다.

소설의 시작 ‘인간이 달 위를 처음 걸었던 것은 그 해 여름이었다’
에핑이 M.S.에게 자신의 ‘사망기사’를 적기 전에 보고 오게끔 한 그림, Blakelock作 ‘Moonlight’
소설의 대미, ‘언덕 위로 달이 떠올랐다. 달아오른 돌처럼 노란 둥근 달이었다. 나는 그 달이 어둠 속에서 자리잡을 때까지 눈 한 번 떼지 않고 밤하늘로 솟아오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Moon Place English Edition
Image from Amazon.com
‘달의 궁전’에서의 달은 천체물리학적인 달의 변화에 그 해석의 가지를 뻗을 수 있다. 차오르고 몰락하는 달의 주기는 이 소설의 주요등장 인물 세 사람의 인생역정과 닿아 있다. 스스로 몰락하고 스스로 재건하는 그들은 서로 닮아 있으면서 서로 다른 방법의 가지 수로써 스스로를 성장시켜간다.

사람은 얼마나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을까? 성찰의 결과로써 얻어지는 경험치는 스스로의 다음 성장을 위해 얼마나 거름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그 거름은 반드시 처참한 몰락과 자기 부정에서 시작되어야만 하는가? 이 책을 덮을 때까지 내가 폴 오스터의 행간에서 끝없이 던진 질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덮을 때까지 세 등장인물들의 흔적을 머리 속에서 다시 조합하여도 답을 얻지는 못하였다. – 아마 그 답은 M.S.가 알고 있을 듯 하다.

‘달의 궁전’은 그저 관찰할만한 성장소설일 뿐이지 않을까? 미국 현대문학의 사조에서는 반향을 일으켰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겐 그저 ‘뉴욕 삼부작’의 패턴이 묻어나는 또 다른 연작 소설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한다. 혹은, 지금까지 읽었던 폴 오스터의 소설들은 너무 비슷한 리듬과 음조를 가지고 있다.

현재까지 읽었던 폴 오스터의 작품: (읽은 순서 順)
  • 뉴욕 삼부작
  • 빵 굽는 타자기
  • 달의 궁전
  • 타자기를 치켜세움 – 엄밀히 말하여 공동작품
  • 밤의 신탁 – 읽다가 잃어버림
열린책들에서 간행한 한국판 표지 디자인은 '달의 궁전'을 '환상의 그것'으로 연상한 듯 하다. 이 책의 내용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읽었다면, 미국판 표지처럼 '유타의 사막'과 연관짓는 이미지로 가는 것이 옳지 않았을까. 물론 소설의 내용 중 환상과 실체와 허위와 사실 사이의 벽을 보기 좋게 허물기도 하지만.

6 comments:

  1. 폴 오스터는 책 내용끼리 간혹 연결도 되고, 그 책이 그 책 같기도 하고. 나쁘진 않지만 fantastic!할 정도도 아니고. 모호해요.

    열린책들 표지 디자인에는 기대를 안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컬러감도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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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폴 오스터가 싫지 않으시면 이전의 책들도 읽어보시면 좋을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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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마 국내 번역서는 다 읽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
    감사합니다. Dal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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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언능 책 사주세요.
    잊지 않고 있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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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책. 저렴하게 구입해주면. 밥 사주는건가?
    아니면, 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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