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August 14, 2023

기관지 내시경 마시멜로

언제나 그런 곳은 싸늘하다. 바람 없는 초겨울 새벽녘 같았다.

그들은 가벼운 농담을 전문용어를 섞어 쓰는 탓에 난 이해할 수 없었다. 아주 낮게 까르르 웃더니 이내 긴장을 찾았다. 뭔가 매우 익숙한 손놀림이 있었고 서로 구령에 따라 동작을 맞추듯 무언가를 정렬했다. 나에게 뭐라고 했는데 ...? 마취제가 들어갔다. 

방에는 마시멜로가 들어차기 시작했다. 명도 높고 채도 낮은 오색찬란 예쁜 원통 모양 육각형 모양 원뿔 모양 공 모양 마시멜로가 아래에서부터 차올랐다. 음악이 있으면 좋겠는데. 방이 터졌다. 마시멜로 바다가 되었다. 

나는 그 한 가운데에서 허우적거렸고 마시멜로는 계속 불어났다. 음악이 필요한데 왜 이렇게 조용하지? 하늘은 눈부시지는 않지만 아주 밝은 흰색이 되어 있었고 사방에는 파스텔 톤의 무지개가 폭죽처럼 날아다녔다. 

난 여전히 허우적거리며 주위를 보는데, 너무 고요했다. 익사할 것만 같다. 마시멜로 바다에 가라앉고 있었다. 그리고 숨을 쉴 수 없었다. 마시멜로는 바닷물이 되어 내 가슴 속으로 쳐들어왔다. 


환자분? 괜찮으세요? 끝났어요. 기억이 나시나요?

아…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은 환자분께서 하셨죠. 기억 나세요?

꿈을 꿨어요. 마시멜로 바다에 빠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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