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ugust 21, 2014

가디안즈 오브 갤럭시 Guardians of the Galaxy

올해 본 영화 중에 가장 많이 웃으며 봤던 영화였다. 몇몇 유머는 코드가 전혀 맞지 않아 왜 저런 대화가 오가는지 알 수 없었지만, 대부분 피식피식 웃게 만들어 주었다. 익숙한 구조의 캐릭터들이 만들 수 있었던 관습적인 이야기 전개로 관객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았다. 쓸데없이 진지하지도 않았고, 혹여 그렇게 보일 찰라에는 약간 약간 삐뚤어져 ‘우린 안 그래요’ 말해 주어서 고맙기까지 했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그리고 계속 진행되면서 계속 음악이 마음에 들었다. 좋은 메인 요리에 적절히 곁들여진 샐러드였다. 모든 음악이 영화에 매끄럽게 스며들지 않았는데, 딱 두 곡이 나에게는 그러했다.

한 곡은 오래된 미국 TV 시리즈, Ally McBeal (앨리의 사랑 만들기) 마지막 시즌에서 ‘춤추는 갓난 아이’가 앨리의 환각을 주도할 때 나왔던 Hooked on a Feeling… 일명 ‘우가차카 우가우가’. 이 음악이 흐를 때 앨리와 그녀의 침실 그리고 조악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탄생된 ‘춤추는 갓난 아이’가  생각나는 걸 멈출 수 없었다.

또 한 곡은, Ain’t No Mountain High Enough. 10여년 전, 한 기술 컨퍼런스에서 오프닝 음악으로 쓰였는데, 지역 가수가 무대에서 열창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 가수의 가창력이나, 가사 혹은 가락이 주는 감명 때문에 뇌리에 자리 잡은 건 아니고 … 당시 엄청난 수의 엔지니어들이 자리를 하고 있었는데, 아주 한심하다는 듯이 반응했기 때문이다.

이 두 곡을 제외하고는 노래들이 영화의 장면들에 착 감기는 느낌이어서 좋았다.

음악이라는 것, 노래라는 것이 참 신기하다. 마치 첫사랑처럼 정형화되고 특정 시점과 사건에 밀착되어 머리 속에 혹은 가슴 속에 고정이 된다. 과거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에서 무겁게 극을 이끌어낸 한 곡이 유럽에서는 희화된 TV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쓰여서 그 쪽 관객에게 영화감상의 장애가 될 수도 있다는 어떤 평론을 읽은 기억이 난다. 나에게 비슷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개인적인 일이고, 전체적인 경험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라 - 그냥 재미있는 나만의 애피소드가 될 것 같다.

노래들 말고도 거슬리는 것이 있는데, (그렇다) 몇몇 번역이 그랬다. 대표적으로 ‘지구’라는 번역. 외계인들은 스타로드의 고향을 ‘테라 Terra’라고 했고(욘두는 확실히 그리 말했다), 스타로드는 ‘지구 Earth’라고 했다. 하지만, 번역은 모두 ‘지구’. 공상과학물(Sci-Fi)에서는 지구를 지칭하는 언어에 이러한 차이를 두는 것이 일반적인데, 번역한 사람은 그 간극을 자신의 무지 혹은 관객에 대한 오만한 배려로 두리뭉실하게 만들었다.

지난 해 잘 만든 영화 중에 하나였던 아르고에서 ‘텔렉스’를 ‘팩스’로 번역된 부분에서, 나는 순간 몰입하고 있었던 영화의 밖으로 내동댕이쳐진 느낌이었다. 그리고 난 실소를 터뜨렸다. 그 시절엔 팩스 따위는 없었다. 번역가는 텔렉스가 무엇인지 몰라 자기 이해를 위해 팩스라는 단어를 선택했는지, ‘관객이 텔렉스를 모를 거야 그러니까, 비슷한 기능이 있는 팩스라고 번역해야 알아 들을 거야’ 라는 오만함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이번 ‘지구’라는 번역도 나를 확실히 불편하게 만들었다.

외화를 보면, 번역의 문제는 항상 아쉽다.
번역은 누가 하는 것이 좋은가? 나는 ‘팬’이 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다소 어법이 어설프고 한국어 표현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그건 외부 자문으로 쉽게 해결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팬’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위트와 언어적 장치를 단순히 사전을 뒤져 문장 형식을 완성하는 것으로는, 의도된 재미와 깊이 있는 은유를 전달할 수가 없는 것이다. 시대극이면, 그 시대를 잘 아는 사람이 적당할 것이며, 특정 계층과 사회를 대변하는 것이라면 그곳에 몸 담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심도있는 기술서를 영문학도가 번역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영화 이야기로 시작해서 음악에 얽힌 개인적인 기억과 번역 이야기로 괜히 글이 난잡해졌다. 그래서 결론은, ‘가디안즈 오브 갤럭시 Guardians of the Galaxy’는 유쾌하고 재미있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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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우리 영화공급자들은 왜 없는 ‘The’를 붙히고 있는 ‘The’를 떼어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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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팝이 흐르고 여기저기 느껴지는 복고의 향기에 발 맞추어 영화의 제목을 ‘은하 수호자’ 이나  ‘은하 수호단’으로 했으면 어떠했을까? ‘스타로드’는 … (아,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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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나이를 아무리 계산하여도 저 팝송들이 그에게 익숙한 건 뭔가 시간대가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면, 차분히 영화의 마지막까지 보아라, Awesome Mix Vol. 1은 그가 만든 믹스 테이프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리고 … Awsome Mix Vo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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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y Walkman은 확실히 내구성이 안 좋은 제품이었다. 하지만, 아직 동작하는 걸 보니, 뭔가 특별한 제품일 것만 같다는 생각이 현실성 없이 머리를 맴돈다. 그 때 그래서 AIWA나 Panasonic이 한 단계 위 고급으로 취급되던 시절이 있었다. 난 Panasonic이 몹시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실상 난 이 3가지 중에 하나도 소유해 보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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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정성을 가지고 보아도, Awesome Mix Vol. 1이라고 적힌 테이프는 그냥 동네에서 팔던 그저 그런 카세트 테이프인데, 늘어나지도 않았다. 아무리 마음을 잡고 뚫어져라 봐도 크롬이라든지 메탈이라든지 그런 테이프는 아니었다. (욘두가 정성을 다해 은하의 신비로운 기운으로 늘어나지 않게 조치를 해 줬을 리도 없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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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아무튼, ‘가디안즈 오브 갤럭시 Guardians of the Galaxy’는 유쾌한 영화였다. 오락영화는 이렇게 만드는 것이다 - 라고 가볍게 웃으며 알려주는 것 같은 여유도 있는 그런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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