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pril 08, 2014

Singapore - Day 1

간간히 남긴 기록을 여기에 다듬어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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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은 올 때마다 조금씩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다. 정부가 원했던 아시아 허브공항이 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러하다. 중국어 한국어 영어 그리고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들, 출국심사장을 넘으면 벌써 한국이 아닌 느낌이다.

신혼부부도 꾀나보이고 외국인들은 절반이 넘어 보인다. 면세점은 관심이 없고 넘치는 시간 동안 커피나 한 잔 마시며 하릴없이 앉아 있자니 한량이 따로 없다.


대합실에 사람이 촘촘히 모여 앉는 곳은 충전기를 꽂을 수 있는 기둥 주위이다. 모두들 스마트 기기를 들고 열중이다. 간간히 랩탑을 안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웬지 前세대의 사람 같아 보인다 세월이 빠르게 많이 변했다.


내가 타고갈 비행기는 짐을 싣기 시작했다. 캐비넷으로 넣는 것도 있고, 벌크를 래핑해서 넣는 것도 있다.

맞은 편에 앉은 신혼부부는 서로를 어색해 하는 것이 꼭 어제 맞선보고 오늘 결혼한 부부같다. 신부는 아직 머리의 실핀을 뽑지도 않았고 신랑은 모든 웃음이 어색하다. 오늘 밤이 지나도 저 어색함이 계속된다면 혼인신고를 살짝 미루는 게 어떻겠냐고 말해주고 싶다.

어제부터 나를 괴롭히고 있는 두통은 좀처럼 가라앉질 않는다. 머리 속에서 뭔가가 뛰쳐나올 듯한 통증은 얼굴을 항시 찌푸리게 한다. 마음이 어지럽고 몸이 지칠 때 찾는 Charlie Haden과 Pat Metheny의 Beyond the Missouri Sky도 큰 도움이 안 되고 있다.

시간을 돌려 예전의 나를 생각해 내면, 어떤 목적이든 외국에 나가게 되면 좋아하던 때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회사에서 보내어 주면 감사히 다녀오곤 했다, 설사 그곳에서 어려운 강의를 듣고 시험까지 보고 와야했더라도. 지금은 그냥 싫다. 가까운 지방에 다녀오는 것도 귀찮고 매일 반복되는 일과에 어떤 변화가 끼어드는 것이 몸시 불편하게 느껴진다. 변화가 싫은 것인지 긴 시간 비행이 싫은 것인지 혹은, 낯선 환경이 더 이상 궁금하지 않아 그러한지 잘 모르겠다. 그냥 성가시다.

거기 가면 매우 습하고 덥겠지?
그리고 실내는 약간의 한기가 느껴지는 공기가 에어콘으로 만들어져 나오겠지?
거리를 걷다보면 간간히 비가 쏟아지겠지?
손수건은 챙겼나? 없으면 하나 사지 뭐.

하루종일 갇혀 다른 나라 언어로 고문받을 것이고, 음식은 그저 그러할 것이며, 어떤 사람은 이거 저거 하자고 계획을 쏟아 내겠지.

아 이제 비행기에 올라야겠다. 방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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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 엔터테인먼트 기기에 Pearl Jam의 Lighting Bolt 앨범이 있다. 익히 듣지 못 한.
이전 앨범들과 비교하면 평범한 앨범이라는 생각을 한다. 목소리도 음악의 짜임새도 예전만 못 하다. 이륙순간에 흘러나온 Let the Record Play는 조금 나은 편. 그 뒤 트랙인 Sleeping by Myself도 이 앨범 속에서는 괜찮은 곡이다.
이전 앨범 모두를 가진 나는 이 앨범의 완성도에 상관없이 돌아오면 살 것을 다짐한다.


그에 비하면 Travis의 Where You Stand는 훌륭하다. 슬쩍 들어도 그들을 의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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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 엔터테임먼트 기기는 나날이 훌륭해진다. 3년전 조이스틱에 미니 키보드까지 있는 이 시스템을 만났을 때는 하드웨어에 만족했고, 지금은 컨텐츠에 만족한다. Pearl Jam도 Travis도 대충 들었으니, 토르: 다크월드와 앤더스 게임을 보련다. 기내용으로 딱 좋을 것 같다.


토르 전반부의 몇몇 모습은 애니매트릭스를 기억해내게 하였다. 너무 많이 생각나게 했다. 아, 너무 가져다 썼다. 앤더스 게임은 극장에서 보지 않았음에 안도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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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넘은 시각 지루한 줄서기 끝에 택시에 올랐다. 심리적으로 매우 긴 거리를 달린 끝에 예약된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객실은 어린 시절 티비로 슬쩍 본듯한 어느 방화의 한 장면 같았다. 별 기대는 안 했지만 이렇게 실망하기도 힘들다.

가구들은 80년대를 당연한 듯 연상시켰고 정말 80년대부터 여기 있었던듯 삐거거렸다. 냉장고도 없었으며 해어드라이기는 사용하라고 비치한 건 아닌 것 같았다. 은근한 악취가 있는 객실보다 뽀송하지 않은 침구가 더 불만이었지만 매우 피곤한 상태라 얼른 잠들고만 싶었다.

샤워는 아침에 ... 내 모든 근육들과 관절들이 더 이상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아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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