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November 04, 2004

공각기동대: TV 시리즈, SAC 논란이 되고 있는 세계관

최근 애니매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SAC (Stand Alone Complex) 시리즈를 못본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특히 SAC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들어나는 숨막히는 긴박감과 치멸한 구성은 TV 애니매의 수준을 뛰어 넘었다고 극찬을 해 줄만 합니다. 하지만, 최근, 우리사회에서 불고 있는 민족주의적 세계관이 이 애니매에도 영향을 미치는 듯 합니다.
SAC가 1기를 끝내고 현재 2기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아직 시즌이 종료되지 않았으며, 년말까지 일본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SAC가 기반하고 있는 세계는 2030년. 근미래입니다. 일종의 사이버펑크적인 구성에 기반하고 있지만, 조금더 무겁고 치밀하며 현재 사회의 이해관계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한 배경 설정을 하고 있습니다.

SAC 의 그 시대상은, 어떠한 대전(大戰)이 있고 난 후 일본 사회의 붕괴위기에서 재건을 성공할 무렵으로 보여집니다. 앞선 대전으로 어느 국가도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는 않은 듯한 언급이 자주 등장하고 있죠. 그 중에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한국'의 존재가 전혀 언급되지 않음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SAC 제2기, 제16화에서 '반도의 통일정부'와 '인민군' 그리고 '무역중심지 신의주'가 언급되기는 합니다)

SAC 2기에서는 이른바, 대전의 산물인 '난민'들이 화두로 등장을 합니다. '난민'은 등장 캐릭터의 대화중에 '반도'와 '남쪽'이라는 이야기를 통하여 출신 지역을 갈음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 '반도'를 한국으로 규정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죠.

이렇게 저렇게 끼워맞추다 보면, 결국 지난 대전(大戰)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한국은 국가의 정체를 찾을 수 없게 사라지게 되었고, 그 결과 난민들이 일본의 난민보호구역에 수용되게 되었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전의 책임으로써 '중국'이 간간히 언급되는데, 중국 대사관의 난민 기습 점거 농성사건이라든지, 11인들이 중국 외무대신을 암살하려한다든지 라는 설정이 그것을 추정할 수 있게 합니다.

이러한 배경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의 한국 비하 - 내지는 근대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 등등으로 이 SAC 시리즈에 '짜증' 섞인 말들을 웹에 쏟아 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일본의 한 애니매이션 제작업체에서 선택한 시나리오에서 한국이 어떠한 모습으로 등장하든 그것이 어떤 문제이냐? 라는 것입니다.

애니매이션은 교과서도 역사서도 아닌 하나의 대중 문화에 흡수되는 오락장치 중 하나일 뿐인 것입니다. 그 중에 추앙받거나 비난받는 것도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대중 문화의 구성 요소 중에 하나이며, 또한 개인이나 집단의 창작물일 뿐이라는 것이죠.

개인이나 집단의 창작물은, 저의 주관에 따르면, 말하여지는 대상과 대상에 대한 재해석 또는 분석에 의한 결과물은 자유의 틀 속에서 무한히 수용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과거 007 시리즈 중에 Die another day라는 작품이 우리나라에서 처참한 흥행 실패를 하였고, 젊은 이들이 '한국 비하'라는 이유로 시위를 벌이기도 한 일이 있습니다. - 개인적으로 가장 잘 만들어진 007 시리즈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임스 본드의 인간적인 모습도 유일하게 그려지는 편이기도 하죠.

극장에서 그 영화의 표를 사서 관람을 한 후 나왔을 때도 여전히 젊은 이들이 피켓팅을 하는 것을 보고 그 시위대중 한 사람에게 말을 건 적이 있습니다.
"이 영화 보셨나요?"
"아뇨"
"그럼 어떻게 비난을 할 수 있죠?"
그 사람은 대답하기를 머뭇 거리더니 논리적 근거없는 - 결국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 쏟아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야기들은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사실 모두 허위였습니다.

사실, 007 - Die another day에서 우리가 꼬집어야 할 점은, '한국이 배경'되었는데, 어떠한 것도 한국적이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등장한 '한국도(刀)'도 일본의 그것이었으며, '농경지'도 동남아의 모습이었으며, 마지막 논란이 되었던 '사찰'도 일본의 양식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차리었어야 했습니다. 그들이 한국에 대하여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역(逆)으로 우리가 우리를 제대로 알리지 않음에 있다는 것이 아닐까요?
다시 SAC로 돌아와 생각해 보면, SAC에 등장한 세계관에서 우리는 우리가 취할 것과 버려야 할 것에 대한 냉정한 관찰이 필요하지, 그 이상의 작은 실마리를 가지고 크게 부풀려 [침소봉대] 일본을 싸잡아 비난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가 그렇게 보여지고 작가의 관점에서는 근미래에서 그렇게 설정되기 적합한 사회시스템을 가진 나라로 평가받음에 반성을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합니다.

결국 이러한 대중의 반응의 근원에는 두가지의 심리가 있다고 전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 첫번째가 - 알 수 없는 민족주의적 우월의식 - 결국 '선민의식'으로 바꾸어 말해도 전혀 나쁠 것 없는 - 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이 우리를 우월한 민족으로 생각하게 만들었으며 무엇이 우리를 근거없는 단일민족 국가로 포장하게 되었으며 무엇이 21세기를 넘긴 지금까지 망령처럼 우리의 그림자를 차지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 두번째가 - 포용력없는 판단의 사고(思考)구조라고 봅니다. 개개인의 개성이 두각을 보이던 90년대가 시작된지 벌써 15년 남짓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도 개인의 가치가 존중되지 않고 있으며, 집단의 혼수상태에서 다양성은 무시되는 - 결국 이분법적인 사고구조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였다고 보아야할 것입니다.
결국 제가 언급한 두가지 모두, 과거 국가의 부(富)를 증대하기 위한 국가시스템과 국민의식 개조의 결과로써 나타난 것인데, 아이러니한 것은, 과거 정권의 행위들을 모두 비난하면서 그들의 세뇌결과를 너무도 사랑하고 있는다는 점입니다.

가진 것 없이 우월의식만으로 무장한 민족보다 관대하게 이웃들에게 웃어주는 사회가 어떨까 합니다. 저의 작은 바램을 SAC의 세계관에 대한 논란에 빗대어 흔적을 남겨 봅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그저, 가볍게 즐기고 재밌어함에 자족(自足)할 수는 없을까요. 수없이 쏟아지는 대중 문화의 산물 중에 하나일 뿐인데 말이죠.

2 comments:

  1.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전세계에서 일본을 무시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습니다. 중국인은 일본을 싫어하지만 무시하지는 않죠. 이러한 맹목적 무시는 열등감일 수도 있고, 위정자의 조작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작품은 작품으로 평가받아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만 역사의식의 문제는 자유의 문제로 쉽게 치부할 수 만은 없다고 생각해요. 저의 나름대로의 소견을 적어봤습니다.

    http://egoing.net/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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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잘 읽었습니다만, 한국의 이미지를 알리지 않은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는 부분은 다르게 생각합니다. 한국이라는 네이밍을 할 셈이라면, 그것이 갖는 아이덴티티는 네이밍을 하는 제작자들이 고려할 책임이 있는 것이죠. 그게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한국이라는 네이밍이 아닌, 자신들이 이미지화하고자 하는 객체를 상징하는 네이밍을 하면 될 뿐입니다.
    물론, 공각기동대처럼 근미래의 세계관에 한국이 있든 없든 그런 부분은 상관할 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한국이 전쟁에 책임이 있다는 설정이 그려진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대사회를 그리고 있는 시점이라면 현대 한국과 영상속 한국이라는 고유명사가 갖는 이미지의 일치는 제작자가 추구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하네요. 그게 싫다면 차용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가진 고유명사를 적용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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