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명성에 기대어 쓰레기 같은 극본으로 적당히 눈이 즐거운 정도의 영상물을 만들면 모두가 좋아서 화면 앞으로 모일 것이라는 기대는, 지난 세기 이후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다. 이 영상물을 보기 전까지는.
공상과학영화가 재미있는 이유는 그럴싸하기 때문이고, 우리가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에 몰입하는 이유는 저런 일이 나에게 벌어지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진지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이 영상물은 우리가 초등교육 때부터 하나씩 배워온 모든 과학적 지식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우리가 지금 말할 수 있는 물리학 이론들과 내일 아침까지 떠들 수 있는 인공지능에 대한 상식을 깡그리 부정한다. 다큐멘터리가 아니더라도 개연성 정도는 갖추는 게 예의 아닌가?
주인공은 영화가 끝나기 직전까지 남이 뭘 해주기만 바라며 징징거리고, 그녀의 일생 동안 쌓아온 히스테리를 우주 끝까지 쏟아낸다. 이런 류의 영화가 그러하듯 징징거리기만 하다가 그녀를 도와주려는 수 많은 등장인물들의 목숨과 바꾸어 혼자 살아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연하지만, 극중 모두의 박수를 받는다.
이 영상물은 청춘을 바치며 캐리어를 일구는 모든 이들에게 손가락 욕을 하며, 목숨을 바치며 국가와 시민을 지켜내는 모든 군인들에게 엄마욕을 날려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개인적 욕심과 비뚤어진 욕망이 있더라도 감수성 가득한 징징거림만 쉼 없이 쏟아낼 수 있다면 전인류적 재앙을 만들어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 현시점, 인류문명의 퇴보에 잘 어울리는 이야기의 방향을 갖추고 있다.
이 영상물은 시간을 낭비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는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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