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평일 저녁, 처음 만난 사람들과 고기를 굽고 술잔을 기울이는 자리에서 몇 시간 밥을 먹었다. 그리고 인사하고 각자의 방향으로 헤어졌다. 테헤란로. 내가 세 번째로 인식한 서울의 모습. 강남역에서 높은쪽으로 걸어올라갔다. 봄에 어울리는 바람이 불었다. 조금 전까지 비가 내렸나보다. 잎이 제법 자란 가로수들이 소리낸다. 차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이어달리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핸드폰을 처다보며 위태롭게 꿋꿋하게 걸어간다.
나의 귓속에 the good humor man he sees everything like this가 흘러나오고 불안정한 하지만, 그들의 멋이 스며나는 엔딩을 3분 8초마다 반복한다. 몇 번이나 들었을까? 길 건너 빌딩들의 마루가 만들어 내는 풍광을 머릿속에 새겨 넣은 듯한 시선을 거두고, 나도 다른 이들처럼 꿋꿋하게 걸어가본다. 이유없이 이 거리가 그리워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노래는, 이 길과, 이 시간과, 나의 마음과 어색하지만 잘 어울린다. 난 Love, 그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순간이 잘 기억될 것 같다.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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