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December 30, 2014

삼저주의

사는 책보다 읽는 책이 적다. 읽는 책 중에 완독하는 책이 많지 않다. 2014년 한 해는 완독하는 책이 거의 없었다, 습관처럼 읽다가 끝낸 책은 많았어도. 그 중에 정지 신호 하나 없이 종착면에 다다른 책이 몇 권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三低主義(삼저주의)’이다. 일본의 한 건축가(구마 겐고)와 한 평론가(미우라 아쓰시)의 대담(對談)을 엮어 펴낸 것이다.


삼저주의 - 이 말은 최근 일본사회의 경향인, 저위험 저의존 저자세를 말하는 말로, 그 반대의 상태 혹은 상황을 삼고주의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삼저주의를 건축의 분야에서는 낮고 느리며 작은 것을 말하며, 종례의 거의 모든 경향에 반하는 새로운 시류라는 의미로도 사용되는 느낌이다.

책의 내용은 온통 건축에 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건축은 생활이고 삶의 연속선상에 반드시 등장하기에 결국 이 이야기들은 삶과 미래에 관한 이야기가 되었다. 내가 그 동안 경외해 왔던 건축들의 이면을 통속적으로 해부하는 것 같아서 불편하기도 했고, 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해 왔던 주거의 형태가 어쩌면 잘 못 된 학습에 의한 고정관념일 수도 있겠다는 반성도 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언급된 건축의 모습과 경향을 우리의 삶에서 (한국에서 그리고 수도권에서 살고 있는 내가) 피부로 느낄 수는 없었지만, 그들의 대화 속에서 나와 우리 그리고 그들을 비교해 가며 작은 이해와 깨달음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 책은 시작부터 오자(誤字)가 있긴 했지만 - ‘리스크’를 ‘리스트’로 적었다 -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번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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