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November 12, 2023

불신 Distrust

없는 병을 만들어 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약물 부작용이 심하다. 사람이 하루에 이 많은 알약을 먹어도 괜찮을 걸까? 그 생각은 이미 오래 전에 접었다. 이제 모든 것이 의심스럽다. 모든 사람과 모든 사물을 흘겨보다보니 다들 신뢰의 영역에서 도망치는 것 같다. 병원도 의사들도 모두 다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의심스럽다. 계속 좋아지고 있다는데, 나의 생활의 질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앉아 있는 것도 힘들고, 숨 쉬는 것도 부자연스럽고, TV 화면의 자막도 읽지 못 한다. 아침 마다 마주하는 거울 속의 내 얼굴은 점점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제대로 걷지도 못 해 칩거 생활이 몇 주째 인가. 손이 떨려 뭘 떠먹는 것도 젖가락질도 제대로 하지 못 하게 되었는데, 좋아지고 있다니. 도대체 어디가 얼만큼? 언제까지 이 지경의 삶을 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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