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쓸 상황 몹쓸 눈높이
개인의 감각은 객관적인 잣대로서는 해석할 수 없는 고유의 지표가 있다. 단순히 점심식사 메뉴를 선택하는 부분에서부터 차의 색상 그리고 異性을 선택하는 기준에 이르러서는 그 차이가 극명하게 들어난다. 이러한 차이가 분명함에도 대체로 많은 사람들은 적당한 수준에서의 선택 결과를 수렴한다. 이것이 유행이라는 이름이 되기도 하고 보편적 가치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어차피 우리는 mass production의 물결 속에서 보다 덜 혐오스러운 것을 선택하는 데에 익숙해 지지 않았나.
오늘 휴대전화기가 고장나서 급하게 새로운 것을 하나 구입하였다. 직업적 특성만 아니라면 이런 예고되지 아니한 상황을 1주일 즈음 정리하고 좋지도 못한 머리를 여유로 윤활시켜 최적의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허락되지 않았기에 - 항상 빠른 판단은 조금의 아쉬움을 길게 가지게 한다 - 지금껏 후회하고 있다.
삼성전자, M-Bank, 번호유지 - 라는 세가지 명제를 앞에 두고 당시 그 매장에서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조잡한 두가지 모델이었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는 보다 덜 조잡한 것을 선택하는데 주저함을 보이지 않는다. 급했기 때문에. 20여만원을 소비한 그 행위에 난 결코 조금의 만족이라는 것도 보여줄 수 없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환경에서 문자입력의 수고를 덜해 주는 방법은 손에 익은 것을 유지하는 것 뿐이라는 사실과, 나의 익숙한 방법은 하나의 제조사에서만 구현된다는 문제 - 이 문제를 극복할 만큼 새로운 기기에 재빨리 익숙해질만한 민첩성은 결여될 수 밖에 없는 나이라는 조건 = 삼성전사. Windows가 아닌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사람이 은행을 가지 않고 쉽게 금융거래를 원한다면 = M-Bank. 번호에 대한 애착이라기 보다는 10년 가까이 사용한 번호를 포기해야 할 이유가 하등없다는 이유. 세가지 가벼운 이유는 일반 소비자로서 가질 수 있는 선택의 여지를 포기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
아니, 단 하나의 이유를 붙힌다면, 이 새 휴대전화기는 세상에서 사라진 줄만 알고 있었던 bitmap font로 문자를 표현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로서의 권리가 제약된 것 이상 난 이 bitmap font가 연출하는 조악함에 치를 떨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January 31st, 2008 at 08:10 +0900
저런….
/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