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가르는 시간에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강한 화학약품 냄새가 심한 일교차 덕에 만들어진 안개들 사이를 촘촘히 메우고 있다. 대기업의 공장이 위치한 이 시골 동네는 가끔 정체를 알 수 없는 심야의 악취로 몸살을 앓는다. 하지만, 아무도 신고하지 않을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고 있다.
사실 이런 80년대 풍의 장면보다, 새벽 안개들 사이를 틈 없이 메우려는 기세로 돌진하는 화학약품 냄새보다, 잠을 이루지 […]

어느 날부터인가 어려움은 예상의 범위를 벗어나고, 천지의 색을 모두 모아 놓은 듯 다채롭게 변하여 시간과 영혼과 믿음과 희망을 좀 먹어버리고 있다. 다채롭다 못해 생전 처음 목격하는 일들을 온 몸으로 막아내다 보면 홀로 남겨지고 모두 육지로 피신해 버린다. 어려움의 섬에 고립된 나는, 조금 전까지 ‘협업의 중요성’을 부곽시키는 연설을 한 동료를 바라 보지만, 그 ‘협업’은 ‘중요성’에 따라서 […]

시골 사는 陳氏의 하루

동생이 임신했다는 소식을 전화로 알려왔다. 내년 여름이 되기 전에 가족이 늘어나게 되었다. 생각할수록 미소가 지어지고 묘한 기분에 휩싸인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룰만큼 미루어버린 온라인 강좌를 수강하고 시험도 봤다. chapter 마다 사전이 요구되는 단어가 연이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답률 100%라는 시험결과에 혼자 즐거워 방안을 뱅글 돌았다. 한 과목만이 아니었다.
동거짐승들이 모두 사라진 집은 정막이 맴돌다 못해 처량하기까지 하다. 아침마다 동거짐승을 […]

가끔 사소한 불행은 건조한 삶에 재미를 선사한다.

와인에 대한 탐구는 시간적 경제적 심리적 - 그러니깐, 귀찮아서 - 수 년 전에 그만두고, 대형 마트에서 저렴하게 공급되는 것에 쉽게 입을 맡기기로 해왔다. 저렴한 와인이란, 저렴할 뿐이어서 가끔 이토록 어의없는 일이 발생한다. 따개의 공격에 허물어짐으로 대응한 코르크는 결국 병 속으로 투항해 버렸다.

memories of time

이루어 놓은 것도 없으면서
가진 것도 없으면서
무너뜨리기 싫어서
잃어버리기 싫어서
선택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연민이
가을보다 먼저 여름을 잊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