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cy Lang, 중학생 그리고 배철수

mass-media와 거리를 둔지 제법 해가 지났다. 지난 2002년 TV는 있었지만, 월드컵을 보거나 대선관련 뉴스가 아니면 power를 넣지도 않았었다. 그 다음 해 TV는 완전히 plug를 꽂지 못한채 잠들어버렸다. 하지만, 라디오는 언제나 나의 친구로 여기고 있었다. 사실,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아니면 듣지도 않았지만.

오늘 정확히 19시부터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듣기 시작했다. 배철수 형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퇴근할 수 있는 날이 여러모로 나에게는 좋은 날이다. 일찍 퇴근하고 있다는 뜻이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방송을 (그래서) 편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또한 내포된다.

오늘은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가장 말이 많은 순서 중에 하나이다. ‘사람과 음악’.

이 코너는 청취자나 초대자가 나와서 음악과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되는 자리이다. 작년 어느 때인가, 한 중학생이 이 코너에 나와서 짧지만 다져진 음악에 대한 지식과 풍부한 감성 그리고 조리있는 말투 무엇보다 주관은 분명하지만, 많은 부분 유보하며 타인의 견해에 귀를 기우리는 자세는 나를 깊게 감동시키기도 했다. 그 때 배철수 형님은 키득해하며 동질의식도 느끼며 대화를 즐겼고 청취자였던 나도 흥이 났었다. 물론 그 학생이 선곡해온 음악도 여러가지 의미에서 좋았다.

nancy lang

오늘은 유명인인듯한 한 여자가 나왔다. 아니 소녀가 나왔다. 낸시 랭/Nancy Lang. 이중국적자의 변호사 선임의 권리를 돈으로 지불하면 언제든 본명이 이렇게 될 수 다고한다. 아무튼, mass-media와 너무 많은 거리를 둔 나머지 (접하는 media는 배철수의 음악캠프 뿐이지 않더냐) 인터넷의 힘을 빌려 정체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내가 객관적으로 얻었다고 생각하는 정보들을 주관적인 취합하면, 유밀레가 생각났다. 아무튼,

오늘은 이상히도 배철수 형님의 질문은 탄력을 잃어갔고, 그녀는 소녀적 발상과 화법에 과연 저 발언들이 무엇을 의미한지 생각하기도 피로해져갔다. 결국, 지난 기억 속의 한 중학생이 머리를 가득 메워버렸다.

배철수 형님과 낸시 랭 모두 신념이 강한 사람이라는 느낌이다. 배철수 형님의 신념은 세월과 큰 귀로 만들어 졌다면, 낸시 랭의 그것은 고군분투와 빠른 상황판단과 큰 입으로 만들어 졌다는 생각이다. 만약, 낸시 랭이 내 기억 속의 그 중학생과 같은 태도를 보였다면, 난 그녀를 다르게 평가했을 것이다.

내가 세월이 무섭다고 느낄 때는, 지난 시간 내가 강하게 지켜온 그리고 그것을 강하게 발언했던 것들이 무효하다는 알게 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지금 내가 지키고 있는 신념들이 시간을 거치면서 역시 쓸모없는 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자세는 후회와 아쉬움을 덜어준다.

너무 빨리 자란 아이는 너무 강한 自身을 만들게 된다. 그 自身은 유리캡슐 같은 自信을 만들어내고 그 속에서 멈추어진 시계와 함께 지낼 수도 있다. 오늘은 아쉽지만, 낸시 랭 내일은 달랐으면 한다. ‘서울’을 국제적인 문화예술 도시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를 진정 할 것이라면. 아니면, 거대한 꿈을 철거하고 그저 즐겁게 살아가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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