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긴한데, 그것이

나의 머리를 채우는 8할 이상이 ‘일’이라는 사실은 타인들도 알고 있지만, 나 그것을 반기지는 ‘아직도’ 못하고 있다. 아니, 정확하게는 반기지 못하게 되었다. ‘일’은 그저 일이 아니라 즐거워야 하는데.

문득, 내가 일 가운데서 준재의 이유를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엄습하자 엉뚱하게도 내 삶의 중심에 ‘일’이 아닌 다른 것이 있어야 한다는 충동을 느꼈다. 일 = 월급 = 경제적 지위 영위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난 내가 하는 일을 투덜거리며 말해 왔지만, 난 나쁘지 않았다. 대학 친구들 중에서 가장 사회와 조직에 적응하지 못할 것 같다는 내가, 한 직장을 강산이 반이나 바뀔 무렵까지 큰 불만없이 다녔다는 것 그리고 여전히 같은 일을 하고 있고, 조직에서 하달되는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기 위하여 생활 터전까지 과감히 바꾸어가며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끔 나도 웃으며 생각하고 있다. 그런 ‘일’이 전혀 즐겁지도 아니할 뿐만 아니라, 인생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느낌은 너무도 당혹스럽다.

상실에 관한 것일까?
상실에 관한 것이라면, 정확히 무엇을 잃어버렸나?

오늘은 하루 종일 잊혀졌던 편두통에 시달렸다. 그 정도가 심하여 한 걸음 걸음 걸을 때마다 머리를 가격 당하는 것 같았고,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나의 음성이 머리를 압박하는 것 같았다. 일찍 누웠지만, 제대로 잠 못 이루고 너무 일찍 일어나 버렸다.

이제 삶의 중심에 무엇을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가계부나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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