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의 사망

지난 며칠간 굉음을 내면서 스스로의 불편함을 들내더니 이제 죽어버렸다. 기본 사용자 설명서를 기초로 하여 여러가지 조치를 했지만, 결국 헛도는 모터 소리만 나고 아무 일도 안하는구나. 밤이 무서워졌다. 찬물로 머리 감고 세수하니 정신은 제대로 들어오는구나. 나쁜 일은 좋은 일과 동행한다지?
A/S 접수는 이미 끝났는데, 기사의 전화는 없구나.

말이 많아 다리에 걸린다

내버려둬도 될 일을 괜히 간섭하여 나의 의지와 다른 방향으로 가게 만든다. 하지 않아도 될 대화를 괜히 시도하여 내가 계획한 것과는 다르게 진행시킨다. 말이 많아 다리에 걸린다. 말이 없었다는 것에 대하여 그래서 잘 알지 못 했다는 것에 대해서 그래서 마음에 담고 머리 속에 쌓아 두었다는 것에 대해서 그래서 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그래서 말이 많아 다리에 걸렸다. […]

아직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를
굳이 세상에 끝없이 외칠 필요가 있을까?
내가 눈 뜨고 생각하며 말할 수 있다는 것을
굳이 세상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
침묵하고 보지 못한 것처럼 그저 웃기한 하는 것,
그 또한 만족할만 하지 아니한가?

wanna be …?

오늘 인생의 기점이 될 만큼 중대한 일을 앞두고 이불 속에서 뒤척이다 결국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게 되었다. filling time/killing time 용으로 좋은 것은 ego search라는 생각에 여기저기 검색 사이트를 붙잡고 나의 영문이름, 한국어 이름, 한자표기를 넣어가며 별 특이할 것 없는 결과를 지켜보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꿈꾸었던 삶
낯선 타인의 홈페이에게 읽어버린 나의 생에 대한 한 줄 글귀였다.
순간 […]

카메라 앞에 서버리다

내 손에 카메라가 있을 때 낯선 사람들의 얼굴을 담아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지만, 내가 낯선 피사체가 되길 원한 적은 없다. 며칠 전 경쾌하게 에스컬레이터를 내려오던 난 주관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카메라에 노출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짧은 시간의 당황스러움. 어느 독립영화의 한 장면을 장식했을 수도 있고, 어느 학부생의 졸업작품에 등장하게 될 수도 있고, 극장에 내 걸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