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출납부 그리고 얇아진 감정의 막 그리고 어떤 준비
%MY DOCUMENTS%\Life Managements 라는 폴더가 내 컴퓨터에 존재한다. 여러가지 문서들이 긴 시간을 두고 생기고 수정되고 가끔 지워지기도 한다. 이곳에 지난 1월 1일자로 생성된 새식구가 있으니, ‘금전출납부’ 역할을 하고 있는 Spreadsheet 파일이다. 정확하게는 PC의 데이터 소멸 재난을 겪고 나서 이제야 다시 만든 것이다. 그 소멸의 재난이 없었다면 아마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례로 지금까지 나의 값진 데이터가 살아 있었을 것이다.
Spreadsheet로 복잡 다단한 자동계산을 해 본지가 오래되어 Help 파일의 도움을 받아 각종 수식과 조건문을 집어 넣어, 금전의 출납 상황만 입력하면 제대로된 통계가 스스로 계산되게 해 두었다. 심지어 그래프까지.
오늘도 하루를 마치고 금일 출납 내용을 집어 넣었다. 그런데, 터무니없이 울컥 눈물이 돌았다. 풋풋할 수 조차 없는 30대 미혼 남성이 울컥일 일은 성기능 장애 뿐이라는 친구의 증언이 있기도 했지만, 사실, 울컥일 일은 수도 없이 많다.
돈에 얽힌 여러가지 사소한 일들이 나의 감정을 자극한 것이었다. 서른을 넘기면 감정이 풍부해진다는 또 다른 친구의 이야기도 있지만, 어쩌면, 나이가 들수록 감정을 가두어 두는 막이 얇아져 쉽게 거두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곧 봄이 올 것이고, 나도 새로운 환경에 진입해야 한다. 많이 좋은 것들을 맞이해야 한다. 좋은 것은 나쁜 것을 동반하고 나쁜 것은 좋은 것을 예약하기에 더 조심스럽게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좋은 것을 맞이한다는 것은 약간의 흥분이 깃들지만, 사실 큰 두려움도 함께 하는 법이다.
나에게 하늘의 축북을 바라지는 않지만, 건전하고 견고한 이성이 늘 나를 일깨우길 바란다. 사소한 금전출납부 앞에서 눈물이 도는 얇아진 감정의 막 정도는 수용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