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앞에 서버리다
내 손에 카메라가 있을 때 낯선 사람들의 얼굴을 담아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지만, 내가 낯선 피사체가 되길 원한 적은 없다. 며칠 전 경쾌하게 에스컬레이터를 내려오던 난 주관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카메라에 노출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짧은 시간의 당황스러움. 어느 독립영화의 한 장면을 장식했을 수도 있고, 어느 학부생의 졸업작품에 등장하게 될 수도 있고, 극장에 내 걸리는 어떤 영화의 인트로에 쓰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그 날 저녁 가볍게 폐기되었을 수도.
낯선 사람을 피사체로 삼는 건 매력적인 일이다. 오랜 지인과 같은 유대를 - 거짓이라 하여도 - 만들어내는 건 환상적이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하지만, 역시 내가 피사체가 되는 일은 즐겁게 받아드리기가 어렵다. 그 카메라를 든 어린 사람에게 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사람이 고개를 떨구고 자신의 일에 열중하는 듯 보여서 일 수도 있지만, 순간 그 사람이 서 있던 자리에 나를 올려 놓아보고 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