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 동안

노트북님께서는 3번째 수술실로 향하였고, 주치의는 여전히 아무런 소견이 없다 말하였다. 그리고 혹시나 하여 ‘메인 칩셋을 교체‘ 하였다고 전하였다, 난 그간 잘 참다가 매서운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놈의 ‘메인 칩셋을 세번째 교체하는데, 도데체 무엇이 메인 칩쳇이냐?’ 라고 물었더니 설명하여도 복잡하니 이해 못할 거라 하였다. 나는 엔지니어이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본색이 들어난다. 나의 직업을 말하고, 새로운 기기가 나올 때마다 나 또한 약식이긴 하지만, 회로도를 보며 온갖 어려운 단어의 조합으로 되어 있는 칩셋 이름 정도는 두문자(頭文字)만 스쳐도 무엇인지 안다고 하였다. 그 주치의는 ‘그런 것까지 설명해야 하나?’ 라며 화내기 직전까지 가버렸다. (난 경상도에서 오래 지낸 사람이라 육두문자가 나오지 않으면 화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병들어 축 늘어진 노트북은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 월요일 찾아오기로 하였다. 컴퓨터 구걸해 쓰는 것도 참 못할 짓이다.

소리내는 모니터의 자극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모니터를 구입하였다. 노트북도 없고, 모니터도 이러하여 computerless life를 고작 3일 하였더니 TV 없앤 후에 겪은 후유증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건 마치 전신마취 후에 배를 가르는 수술과 조직검사를 위해 피부조직을 떼어내는 것과 비교할 수 있겠다.
나도 LCD 모니터를 소유하게 된 것이다. 이전까지의 CRT가 그렇게 침침하였던 것인지, LCD가 유난히 밝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눈이 아프다, 많이. 조금씩 - 귀찮아서 - 미루다 조금전에 약 1시간에 걸쳐 calibration을 하였지만, 역시 나의 눈은 CRT에 익숙한가 보다. 그간 노트북 화면 조차 오래 보지 못하였던 것은 이러한 연유가 아니었을까? 아무튼, 책상 넓어 보여 좋다.

휴일 내내 근무하다 자정을 반시간 남겨 놓고 들어와 network의 방대한 바다에서 물장구를 치니, 5년 만에 참다운 휴가를 보낸 new zealand의 이름 모를 백사장의 밀크쉐이크 같은 파도를 느끼는 듯 하다. network에 연결되지 못함에서 오는 이상한 감정의 요동은 금연의 시간을 보내는 초조함과 비견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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