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 때 詩

그 때의 기록이란, 친구들 쫓아다니면서 찍어댄 사진 몇 장과, 몇 개의 테잎에 녹음된 친구들의 음성 그리고 습작노트 여러 권.
고교 시절 내내, 한 여학생에 대한 풋사랑의 열병으로 보내다 적은 산문 詩.
고교 3년 동안, 1년에 저런식의 시화액자를 적어도 3개씩은 만들어 내었던 것 같은데, 그 행적은 기억조차 없고, 내 곁에 남은 것은 저것 하나.
詩를 다시 읽어보면, 단 하나 자랑스러운 것이 있다. 다들 자신이 좋아하는 詩人이나, 걸출한 작가의 행간을 따와 스스로의 것으로 조합하는데, 나름 독창성이 있다. 다만 고등학생의 독창성이라함은 ‘어설픔’을 동반하는 아픔이 있지만 :)
나의 기억을 뒤지면, 저 액자 속으로 들어가기까지 대략 대여섯편의 연작 詩, 혹은 연이은 습작의 결과인 것 같다. 비슷한 단어의 배치와 공책 한 켠에는 겯뜨릴 그림과 色과 한 줄에 들어갈 음절의 숫자를 구상한 낙서 같은 것들이 있었다. 결국에는 검은 바탕에 흰글씨로 낙찰되었다. 그 습작노트 한켠에는 크고 작은 글씨로 ‘夜’자를 수없이 적었던 기억도 있다. 스스로 이 詩의 시간적 배경은 밤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모양이다.
10년도 훌쩍 넘어버린 시간의 공간을 건너뛰며, 지난 시절의 나를 기억해 내는 건 가끔 즐거울 때도 있다.
July 15th, 2005 at 22:00 +0900
소년(少年)의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