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나쁜 소문이 돌아 계획한 일이 잘못되었다고 그 소문의 진원을 알고 싶다며 나에게 연락한 그녀. 나를 세상에서 가장 나쁜 남자로 만들어 놓고 나의 本意는 한 번도 물어본 일 없으면서 나보다 더 심한 농담으로 나를 깊은 상념에 잠기게 하였으면서 나의 가벼운 말 한 마디에 나를 세상에서 가장 몹쓸 인간으로 만들어 놓고 사라져 버린 그녀가, 내가 그 소문의 진원지가 아니냐고 연락을 했다.
오늘 중요한 스케쥴을 잊어버렸고,
오늘 전화기를 집에 두고 나왔으며,
오늘 나의 지난 10년간이 모든 데이터가 사라진 날이었는데,
이런 날을 어떻게 알았는지 그녀가 연락을 해서 나의 감정을 바닥까지 긁어 뒤집어 놓았다.
나를 잘 안다고 말하던 사람이, 내가 그렇게 치를 떨어하는 일을 행하였다고 오해를 하는 것도 바보같다는 생각이었지만, 더욱 바보 같은 것은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난 화를 내지 못했고, 참고참고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라며 지난 기억을 애써 두둔하고 잠궈 놓았던 나의 믿음은, 그녀의 사소한 역습에 시간이 해결해 주지 못함을 스스로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반격조차 하지 못하였던 나였다. 너무 바보스러웠다.
나의 친한 친구는 나에게 감정의 구멍이 있다고 했다. 10이면 10, 100이면 100 언제나 같은 패턴으로 움직이는 내가 감정의 구멍 가까이 다가서면 아무도 예측치 못하고 바보짓을 한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그런 구멍은 하나쯤 가지고 있지 않겠냐? 라는 나의 반응에 그 친구는 웃으며 그 또한 나의 착각이라고 말했다.
나 그냥 나를 바보로 여기며 살련다.

One Response to “바보”

  1. 1
    h2noda Says:

    비참한 날이구만….
    괜시리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소심해지는 날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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