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December 31, 2016

통근시간

집에서 회사까지 2시간이 걸린다. 조금 더 빨리 도착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어, 그냥 2시간이라고 해도 좋다. 물론, 집으로 오는 시간도 2시간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래서 나의 통근시간은 4시간.

한 달에 20일 출근하고, 1년에 11달 근무한다고 보면 (몇 번의 공휴일과 다 쓰지 못 하는 휴가를 생각하면 이런 계산이 합리적이다) 1년 중 880시간이 반복적 행위로 채워진다.

880시간. 이 시간은 무려, 36일보다 긴 시간이다. 이 것을 정확히 2년 반복했다. 1760시간. 24시간 기준 하루로 나누어 보면, 73.33333...이 된다. 73일 그리고 몇 시간.

난 2015년 그리고 2016년 중 73일 이상을 버스와 지하철과 거리에서 두 개의 목적지에 닿기 위해서 사용했다. 꼬집어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무엇인가 대단히 잘 못 되었다는 생각과 함께, 내 인생의 일부분이 사라졌고 사라질 운명이라는 것에 마음이 편치 않다.

Wednesday, December 21, 2016

예의없는 것들로부터 도피, 유투브 레드

유투브에서 광고를 없앴다. 광고를 없애니까, 신천지가 열렸다. 그렇게 가입하면, '유투브 레드'라고 부르더라. 한 달에 1만원 미만의 돈으로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되고, '유투브 뮤직'이 함께 제공된다. 유투브 뮤직은 iOS와 Android에서 앱으로 동작하며, 웹 버전은 없다.

유투브에서 광고를 안 보는 게 무슨 대수냐? 싶겠지만, 대수가 맞다. 유투브 광고는 기발한 것도 많고, 재미나는 것도 제법 있고, 그 광고를 보고 물건을 산적도 있을 정도로 괜찮은 광고도 제법있다. 하지만, 최근에서는 광고로 지쳐 유투브 들어가는 것이 꺼려질 때도 있었다.

한국회사에서 만든 유투브 광고는 대체로 무례하다. 모든 광고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 한국 광고는 높은 음량으로 사람을 놀래킨다. 이건 예의가 없는 것이다. SKIP 버튼을 누를 수 없는 시작 후 5초간은 그야말로 고통이다. 화가 난다. 어떤 광고는 시작 직후 개그맨이 나와 목청 터져라 소리 지르는 것도 있었다. 미쳤다.

내가 본 어떤 유투브 광고는 5초 동안 소리조차 나지 않는 것도 있었다. 어떤 광고는 5초 동안 조용한 음악만 흘렀다. 모두, 외국 광고주의 광고였다. 한국 광고는 일단 이어폰을 끼고 있으면 깜짝 놀라야 하고, 크롬캐스트를 통해 TV로 보면 TV 리모콘의 '음소거' 버튼을 제때 눌러야지 갑자기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방지할 수 있다. 광고주들은 시끄럽게 떠들면 사람들이 관심있게 지켜본다고 생각하는가? 제 정신이 아니다. 건물에 원색으로 광고판을 가득채워 건물을 완벽히 가리는 옷이 되어버린 한국의 거리 모습을 유투브로 옮겨 놓은 느낌이다.

그래서, 난 이 광고들을 없애고 싶었다. 광고를 보기 싫었던 이유는 이렇게 명확했다. 한국 광고가 판을 치기 전까지는 유투브 광고는 참 기발하고 재미있었는데, 영화 예고편도 광고로 접하고 좋아하고 그랬는데. 이젠 안녕이다.

구글이 나에게 한국에서도 유투브 레드에 가입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자 난 그냥 누른 것이다, 기다리고 있었다. 무례한 광고들을 피할 수 있다면 구글이 나에게 원했던 금액은 정말 저렴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도, 가입을 환영하는 메일에서 '유투브 뮤직'이라는 것도 더불어 쓸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것. 난 오늘도 '애플 뮤직'에서 탈퇴할까 고민하고 있다. 의외로 좋다, 유투브 뮤직.


Saturday, December 03, 2016

몰스킨 롤러 펜 Moleskine Roller Pen

일단 중요한 것부터 전하겠습니다.
  • 품명: 몰스킨 롤러 펜 블랙 0.5mm
  • 가격: 23,100원
네 맞습니다. 여러분께서 흔하게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볼펜’입니다. 그리고 2천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2만으로 시작하는 가격입니다.

저는 필기구에 애착이 있습니다. 잘 쓰여지는 펜으로 글자가 만족스럽게 쓰이는 아침이면 이유없이 그날 하루는 좋은 일들이 가득할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그런 이유로 로터링 아트펜을 사랑하고, 같은 이유로 대한항공 기내에서 받은 특징없는 펜을 아끼고 있습니다.

그날은 서점을 서성이다가 구분없이 붙어있던 문구점에서 2017년 몰스킨 플래너를 산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플래너 바로 옆에 비치되어 있던 ‘몰스킨 롤러 펜’을 집어 왔다는 것을 귀가하던 버스 속에서 알아차렸습니다. 그래도, 이름 값은 하겠지 생각을 했습니다.

위로부터 몰스킨 롤러 펜, 스태들러 옐로우 펜슬 134-HB, 로터링 아트 펜
(EF이지만 닳아서 F와 비슷), 대한항공 로고가 있는 이름없는 펜.  

필기감 아주 안 좋습니다. 본디 유성 펜은 시간이 지나면서 본연의 감각을 선사하지만, 이것은 그렇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내가 느끼고 있는 빡빡하고 이상한 종이와의 마찰은 참아내기가 힘듭니다. 아무리 몇 달을 쓰지 않았던 볼펜이라도 뱅글뱅글 동그라미 몇 번 그리다 보면 잉크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태생부터 종이와의 무슨 불화가 있는지, 한참 동안 종이를 긁어 구멍이 생길 때 즈음 쓰여지기 시작할 때도 있습니다.

파지가 매우 나쁩니다. 한 쪽으로 눌린 듯 한 직사각형 모양인 이 펜은, 엄지 손가락의 손톱이 검지 손가락의 살을 파고 드는 모양새를 유도합니다. 힘을 주어야 제대로 써지는 펜, 힘을 주면 검지 손가락이 아파오는 펜. 통증을 참아내며 글자를 '긁어야' 하는 이유를 쉽게 찾기 힘듭니다.

몰스킨 노트 하드커버에 끼워 넣을 수 있게 디자인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인데, 내가 가진 어떤 하드커버 노트에도 쉽게 들어가지 않았으며, 소프트 커버도 내지를 조금 희생시키면 끼워넣을 수 있는데, 그렇게 보관하고 다니다 보면 잃어버릴 것이 분명해 보여 쓸모없는 디자인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리필용 '저것'은 무려 5,500원입니다.
그리고, 제트스트림(Jetstream)은 여전히 최고입니다. 빅(Bic)도 있습니다.


그리고, 노트 시리즈로 여전히 나의 마음을 사로잡고는 몰스킨이지만, 그 애정에 문제가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