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March 23, 2016

어쩌다 그 집 - 카쯔야 かつや

일본의 NO.1 돈카츠의 한국분점들 중 하나이다. 한국법인 대표자도 일본인이다. 식당에 일하는 사람도 일본인이다; 나의 주문을 받고 음식을 가져다 준 직원도, 계산할 때 내 카드를 받은 직원도 일본인이었다. 주방에도 일본인이 있을 것만 같았다.

맛으로? 점포수로? 무엇 때문에 일본 NO.1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내가 찾았던 점포의 맛은 기대에 정확히 부합하는 프렌차이즈의 맛이었다. 혹은, 그저그런 일본식 돈카츠 집들 중에 비교 우위에 있는 건 확실해 보였다. 근데, 돈까스가 맞는 건가? 돈카츠가 맞는 건가?


이 집은 일단 매우 청결하다. 개점한지 오래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런 집에서 흔하게 맡을 수 있는 말로 설명하기 매우 힘든 걸레 냄새가 식탁에서 나지 않았다. 식탁을 닦던 행주를 바닥을 닦는 걸레로도 쓰는 프렌차이즈 점포(난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가 있는 판국에 이 정도의 청결은 감사할 따름이다. 종업원들은 매우 친절하다. 한국어가 서툴지만, 영어만 잘 하는 한국인보다 한국어를 더 정확히 구사하려고 애 쓰는 것은 확실했다. 주문하면서 기대했던 음식은 정확하게 내 식탁 위로 올려졌다. 그리고 이 점포에는 1인석이 있었는데, 매우 마음에 들었다.

같은 건물의 스타벅스에서 업무를 보다가 여기서 식사를 한다면 원격 근무자에게 좋은 조합이 되겠다. 내가 방문한 점포는 분당선 미금역에 위치하고 있었다.

Monday, March 21, 2016

어쩌다 그 집 - 비수구미

요즈음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나물을 주음식으로 차려놓는 집이다. 간판에는 ‘100% 국내산 산나물 정식 비수구미’라고 적혀 있다. 여기를 찾은 건 약간의 우연이었는데, 내 나이 즈음 된 사내가 한 번 꿈을 꿔 본다는 ‘내 집 짓기’를 나도 헛되이 꾸다가 허기져 만난 곳이다. 이 집이 위치한 고기리는 이런 저런 이유로 단독주택들이 전원주택이라는 이름으로 여기저기 있다. 아무튼, 처음 방문했을 때에는 세상에 이 보다 맛있는 밥은 없었다. 물론, 엄청난 허기가 한 몫 했다는 것을 다음 방문 때 알게 되었다.

강원도 비수구미(이 이름은 지명이다) 즈음 어디에 본점이 있다고 들었고, 용인시 고기리(행정구역은 고기동이지만, 입에 붙은 건 고기리이기에 - 동네 사람들도 고기동이라고 흔히 말하지 않는다)에 있는 집은 분점이라고 한다. 가끔 종원원들 중 한 두 명 결원이 생기는지 어떤 날은 일하는 사람이 적어서 사장으로 보이는 분도 음식 나르는 일에 뛰어드는데 영 익숙치가 않아서 허둥대는 모양을 양해해 주어야 한다. 그 분 마음 쓰시는 것 보면 좋은 사람일 확률이 높다. 이 집의 특징은 식당 가운데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가 여러 개 모여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손을 닦는 용도의 수건도 아주 많이 마련되어 있다, 한 번 사용하고 옆에 모으는 통에 넣으면 된다. 이런 대중 음식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스템은 아니다. 하루 중 내가 가장 많은 하는 단일 행동이 손을 씻는 일인데 정말 세면대만 보아도 난 이 집을 세상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산나물들은 고유의 향이 사라지지 않도록 잘 마련되어 식탁 위에 올라온다. 그리고 각 산나물 마다 전분으로 만든 이쑤시개에 종이 인쇄된 작은 이름표를 깃발처럼 달아서 지금 젓가락이 가려는 그곳의 산나물 이름을 정확히 알려주는 특이함도 있다. 된장과 청국장 중간 어디 즈음에 위치한 맛을 가진 ‘청국장’도 함께 나오고 청어로 기억되는 구운 생선도 하나 따라 나온다. 구운 생선은 대체로 만족스럽지만, 이 생선 탓에 식탁에서 생선 비린내가 조금 나는 편이고, 공기 중에도 생선 구울 때 퍼져나가는 냄새가 틈틈이 박혀 있다. 기타 갖가지 반찬들이 함께 나오는데, 산나물 정식에 딱 들어맞는 조합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한국 어디에 가도 그런 일은 잘 없기에 이 집의 구성은 훌륭하다 말할 수 있다. 콘 샐러드가 안 나오는 게 어디인가!

산나물 정식의 가격은 (아마도) 1인분에 15,000원.
그리고 차림표에는 제육볶음부터 ‘산나물 정식’에 전혀 걸맞지 않은 어린이 돈까스까지 정말 다양한 차림이 준비되어 있음에 매우 놀랄 수도 있다. 난, 이 집을 여러 해 동안 여러 번 방문했지만, 언제나 산나물 정식이었다.

고기리를 관통하는 마을 버스를 (굳이) 타고 이 집을 찾아갈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자가 운전을 해서 갈 것이다. 주차장은 광활하여 걱정이 없는데 고기리 입구에서부터 이 집까지 오는 길이 참으로 험난하다. 평화롭던 고기리도 이젠 그렇지 않아서, 주말에는 아주 좁은 길에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자가운전자들이 서로 미친듯이 대가리를 들이미는 탓에 온 동네의 하나 밖에 없는 도로가 마비되는 일이 심심치 않게 있다. 이런 꼴사나운 광경을 보고 싶지 않거나, 이런 상황이 되면 대가리 들이밀기를 무의식적으로 하는 운전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차라리 이른 점심을 목표로 얼른 가서 신속히 먹고 평화로운 동네가 지옥으로 변하기 전에 탈출하는 것이 좋겠다. 참, 평일에 가면 한가한 주부들의 여러 무리 사이에서 청각 피로를 이겨내며 맛을 음미해야 한다는 (높은)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Thursday, March 17, 2016

어쩌다 그 집 - 야마다야 山田家

다시 한 번 밝히지만, 난 맛집기행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사람이다.
분당 구미동 사무소 뒷편에 있는 일본식 면요리를 하는 '야마다야', 한자로는 '山田家'라고 적었더라. 우리식으로 하면, '김가네' 정도의 느낌이랄까. 아무튼,

이 집은 매우 우연히 들렸고, 그 이후로 꽤 오랫동안 - 기억이 맞다면 7년여 된 듯 하다 - 부정기적으로 가고 있다. 보통 평일 저녁에 가는 일이 많은데, 주말에는 기분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 대기실에서 낯선사람들과 삼삼오오 모여 있어야 하는 불편이 있기에 피한다.

이 집은 정통일본식 사누키 우동을 지향하고 있다고 하지만, 정통일본식 사누키 우동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그저 입맛에 맞다는 생각에 방문하고 있다. 처음 방문했을 때에는 가격이 조금 비싸다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워낙 식음료의 가격이 높아지다 보니 심리적 부담감은 덜하다. ‘수타’가 주는 면의 탄력은 사실 그렇게 느끼기 힘들다. 처음의 ‘괜찮네’라는 반응은 7년여가 지나면서 ‘나쁘지 않네’로 바뀌었고 각 차림의 특징도 조금씩 모호해진 것 같다. 혹은 그 시간 동안 맛을 느끼는 나의 신경들이 무뎌졌다.

단품 7,000 ~ 8,000원, 정식 10,000원 이상으로 기억하고 있다.

거의 모든 차림을 먹어봤지만, 자주 찾는 건 니꾸우동이다. 특별히 좋은 음식이거나 다른 차림에 비해 뛰어난 맛이라기 보다는 매번 기대에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대부분 맛이 일정하지 않다. 특히 국물은 그 차이가 있는 편이다. 이런 일정하지 못 함은 우동 보다는 ‘정식’ 메뉴에 함께 나오는 회초밥에서 더 크게 느낄 수가 있다. 어쩌면 내가 주로 방문하는 시각이 마감을 앞두고 있을 때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우리네 한국 사람들은 차를 만들든 프로그램을 만들든 음식을 만들든 기분에 따라서 시각에 따라서 그때 그때 주관적 상황에 따라서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가 증명하고 상호 양해하는 사회를 만들지 않았던가.

Tuesday, March 15, 2016

어쩌다 그 집 - 영광정메밀국수

수요미식회에서 소개되었다 하여 찾아가게 되었다. 가보니 지방민방부터 해서 공중파까지 이미 여러번 소개된 곳이더라. 그런만큼 사람취급 받지 못 하고 돈내고 밥먹어야 하는 상황은 당연한 것이며, 이상한 손님 무리에 휩쓸리면 기다리는 동안 · 먹는 동안 · 그곳을 빠져나오는 순간까지 귀가 피곤하고 눈이 아플 수도 있다. 이런 불편을 감안할 만큼 음식이 환상적이었나? 생각해 보니, 그렇지는 않았다.

굳이 서너시간 운전까지 해서 그곳에 가볼 필요는 없다 생각했다. 가까운 동해안 어느 고장을 찾아 무심히 들렸다면 평가는 확연히 달라질 수 있겠다. 물론, 난 색소를 섞은 불량한 밀가루 면에 다대기를 집어 넣어 먹어도 엄지를 높이 들 수 있는 혀를 가지고 있고, 또 그런 음식에 매우 익숙해져 있기에 나의 평가는 공정하지 않을 것이다.


메밀국수는 7,000원으로 수도권에서 먹을 수 있는 그냥 그런 냉면에 비하면 가격대비 효율은 매우 높은 편이다. 수도권에서는 3,000원을 더 주고도 공장에서 생산한 고향의 맛만 잔뜩 느끼고 돌아서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집의 주요리는 메밀국수이지만, 사실 편육(20,000원)이 정말 맛있었다 기억되고, 메밀국수와 함께 나온 동치미가 꽤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