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September 27, 2016

어쩌다 그 곳 - 화견소로 花見小路 하나미코지

그러니까, 2010년 봄, 교토[京都]로 가게 되었다. 한 신문사의 일본특파원과 전자우편을 주고받을 정도로 세상을 향해 활력 있게 다가가던 때였다. 철학의 길[哲學の道]을 걷게 된 것도, 화견소로, 하나미코지[花見小路]에 가게 된 것도 순전히 활력 넘치는 호기심과 체력 덕분이었다.

화견소로는 두 번 걸어 보았다. 한 번은 2010년 봄이었고 한 번은 2015년 가을이었다. 그 시간의 차이 속에 현격하게 다른 것을 느꼈다면 그 거리의 중국인 관광객 비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점의 차이와 협소한 개인적인 체험이 일반화될 수는 없겠지만, 2010년 봄에는 중국어를 전혀 들을 수 없었다고 기억하고 있고, 2015년 가을에는 중국어 이외 다른 언어는 듣기가 어려웠다.


내가 기억하고 싶은 화견소로는 2010년 봄이다. 그 길에서 난 시간여행을 하는 듯 신비로운 체험을 했으며, 한적한 곳이 노을과 함께 활력을 얻어내는 신비도 목격했다. 종종걸음의 기모노 차림의 여성과 어느 사진관에서 나온 초로의 사진사가 공들이던 촬영도 지켜볼 수 있었다. 화견소로에서 옆으로 뻗은 작은 골목들 사이에서도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었고, 저기 멀리 나지막하게 들리는 중년여성의 대화도 정겨웠다 -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난 그 길에서 최대한 천천히 걸었고, 해가 지는 시간 속에서 오늘과 수십년 전 과거를 오갈 수 있었다.

내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화견소로는 2015년 가을의 그곳이다. 2010년 봄과 같은 시간대에 그곳에 갔다. 입구부터 일단 인산인해와 깃발을 따라다니는 단체 관광객 그리고 차와 사람이 얽혀 있는 길이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한적함은 찾을 수 없었던 그 길에는 정겨운 대화는 사라졌고, 중국어와 한국어가 뒤섞인 고성이 가득했다.

실내복인지 잠옷인지 외출복인지 모를 옷을 걸친 가족 단위 중국인들 그리고 히말라야를 등반할 준비를 마친 한국인 중년주부들의 계모임으로 완전히 점령당한 그 거리는, 상해(上海)의 남경로(南京路)인지 서울의 명동(明洞)인지 나는 구분할 수 없었다. 내가 기대했던 시간여행은 커녕 공간이동을 당해 버렸다.


나는 그 길을 좋아했다. 그 길에서 피어났을 수많은 이야기들을 상상했고, 그 상상은 좋았다. 오래전 선물 받아 잘 읽고 간직하고 있는 일본 근대를 배경으로 한 단편 소설들을 마음대로 기억에서 꺼내어 가져다 붙이며 즐거워했던 2010년 봄이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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