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uly 28, 2016

어쩌다 이 책, 나는 항상 옳다 - 길리언 플린

나는 항상 옳다[The Grownup]. 길리언 플린(Gillian Flynn), 우리에게 '영화'로 더 유명한 소설, 나를 찾아줘[Gone Girl]의 저자(著者)이다.

매우 짧은 소설이다. 한 쪽 당 단어 수는 웬만한 책의 1/3 쪽에 수록될 만큼 적다. 그리고 총 쪽수는 100이 되지도 않는다. 얼추 생각해 보면, 일반적인 책의 20장 정도 40쪽 미만에 수록될 내용이다. 퇴근 길에 잠깐 들린 서점에서 샀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기 전에 다 읽었다.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풀어낼 때 이야기가 제일 재미있었다. 수음(手淫)을 돕는 직업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책'을 디딤돌로 삼아 능숙한 거짓말을 구사하는 점쟁이로 넘어갔다. 점쟁이라는 장치에 필연적으로 따라와 버린 퇴마와 귀신들린 집은 지루함을 만들어 낼 뻔도 했지만, 다행히 익숙한 결말로 내닫지는 않았다. 몇 번의 작은 반전 같은 장치가 있은 후에 이 이야기는 다시 '책'을 짚고 일어서서 종국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매우 낯선 독백으로 책은 끝난다.


확실히 분량은 한 권으로 묶어 내기에는 부족했다. 하지만, 마지막 몇 페이지는 분량의 문제를 걷어 내려 했다. 순식간에 마침표를 맞이한 이야기는 독자가 상상을 완성하기도 전에 소설이 끝나는 낯선 경험을 해야 한다. 속도감은 정말 뛰어 났지만, 이게 최선인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Friday, July 22, 2016

오픈소스, OpenPOWER 그리고 GPU

변화와 혁신의 진원, 오픈소스 운동과 OpenPOWER 그리고 GPU로 여는 새로운 컴퓨팅의 세계

세상은 변하고 있습니다. 지난 세대도 지금의 세대도 앞으로의 세대도 변할 것임이 분명합니다. 이런 일반원칙이 가장 잘 적용되는 곳이 바로 IT 세계라고 생각합니다.
초기의 컴퓨팅 환경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한 번의 연산을 수행하기 위하여 책상 위에서 완성한 코드가 적힌 공책을 손에 쥐고 키 입력의 순서를 기다리는 프로그래머들의 모습은 구텐베르크 혁명 이전의 시대, 세상에 몇 없던 도서관에서 중요한 서책의 한 부분의 필사를 원하는 수도사들과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네트워크 장치와 통신 방법의 발전과 일반화로 변하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의 협업과 세속적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조금씩 보편화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거의 모든 컴퓨터가 항상 온라인 상태를 유지하고 심지어 지금 우리의 호주머니 속에 있는 휴대전화도 매우 훌륭한 정보단말기로서의 역할을 온종일 수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통신의 발전은 컴퓨팅이라는 일반연산 수행 방법과 결과 조회의 상황에 많은 변화를 주었습니다. 서버 없는 서버 설계가 가능하게 되었고, 소유하지 않으면서 정보를 생성하고 조회하고 가공하여 가까운 미래를 누구보다 먼저 예측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만들어 낼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발전은 매우 급진적이고 눈부셔서 당장 다음 세대를 예견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 되었고, 어쩌면 다음 주의 IT 헤드라인이 무엇이 된다 하여도 아무도 놀라지 않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혁신에 혁신을 더 하고 그 혁신이 창조적인 방법을 만들어 내고 창조적 방법들이 미래를 오늘날로 당겨오는 과정을 빠르고도 빠르게 진행시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혁신의 주체는 과연 누구일까요?
아무도 아닐 수 있을 만큼 모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종례의 시간에는 비즈니스 리더쉽에 의존한 몇몇 독점적 특허와 판매 모델로 무장한 소수의 사람들이 부를 장악하고 그 장악력을 바탕으로 자신이 제어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소개함으로써 기술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습니다. 몇몇 건전한 기업은 이를 통하여 전인류의 복리에 기여했겠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독점적 지위에 편승한 제한된 혁신을 매력적인 제품에 차등 주입함으로써 가까운 미래를 먼 미래로 돌려 보내는 일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혁신은 이와 같지 않게 되었습니다. 전세계에 산재(散在)되어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소리를 내던 해커들이 차근차근 이어온 오픈소스의 작은 혁명은 새로운 협업의 좋은 예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기업들은 보다 개방적 혁신을 세상에 제공하기 위하여 이러한 사상을 수용하였습니다. 그렇게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보다 실속 있고 현실 세계의 변화를 주도하는 주효한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세상 지금의 IT의 혁신은 바로 이 오픈소스 운동에 기반한다고 하여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오픈소스 운동은 70년대를 거치면서 자가개발 운영체제에 탄생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최초의 설치가능한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는 모두 오픈소스였다고 해도 괜찮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오픈소스 운동은 소프트웨어의 발전 동력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픈소스 운동은 운영체제 커널을 비롯한 각종 소프트웨어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드웨어 그것도 가장 핵심적인 중앙처리장치(CPU)에서도 이미 진행 중입니다.


IBM은 수년 전 자사의 가장 핵심적인 기술 중의 하나인 Power 프로세서를 오픈소스로 기술을 공개했습니다. 바로 OpenPOWER가 그 이름이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재단도 설립하였습니다. 원천기술을 제공한 IBM을 비롯한 NVIDIA, Google, Mallanox, Tyan그리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삼성전자가 함께 시작한 이 OpenPOWER는 현재, 전세계 주요 IT 회사들 뿐만 아니라 연구소 등 단체와 개인들이 참여하여 함께 꾸려가는 또 하나의 거대한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CPU 설계 기술을 공개했을 것만 같은 이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리눅스가 기반하는 컴퓨팅의 자유를 더 넓은 세상으로 확대하게 되었고, 주요 배포판 제작사들이 모두 참여하는 든든한 바탕이 완성되었으며, 이러한 결과로 IT 인프라를 설계하고 주요 워크로드의 적절한 배치를 고민하는 기획자들에게 유효한 선택자가 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아주 좋은 사례로 Google이 자사의 IT 인프라에 OpenPOWER를 선택했다는 것에서 찾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더 빛나는 결과는 이제 곧 펼쳐질 예정입니다.

GPU, Graphic Processing Unit은 과거 단순한 연산의 결과를 화면에 출력하는 프레임버퍼 역할에서 독자적인 연산 즉, CPU와 버금가거나 어쩌면 그에 우월하는 일반연산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1999년 이 장(章)의 첫 쪽을 멋있게 연 Nvidia는 GeForce라는 이름을 게임을 즐기는 한정 사용자 뿐만 아니라 IT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사람들에게까지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누구보다도 앞서서 혁신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1999년 이후 거듭 세상을 놀라게 했던 GPU는  그래픽 출력의 영역을 일찍이 넘어 CPU와 더불어 연산의 차원을 확장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CPU의 발전의 제한을 GPU를 통하여 뛰어넘는 결과가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Nvidia는  NVLink라는 놀라운 버스 기술을 선보였고, Pascal 마이크로아키텍처를 바탕으로 하는 Telsa P100 GPU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이 새로운 세대의 GPU, Pascal 마이크로아키텍처를 완성하는 NVLink는 OpenPOWER 재단을 중심으로 IBM과 Nvidia의 수 년간의 협업을 통하여 완성되었으며, 곧 출시될 코드네임, Minsky로 알려진 최신 Power Systems에 세계 최초로 탑재됩니다. 오픈소스 혁신은 이렇게 하드웨어의 영역에서도 빛나는 결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NVLink는 CPU와 GPU 간 데이터 교환을 PCIe 인터페이스를 거치지 않고 CPU와 GPU 그리고 GPU와 GPU가 직접 통신할 수 있게 설계된 새로운 버스입니다. NVLink의 최대 대역폭은 80 GB/s로, 16GB/s인 최신 PCIe 3.0 x16과 비교하여 5배 빠른 속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송 bit당 소모 전력은 PCIe 버스에 비해 낮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Power Systems는 NVLink로 완성되는 GPU의 혁신을 가장 먼저 세상에 선보입니다. 서버의 최고 성능을 담보하는 고차원 컴퓨팅의 가능성을 직접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 에너지부(Unite States Department of Energy; DoE)에서 NVLink를 기반으로 하는 'Summit'과 'Sierra'라고 알려진 두 종류의 수퍼컴퓨터를 IBM과 Nvidia를 통하여 공급받기로 계약을 했다는 보도는 제품이 아직 출시되지 않았음에도 이 기술에 대한 높은 가능성을 실증하는 사례로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OpenPOWER 재단의 IBM과 Nvidia가 여는 새로운 컴퓨팅의 세계에서 우리는, 고성능 연산(HPC)과 딥러닝(Deep Learning)으로 이상과 현실의 경계를 보다 모호하게 만들 것이며, 먼 미래로 약속했던 발전의 이정표를 가까운 시간대로 수정하는 멋진 일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어느 회사의 온라인 잡지에 수록되는 것을 전제로 청탁받아 기고한 글을 여기에도 게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