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pril 26, 2016

어쩌다 그 집 - P.F. Chang's

누가 뭐라고 해도 음식점은 밝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음식이라는 것은 청결이 기본이 되어야 하고, 그 기본을 고객이 확인할 수 있는 첫번째 방법은 바로 보는 것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무슨 스타일인지 음식을 먹어야 하는 곳의 조명이 술집의 그것과 비슷하면 난 유쾌하지 못 하다. 조명의 두번째 중요성은 요리사가 정성들여 차려놓은 음식을 대하면서 느끼게 되는 시각적 즐거움의 최소 조건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패스트푸드처럼 전자렌지로 조리가 완성되는 음식이라도 고객에게 보여주는 것을 신경쓰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적나라하게 보면 도저히 먹지 못할 음식이었던 걸까? 혹은… 그 곳은 술집이고 준비되는 음식은 안주인데 밥을 먹겠다고 무모한 도전을 내가 한 것인가? 일단 이 집은 나에게 정말 나쁜 인상으로 시작되었다.


P.F. Chang's. 미국식 중화요리집이다. 그들의 준비해 놓은 테이블 티슈에는 华馆(華館)이라고 인쇄하여 놓은 것을 봐서는 ‘중국집’이라고 부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

미국식 중화요리에서 기대되는 맛은 일단, ‘달다’라는 것과 ‘짜다’라는 것이다. 세상에 튀긴 음식 다음으로 맛이 없기 힘든 음식은 달고 짠 음식이다. 이 집도 단맛과 짠맛을 일반대중이 거부하지 않을 수준까지 끌어올려 재료의 신선함과 요리의 정성을 가늠하기 어렵게 하였다. 조명도 그렇고, 조미도 그렇고, 뭔가 자신없어 보였다.


내가 먹은 음식은 ‘몽골리안 비프(mongolian beef)’와 이 집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알려진 ‘창스 치킨 레터스 랩(chang’s chiken lettuce wraps)’이었다. 일단 전자는 달고 짜서 쉽게 먹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밥이 같이 나왔는데, 그 양은 너무 적었다. 그리고 밥을 주문할 때 실소를 했는데, 차림표에 이렇게 적혀있었기 때문이었다. ‘흰밥(white rice) 또는 현미밥(brown rice) 중 선택할 수 있습니다.’ 웃기고 기가차서 불편한 마음을 이렇게 주문함으로써 달랬다. ‘백반으로 주세요’. 모든 차림을 영문 표기하고, 한글로 발음을 옮겨 놓은 것도 어이가 없는데, 처음 등장한 한국어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이 저러하여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치킨, 포크, 비프, 쉬림프, 콤보’ 한 번 더 웃자. 조금 더 심각하게 웃고 싶으면, 다음 문장이 좋겠다. ‘Chicken / Beef / Pork / Shirmp 주문 시, Egg Drop Soup 또는 Hot & Sour Soup이 제공되며…’.



음식점 이야기하며 차림표를 너무 따졌다.

후자, ‘창스 치킨 레터스 랩’은 짠 맛이 양상추로 감쇄가 되어서 비교적 먹을만했다. 이 먹을 만한 음식은 배를 채우는 데에는 부족함이 있었고, 깊은 맛은 처음부터 없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무려 17,000원이었다. ‘몽골리안 비프’의 비극적인 맛이 15,000에 이루어진 것에 비하면 매우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까? 혹은 먹을만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차이는 2,000원에 이루어지는가?


우리 가까운 곳의 불고기 브라더스나 아웃백 하우스는 이곳과 비교가 된다. 딱 그렇게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은 이상한 우월감이 인테리어와 음식과 종업원과 심지어 가격표에서도 묻어 난다. 내가 이곳을 다시 찾는다면, 천장에 대패로 만든 듯 한 흥미로운 조명이 한 번 더 보고 싶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음식점 조명 치고는 먼지가 앉을 곳이 너무 많고 소재도 그랬지만, 침침한 조도 탓에 많은 고객들은 눈치 채지 못 할 것이다.

참, 청구서를 테이블로 가져다 주면서 고객 설문지가 같이 왔는데, 설문을 작성할 펜은 주지 않았다. 나도 안다, 그냥 형식적으로 그곳에 꽂혀 있는 것을 내가 괜히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