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August 21, 2015

김경문의 실수

한국의 거의 모든 기자들이 기자답지 못 하다는 사실을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익히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기자는 없는 일을 창작할 만큼 간악한 인간은 아니라는 믿음에 ‘기자의 농간’이라는 쉴드는 걷어내려고 한다.

김경문 감독은 실수를 했다. 말 실수. 대부분 말 실수라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여과없이 직설함으로써 생기는 일이다. 말 실수를 통해서 그 사람의 진짜 생각과 앞으로의 행동 그리고 그의 과거 행적을 예측하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김경문 감독은 대단한 말 실수를 했다. 그는 독설과 앞뒤 안 맞는 망언을 일상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닌 만큼 그의 언동에 세삼 큰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김경문 감독은 권위주의자이다. 사실 선수들이 팀에 심각한 위해를 끼쳐도 그의 말에 복종하고 고분고분하면 1군 주전 선수로 매일 기용될 수도 있다. 테임즈는 지난 3경기에서 좋지 않은 모습이었다고 탓했지만, 역사적인 무안타 기록을 이어나가며 실책의 산을 쌓고 급기야 실책이 두려웠는지 예전 같으면 잡았을 공도 물끄러미 바라보는 행동을 해도, 감독의 권위 아래 충실히 따르면 1군 주전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테임즈의 행동에 ‘어리광’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어리광이라는 것은 어른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어린 아이의 버릇없는 언행을 말하는 것이다. 김경문 감독 그는 어른이고, 선수들은 어린 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어린 아이인 선수들은 자신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써야 하는 것이다.

김경문 감독은 차별주의자이다. 그것이 인종에 관한 것인지, 국적에 관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차별주의자라는 사실은 그가 선택한 단어에서 알 수 있다. ‘용병’ 용병이라는 말은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임금으로 고용한 병사를 말한다. 우리 따져보자. 야구 판에서 뛰는 선수 감독 코치, 모두 돈으로 고용되고 계약기간이 있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고용형태를 ‘용병’이라고 말하며 폄훼하는 뉘앙스를 취하는 것은 바로 차별주의자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혹은 지능적으로 테임즈를 디스하는 것일 수도 있다. 허나, 한 가지만 알아 주었으면 좋겠다. 팬 입장에서 나쁘게 말하면 당신들 모두 용병이라는 것이다.

김경문 감독은 또한 차별주의자이다. ‘용병’에 대한 차별적 생각을 품고 살아왔기에 테임즈와 같은 혹은 그보다 더 심한 행동을 한 선수들도 떳떳하게 주전에서 버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들은 감독에 대항한다고 김경문 감독이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다.

다리가 아프다고 1루로 전력 질주를 하지 않아 출루할 수 있는 기회를 아웃 카운트로 바꾸는 것은 성실한 것인가? 그도 미리 아프다고 말하고 출전하지 말았어야 하지 않았는가? 1경기에 3차례 실책을 범하고도 뻔뻔하게 선발 출장을 이어가며 타율은 1할을 유지하는 것은 팀을 위해하는 행위는 아닌가? 참고 기다리면 좋아질 것이다 라는 믿음은 왜 특정 선수에게만 통용되는가? 베테랑이라는 선수가 3미터 앞 달려오는 투수에게 공을 토스하는 것도 힘들어하는데 가끔 홈런을 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경기력이 좋다/지난 경기 잘 뛰었다’ 라고 평가하는 것도 차별 아닌가? 자신의 포지션에 날아오는 공도 아닌데, 굳이 자신이 잡겠다고 뛰어다니며 공을 놓치고 부상의 위험을 만들고 결정적인 실책으로 팀을 나락으로 떨어뜨려도 팀을 이끌 선배라는 이유로 두둔하는 것은 차별이 아닌가? 부진한 시즌을 맞이한 한 투수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명령하지만, 어떤 투수는 더 심각하게 망가져 팀을 패배의 침묵 속에 몰아 넣어도 미래를 위해서 기다려 주어야 하는가? 그것은 팀보다 개인이 아니던가?

가장 실망스러운 대목은 그는 ‘개인 보다 팀’이라는 말로 ‘팀’에 힘을 주어 강조를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 ‘팀’에 김경문 감독은 1인으로 포함되지 않는 것 같다. 그는 스스로 팀을 이끌기 보다는 팀을 지배하는 듯 하다.

우리는 스포츠를 보면서 현실을 잊고 그들의 성취에 고군분투에 미친 플레이에 대리 만족을 한다. 그래서 그들에 열광하고 그들을 추앙하기도 하며 결국 팬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일상적으로 나와 내 친구들 그리고 내 가족들 주위에서 일어나는 비루한 일상이 그 속에 투영되면 그 순간부터 흥미를 잃고 실망하게 되며 더 큰 소리로 비난을 하게 된다. 작년 찰리 쉬렉이 욕설 사건이 그러했고 지금의 이 상황도 그렇다.

이 사태를 바라보면서 내년에 테임즈를 만날 수 있는 확률은 매우 낮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외국인 선수들도 매우 심각하게 이 일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프런트나 감독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또 다른 ‘용병’을 데려오면 되지. 맞다. 그러면 된다. 그리고 우리 팬은 돌아서서 NC 다이노스를 잊으면 된다. 우리 그냥 그렇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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