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November 27, 2013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찌할 수도 없는

한국근대 문학작품들을 지금의 사람들이 읽기 어렵다고 한글로 다 바꾸고 괄호 속에 한자와 정립되지 않았던 옛 한글과 일본어를 집어 넣은지 오래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는 이 사실을 안타까워 하여 바로 잡아줄 것으로 기대하였지만,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李箱 시선집을 찾을 수 없어서 잃어버렸다 결론을 짓고 이 책 저 책 살펴보는데, 모두 괄호 남발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었고, 심지어 어떤 출판사의 것은 각주를 쉴 사이없이 달아 '문학서'를 '참고서'로 만들었더라.

몇 해 전 손떨리는 값을 치루고 산 헌책, '김기림 전집'이 나에게 있고, 활자로 책을 만들던 시절 출간된 김수영 전집을 아직 잘 간직하고 있다 것에 큰 안도를 하였다. 그리고 한 때 내 것이었지만 지금은 없는 옛 책들이 매우 그리워 졌다.

Sunday, November 17, 2013

Late Autumn 晩秋

내가 낯선 도시의 시민이 되고 나서,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은 처음이었다. 내가 낯선 도시의 시민이 되어 함께 노래하고 나서, 이렇게 긴 가을도 처음이었다.


가을은 그간 여름이 밀려, 가을은 그간 겨울에 순서를 빼앗겨 - 이파리들은 낙엽이 되기 전에 얼어버렸고, 일몰과 일출의 느릿한 변화를 보여주지 못 하였다.


십수년 만에 가을은 모든 잎들이 색을 바꾸고 대지로 내려 앉을 시간을 기다려 주었다. 바람도 발 맞추어 가벼웁게 붉고 노랗게 산들거렸다. 가을을 가을이라 말할 수 있는 날들이었다.





고마웠던 이 계절은 '만추'라는 시간의 이름을 기억해내게 하고 떠난다, 안녕.

Friday, November 15, 2013

VW Golf TDI - Day 594: 배기팁과 타이어백

사치스러운 하나와 실용적인 하나를 샀습니다. 아우토플라츠 분당센터에서.

사치스러운 하나는 그저 장식입니다. 그리고 심지어, 1,000 Km 마다 점검해 달라는 메뉴얼의 지시까지 있는 거추장스러운 녀석이기도 합니다.

Volkswagen Golf, Tail Exhaust Silencer Trim

보통의 사람들은 '배기팁'이라고 하고, 센터의 사람들은 '머플러팁'이라고 하고, 박스를 보니 정식명칭은: tail exhaust silencer trim 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오로지 독어와 그림(잘 그렸습니다)으로만 작성된, 한 번 접어 네 바닥이 되는 초록빛 종이 한 장이 들어 있으며, 스테인레스 스틸 소재의 배기팁이 있었습니다. SW10 규격의 렌치가 필요하다고 적혀/그려져 있습니다 - 음, 어디 있어도 여러 개 있을터인데, 찾으면 달아야 겠습니다. (이 포스트가 완성되기 전에 참지 못 하고 이리저리 뒤적이며 찾아내었습니다)

그런데, 1,000 Km 마다 조여야 한다니... (25 Nm로: 친철도 하셔라)

Volkswagen, Tyre Bag

이 것은 나름 사치와는 거리가 있는 것입니다.

며칠 뒤면 여름용 타이어를 탈거하고 겨울용 타이어를 부착할 예정입니다. 작년에는 타이어점에 맡겼는데, 마음이 불편하지만 지적질하기엔 애매한 상처들이 휠들에게서 발견되어 - 그냥 발코니 구석 어디서 처박아 둘 생각으로 '이동 편리' 및 '쌓아놓았을 때 공장분위기 안 나게' 하기 위해 샀습니다.

Tyre bag이라고 명찰을 달고 있더군요. 각 4개가 서로다른 위치에 초록색 마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백에 집어넣을 타이어의 위치를 알려주는 마크입니다. 다 포장하면 손잡이로 쓸 수 있는 것도 있고, 풀어해치면 타이어를 굴려 위치한 다음 위로 감싸는 형식으로 포장할 수 있게 디자인 되어 있습니다. 저처럼 휠까지 함께 있는 타이어를 생각한다면 적절한 방식입니다.

아무래도 배기팁 설명서에 1,000 Km 마다 조임이 풀렸는지 살펴라는 문구는 마음에 걸립니다. 주유 2번할 시간도 안 되어서 골프의 엉덩이를 살펴야 한다는 말인데, 마음에 안 듭니다. 너트를 두개 더 달아서 보다 견고히 고정하는 방법도 있을터인데 - 역시 용접인가? 라는 등, 짧은 시간 생각을 하게 하는 숫자, 1,000 Km 였습니다.



원래는 아래 것으로 조이고 말면 그만이겠다 생각했지만, 차 속에 두고 틈틈히 - 뭐 타이어 공기주입구 막아두는 것 한 번씩 돌려 조여보듯 - 점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여기저기 찾아 보았지만, 딱 맞는 건 위 사진의 저것 뿐이었습니다.

이쁘고 적절한 꺽임과 표면 재질이 마치 장신구 같았던 랜치+스패너가 있었는데 아무리 찾아 봐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 랜치+스패너는 여직원이 가방에 걸고 싶다고 달라고 조른 적도 있을 정도의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역시 용접이 답인지 아직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공구는 어디를 갔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