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March 26, 2013

스카이폴 Skyfall

다니엘 크래이그가 캐스팅 되었다는 신문기사를 출근 길에 읽었던 (당시 신문을 사서 펼쳐 읽는 방법 외엔 지하철에서 새로운 소식을 제대로 접하기는 어려웠다) 때 007로 기억되는 본드 시리즈는 막을 내리는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카지노 로얄을 봤다,
퀀텀 오브 솔러스를 봤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스카이폴을 봤다.

본드 시리즈가 90년대 접어들면서 원작의 고갈이 빌미가 되어 일탈의 연속을 거듭하다가, 카지노 로얄을 통해 정상 궤도에 진입하는 듯 하였으나, 역시 다니엘 크래이그의 본드는 한계가 분명했고, 그 결과가 그저 그런 헐리우드식 액션 무비로 그친 스카이폴이다 - 라는 '팬'을 자처하는 자들의 비난이 무수히 있었지만, 스카이폴은 본드 시리즈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 되었다.

스카이폴을 보기 전까진 카지노 로얄이 최고였다.

Tuesday, March 19, 2013

無題

매일 새로이 정신을 잃는다. 어제 잃은 정신은 내 정신이 아니었는지 오늘 그 정신이 아닌 다른 정신을 잃는다. 잃는다는 행위는 한편 안도감을 안겨다 주기도 한다. 다 잃었으니 집착할 것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놈의 정신은 어제 다 잃은 것 같은데, 오늘 다시 잃고, 이유없이 내일도 잃을 것 같단 느낌이 있어 문제이다.

Monday, March 18, 2013

내일은 봄꽃이라도 필 듯 오늘 햇살이 간지럽다. 간질간질, 이 간지러운 햇살 속에서 나무들은 참지 못 하고 초록의 새순들을 내어 놓을 것이며, 화초들은 형형색색 준비된 꽃들을 망울망울 보여줄 것이다. 계절이 바뀌고 바람이 달리 불고 비와 눈과 안개와 꿈 속에 하늘하늘거리는 내일이 우리의 눈과 귀를 간지럽혀도 우리는 웃지 않을 것이다. 입고 있을 옷이 조금 달리질 뿐 항상 같은 걱정 같은 계산 같은 고민에 시간은 서서히 소진될 예정이니.

Tuesday, March 05, 2013

T-Rex: Get It On

지난 주말, 공중파에서 방영한 철의 여인. 영화를 보면서 계속 빌리 엘리엇이 보고 싶었다. 컷과 컷 사이에 Town Called Malice 혹은 London Calling이 흘러나오면 어떨까 생각까지 했다.

빌리 엘리엇 사운드트랙, 내가 손 꼽는 영화음악 음반. 트랙 중에 2번의 빌리와 아버지와의 대화에서 슬쩍 넘어가는 3번째 트랙의 Get It On이 멋지다 생각한다. 영화를 머리 속에서 되감아봐도 아버지와의 그 대화 장면 그리고 동네를 뛰어 다니며 자유롭게 춤을 추던 빌리의 모습이 제일 먼저 나타난다.

이 앨범은 사실 죽은 트랙도 없고 – 흔하지 않은 오리지날 사운드트랙, OST라고 하지만 진정한 OST는 찾기 힘들다, 대부분 영화 삽입음악 모음집 – 음반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들으면 빌리 엘리엇 영화 한 편이 머리 속에서 재 상영되는 멋진 구성이다.


한국에서 발매된, 내가 가진, 이 음반은 당시 넵스터로 대변되는 인터넷 MP3 대란 사건의 '일종의' 피해자라서 복제방지 기술이 들어가 있다. 덕분에 iTunes에서 축출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iPod에도 iPhone에도 있지 않다. 오로지 CDP에 올려놓아야 들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그런 장치에 대한 반감 때문인지 – 사실 기술적으로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 전반적으로 음질이 살짝 죽는 듯한 느낌이 있다.

아, 참. 그래서 저래서, 난 내일 아니 아니 오늘 아침이 되면 CDP에 이 음반을 올려 놓을 것이고, 당연하듯 두 번째 트랙을 지정할 것이다. T-Rex의 Get It On! 오늘의 시작 음악.


Sunday, March 03, 2013

Massive Attack - Teardrop

거기 있지 마세요,

15프래임으로 이어지는 이 컷은 30분이 지나도록 바뀌지 않는다, 지하에서 한강을 건너 다시 곡선을 쉼없이 달리는 전차, 몇몇 역은 지나친 듯하다. 그는 반 즈음 뜬 혹은 감은 눈으로 차창 밖에 시선을 두고 있다. 야위지도 않은 몸은 가느다란 손가락 따위는 없다고 말하는 것 같지만, 15도 우측으로 기운 턱선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혹은 좌측 30도도 괜찮겠다.

심박이 부정확하여 화를 낸다는 아주머니의 말은 충분히 무시 가능했지만, 어제 먹은 것이 없어서 그래요, 라며 올려다보는 그 여자 아이의 가는 목소리는 몸을 얼게 하기에 충분했다. 역시 사람의 마음은 진실보다는 감성적 동요와 미래의 어쩌면 일어날지도 모를 흥미로운 가능성에 따라 움직이는 법. 하지만, 부정맥과 다혈질의 연관관계를 그 아주머니가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진실의 목소리를 냈다는 말은 아니다.

거기 서 있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