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une 19, 2012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2012

프로메테우스는 애어리언에 대한 추억을 자극하기에도 모자랐으며 - 모두가 말하는, 혹은, 영화의 주된 홍보테마였던, 철학적 주제에 대한 심오한 탐구도 없었으며 - SF 공포물도 아니었으며 - 잘 만들어진 오락물도 아니었으며 - 우리가 한 번 즈음 생각해 볼 만한, 가치있는 주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며 - 짜임새가 견고한 영화도 아니었으며 - 캐릭터들의 살아 있는 연기를 관찰할 수도 없었으며 - 대만민국 일일 드라마도 아니면서, 너무 편의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 육체로 승부하는 여배우가 전면에 나서야 하는 그래서 다소 슬픈 방화(邦畫)도 아니면서, 통속적인 전개가 빠지지 않으며 -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 했거나 구체화되지 않았던 어떤 주제에 대한 독특한 해석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며 - 그렇다고 진부한 소재와 이야기를 참신하게 연출한 것도 아니었으며 - 영화 배면(背面)에 이어져 있을 어떤 가상의 진실을 생각해 볼 만큼 의미있는 이야기를 전해주지도 못 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남은 이야기에 대하여 궁금하지도 않았고, 스크린을 통해 체험한 이야기가 재미있지도 않았으며, 타인들과 이 영화에 대하여 이야기함이 흥미롭지도 못 했다.


영화를 보고 집에 와서 같은 감독이 연출한 애어리언 첫 편을 감상했다. 애어리언 첫 편은 프로메테우스보다 몇 곱절 더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을 재확인 하였다. 내가 유일하게 사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외국배우, 샤를리즈 테론이 가장 비중있는 역을 맡았다면 - 그러니까, 누가 봐도 단독 주연이라는 느낌이었다면, 나의 이 評은 사뭇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프로메테우스를 보기 전에 유튜브에서 아래의 영상을 흥미롭게 보았다. 아래의 영상만으로 난 너무 많은 것을 본편에서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리들리 스캇은 내가 한 손가락에 꼽는 최고의 SF 블래이드 러너를 만든 사람이고, 내가 두 번째 손가락에 꼽는 애어리언을 연출한 사람인데 기대를 안 할 수는 없지 않았겠는가. 그리고 장르가 같지 않았는가.


영화가 시작되기 직전, SK Telecom의 60초 광고가 묘하게도 영화가 끝난 후 집에 오는 동안 계속 생각났다. 본편이 광고보다 뇌리에 남지 않았다니, 영화를 만든 사람에게는 이 이야기가 터무니 없는 것이 될 것이고 (내가 영형력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광고를 제작한 회사에서는 만세를 부르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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