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rch 31, 2012

VW Golf TDI - Day 1

2012년 3월 30일 18:00. 차량인수 후 약 60Km 운행하였습니다. 비오는 날 이사하면 잘 산다고 하던데, 비오는 날 차를 인수하면 무사고가 된다는 소문을 만들어 볼렵니다.
60Km 주행 후 몇가지 장단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단점:

양문에 부착된 후시경을 접고 펴는 게 어색합니다. 그 동안 버튼 하나로 되다가 뻑뻑한 다이얼을 돌려야 합니다.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습니다. (썬루프의 다이얼은 의외로 단번에 손에 익었습니다)

power outlet이 단 하나입니다. 이 하나도 담배에 불을 붙히기 위해 디자인된 것입니다. 보험료를 할인해 준다는 상담원의 안내에 귀가 팔랑거려 산 주행기록장치를 연결하니 휴대전화 충전이 애매해졌습니다. (트렁크에 있는 12V output socket은 제외)

제품 매뉴얼이 좋지 않습니다. 한국어를 읽고 있음에도 불편하다는 느낌입니다. 혹은, 상사의 요구에 떠밀린 엔지니어가 끙끙거리며 적은 '괜히 복잡한' 보고서 같습니다. 뭔가 80년대 외국제품의 불친절한 매뉴얼을 대충 번역해 놓은 느낌도 겸하고 있습니다.
첫 패이지부터 마지막 패이지까지 정독하였지만 실망스러웠습니다. 일례로, '특정 모델은 제외'라는 단서를 붙히고서 그 '특정 모델'이 어떤 모델인지 주석이나 부연이 없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이해 못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읽는 자로서 불편한 마음을 매문단마다 느꼈습니다. 다른 국가에서 판매되는 골프는 어떠할지 궁금합니다.

담당영업이 긴 시간을 할애하여 차량의 세부적인 것까지 설명하고 '의문이 드시거나 잘 기억나지 않으시면 언제든지 저에게 전화주십시오'라고 한 말은 어쩌면 빈말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했습니다.
아무튼 폭스바겐 골프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문서였습니다.
한편 2006년 제작된 SM3 매뉴얼은 (골프의 그것에 비해)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모든 공산품의 마무리는 외관을 잘 다듬거나 마지막 스크류를 완벽히 조이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평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산품의 완벽한 마무리는 제품 매뉴얼에 있습니다. '취급 설명서', '사용자 안내서', '오너 매뉴얼' 뭐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면 구매한 고객을 위해 친절한 설명서를 제공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장점: 그외 모든 것 - 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작고 숨겨진 것들이 분단위로 감동을 줍니다. 무엇보다 탁트인 全방향시야는 예술입니다. 유리로 만든 차를 몰고 있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Thursday, March 29, 2012

문제 그리고 해결


사무실 책상에 상하 좌우로 그어지던 칼자국이 사라진 건, 회사원들이 공용품에 대한 양식있는 사용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바른 사용을 다짐해서가 아니다. 이제 칼과 종이로 보고서를 꾸밀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세상에 들어나는 많은 문제는 사실, 그 문제를 인식하고 바로잡아야 겠다는 공동체 의식으로 해결되기 보다는 병립되지 않는 다른 현상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묘하게도.

Saturday, March 17, 2012

비오는 휴일 멜랑꼴리가 필요할 때 - Eddie Higgins: My Funny Valentine

(외국어 표기법에 따르면, 멜랑콜리가 맞겠지만, 멜랑콜리보다는 멜랑꼴리가 더 가슴에 와 닿는다는 이유로)

새벽에 홀로 깨어있는데, 적절히 습기도 차오르고 비 내리는 소리가 적절히 우울을 불러온다면 남은 밤을 잊을 작정으로 깊은 향의 커피 한 잔과 이 앨범이 필요하다.

My Funny Valentine - Eddie Higgins Quartet Featuring Scott Hamilton

많은 Eddie의 연주 앨범에 함께한 Scott의 테너 색스폰은 이 앨범에서도 좋다. 이 앨범에 수록된 많은 스탠다드 곡들은 Scott의 호흡에 따라 마치 처음 녹음되어 들리는 듯 한 느낌을 준다 - 그래서 더 좋다. 얌전한 피아노와 그 피아노를 받혀주는 배이스와 드럼 그 위에 솜털처럼 앉아 나를 바라보는 듯 한 색스폰 소리 - 그 누구의 멜랑꼴리라도 아름답게 치장해 줄 것이다.

비오는 휴일 멜랑꼴리가 찾아왔다면, 커피 담배 그리고 이 앨범을 듣자.

Thursday, March 15, 2012

이승환: 물어본다

어린 학생일 때 비오는 일요일 아침 텅빈 버스 속에서 들었던 '기다린 날도 지워진 날도' 가수가 누군지 곡명이 무엇인지 몰라 멜로디와 어렴풋했던 가사를 잊지 않기 위해 계속 되뇌였던 노래 - 레코드방 주인 아저씨에게 흥얼거려서 겨우 찾아낸 BC603. 그 LP에 묻어버린 용돈 탓에 오랫동안 회수권만 쥐고 살았던 기억. 그렇게 알게 된 음악하는 사람, 이승환. 그리고 지금까지 그의 모든 정규 앨범을 모았다는 - 되돌아 보니깐 그러하더라는.

그 많은 그의 노래 중에 지금 마음 한 구석이 짠하게 울리는 느낌이 있는 노래, '물어본다'.


팬과 함께 같이 세상을 살아가는 느낌이라는 것, 1989년 '기다린 날도 지워진 날도' 그리고 2007년 '물어본다'로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즐거움이 아닐까. 팬과 함께 나이들어 간다는 느낌 - 으로 표현해도 좋겠다.
......
현실과 마주쳤을 때 도망치지 않으려 피해가지 않으려 내 안에 숨지 않게 나에게 속지 않게 그런 나이어 왔는지 나에게 물어 본다 부끄럽지 않도록 불행하지 않도록 않도록
......
부조리한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에 내 안에 숨지 않게 나에게 속지 않게  그런 나이어 왔는지 나에게 물어 본다 부끄럽지 않도록 불행하지 않도록 않도록 
오랫동안 그의 노래가 우리와 함께 하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