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November 04, 2011

세상의 절반은

어느 날 그는 가을이 주는 의미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을 멈추었다. 매년 매연에 찌든 가로수들이 순서를 지키지 않고 내어 놓는 낙옆이 더 이상 삶의 의미를 찾는 행로를 치장해 주지 아니함을 알게 되었다. 아침 나절 건조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할 이유 또한 없음을 알게 되었다. 가을은 그저 여름 다음의 계절이고, 겨울에 앞서는 계절임을 알게 되었다. 친구들이 술을 먹자고 자주 전화하는 것은 사실, 이 계절의 영향이기보다는 그들의 삶이 異性에 영향을 받고 있음에 대한 반증일 뿐임을 알게 되었다. 작년 화사한 석양에 비추어진 그녀가 필름에 맺힌 건 가을이 아니라 봄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어느 한 날, 하루에 너무 많은 것을 깨달은 그는 자정이 되기 전에 양치질을 하고 누웠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