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July 13, 2011

My New Gears! - iPad2 & Majestouch 2 NINJA Ten Keyless

지름신은 우울한 우기(雨期)를 타고 왔습니다. 든든한 지원군은 역시 신용카드입니다.

먼저, iPad2입니다.
iPad2

모두가 아시다 시피, Apple

Computer
에서 만들었습니다.Tablet PC는 Microsoft가 주창했고, Fujitsu를 필두로 다양한 제품이 나왔지만, 사람들은 Apple이 원조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사실 iPad類를 'PC'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표현해야 할 디바이스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PDA의 진화의 한 갈레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 Tablet 버전의 mobile device는 참으로 신선하고 '가지고 싶은'에서 '소유하면서도 자랑스러운' 기기임은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약간의 문제가 생겼습니다.

우선 먼저 밝히고 싶은 것은 전 한 때, Apple의 열렬한 지지자였습니다. 생애 최초의 컴퓨터였던 Apple ][+ 그리고 큰 시간 간격을 두고 맞이한 - LC475, 7200, PowerMac G3, iBook G4, PowerBook 12 等을 필두로 iPod을 무려 4개나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 제일은 LC475이어라)

Macintosh LC475
Macintosh LC475 - pizza box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던 '상대적으로' 저가격의 컬러 맥킨토시. 당시 256가지 컬러를 초과하는 색출력이 가능한 컴퓨터는 고가였다. pizza box 디자인으로 업계를 선도한 건 80년대 Sun SPARC Workstation이 먼저였다, Apple은 10년이 지난 후에 '정말' 비슷한 디자인으로 세상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실 업계에서 최고의 copy cat은 Apple.

Sun SPARCstation 5
Sun SPARCstation 5 - pizza box 디자인의 농익은 마지막 모델, 이후 출시된 Ultra 시리즈는 pizza box라고 하기엔 좀 두터워졌다.
Apple의 OS는 System 7, Mac OS 8, 9 그리고 Mac OS X(맥 오에스 엑스가 아니라, 맥 오에스 텐입니다. 10을 로마자로 적은 것이죠)까지 다양했습니다. 그 중에 가장 인상 깊은 것은 System 7이었습니다. 아이콘의 색을 수만가지 색으로('조절판'에 실제로 '수만가지색'이라고 되어 있었어요) 표현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당시 흥분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번 돈을 탈탈 털어서 사던 Apple Platform을 iPod 두 개만 남겨두고 제 곁에서 떠나보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당신은 지금 두 대의 자가용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포르쉐이고 나머지는 현대입니다.

당신은 어느 차를 더 자주 타고 다닐 것 같습니까?
출퇴근도 해야하고 주말에는 마트도 가야하고 가족을 태우고 원거리 운전도 해야 하며, 막 운전면허를 딴 아내를 위해 운전연습도 시켜야 합니다. 어느 차를 자주 탈 것 같습니까?

달리 질문하자면, 어느 차가 더 실용적일 것 같습니까?

자동차라는 것이 실용과 비실용의 경계에서 수컷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공산품을 뛰어 넘는 공산품이라지만 - 본질적인 '수송'과 '이동'의 문제를 놓고 생각하면 결국 실용적 가치를 염두해 둘 수 밖에 없는 일반적 공산품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하물며, 자동차가 이러한데, 컴퓨터는 더할 나위 없다 생각합니다.

어느 날 문득 비실용성에 많은 값을 치루어도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스스로 고통을 감내하며 Apple 사용자로 남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 하고 있을 무렵, PowerBook 12의 불량을 전적으로 사용자의 문제로 몰아가는 애플의 사후 서비스 자세와 이를 동호회 등에 알렸을 때, 중고 가격 떨어지니깐 그냥 조용히 쓰다가 팔아라는 - 중심 동호회원들의 지적에 큰 실망을 하고 이별을 시작했죠. 핵심은 비실용성과 높은 비용 그리고 지나친 브랜드 충성도에 이성을 잃은 주류 사용자에 대한 반감이었습니다.

Apple 제품은 모신다 - 라는 느낌이 있습니다. Dell, 삼성, HP 등등 이런 Apple이 아닌 회사의 제품은 부린다 - 라는 느낌이 있습니다. 전 부리고 살고 싶었습니다.

iPad2에서도 비슷한 기분을 느끼고 있습니다. 모든 iOS platform과 다름없이, 일단 답답합니다. Android platform의 그것과는 달리 뭘 하려면 안됩니다. 좋은 Bluetooth 장치를 가지고 있지만 파일전송은 되지 않습니다. 내부의 파일을 조회할 수도 없고 다운로드한 자료를 자유롭게 배치하거나 손쉽게 주고 받을 수도 없습니다.
iTunes App Store는 자신이 가입시 적어낸 국가의 울타리에 한정되며 같은 App의 평가는 오로지 같은 국가의 사람들의 것만 볼 수 있습니다. iPad2는 독립적인 장치로서 스스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없고, iTunes가 설치되어 있는 개인용 컴퓨터에 종속을 받아야 합니다. (어이쿠 이런).

iOS의 문제(SW)인지 iPad2의 문제(HW)인지 아니면, 제가 너무 민감한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터치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너무 광범위하게 눌러지는 느낌이랄까요? 벌써 이동기기로서는 노령에 들어선 HTC Desire와 비교하면 영점사격을 거치지 않은 예비군용 라이플을 쏘는 느낌입니다 - 가끔 신기(神氣)든 듯 꼭! 찍어주기도 합니다.

iPad2로 겪는 또 하나의 불편은 iOS의 '입력기' 즉, IME입니다. 한 마디로 개판입니다. Google IME를 쓰면서 그저 그런 - 이라고 생각했고, Android Market에서 Smart Keyboard PRO를 구매해서 사용하면서도 '나쁘진 않네' 정도의 평가를 했지만, iOS의 IME을 사용한 순간 - Google IME, Smart Keyboard PRO, 이것들은 현생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화면터치 방식 IME라고 침을 튀기며 칭찬을 하고 싶었습니다. 짧게 이야기해서 iOS IME, '평가가 안되'엡니다.

Apple은 유난히 IME에 대한 고려가 다른 것에 들이는 노력에 비해 적절하다 말하기 좀 그렇습니다. 과거 OS, System부터 이어져온 IME의 혼란과 불편은 Mac OS X에서 겨우 조금씩 고치기 시작했으니 말입니다. 한국어가 세계에서 변방의 언어라서 그럴까요? 한국어만 그런 고통을 겪었던 건 아니었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극복하기 힘들 거나 귀찮으면, 다른 누군가가 접근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공유하게 해 주는 게 나은 방식입니다만, Apple이 그럴 회사는 아닌 듯 합니다. 지구상 가장 폐쇄(閉鎖)적인 체제를 유지하는 곳이니깐요.

하지만, 동료 직원, '안과장님'의 짧은 한 마디는 왜 사람들이 Apple 제품에 열광할 수 밖에 없는지 말해주고 있습니다. "Apple 제품은 외관이 멋진 자동차와 같다."라는 저의 멘트에 "애플을 욕만할 수 없는 강점이라 할 수 있죠.!! 보편적인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라고 커멘트를 남겼습니다. 그렇습니다. 여자가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이쁘면 용서되는 세상입니다. (이에 'NO'라고 일단 말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과 친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실,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Android든 iOS든 혼란스럽고 복잡한 건 매한가지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왕이면 다홍치마가 되는 것이죠. 아무튼 이런 저의 투정에 주위 사람들은 그냥 싸게 넘겨라! 라는 반응이 꾀 있습니다. 후훗. 하지만, 이 건 제 것이라고 공장에서 미리 찍어 둔 것입니다.

iPad2

다른 iPod들과 함께 이런 문구가 떡하니 뒷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뭔가 있긴 한 거 같은데 잘 안 보인다고요? 제 이름과 이 사이트 주소입니다 :P

답답한 iPad2랑 2주 즈음 동거가 끝났을 때, 이 녀석의 기능은 두 가지로 자연스럽게 한정되고 있었습니다. eBook/PDF reader와 instant web surfing device.

Majestouch 2 Ninja Ten Keyless - Happy Hacking Keyboard

Happy Hacking Keyboard Professional 2(이름이 길 군요; 이하 HHKB)와의 시간은 어색함에서 시작하여 몽환적인 안락을 누리고 있습니다. Sun type 3도 상당 시간 사용했던 차라 안락으로 넘어가는 시간은 한 주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불현 듯 Function key 누르기가 귀찮다는 아주 사소한 이유 하나로 Majestouch 2 NINJA ten keyless non-click brown switch(이름 참 깁니다; 이하 NINJA)을 샀습니다. 아니 지른 거죠.

HHKB와 NINJA는 가격 차이(약, 두 배)만큼의 품격의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일단 손가락 끝에 닿는 질감의 차이도 많이 나는데, HHKB는 아기의 볼살에 손을 대는 느낌이면, NINJA는 잘 단련된 군인의 얼굴에 위장 크림 발라둔 느낌입니다.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서 - 그렇다고 해서 NINJA의 느낌이 멀리하고 싶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어떤 컴퓨터에 번들되는 어느 키보드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우위에 있습니다. 그 위장 크림 미제 장교용일 것입니다.

HHKB는 정전식이고 NINJA는 기계식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 각 고유의 출생배경으로 키감을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저의 입력습관은 HHKB이 더 안락하다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 인생에서 최고의 키보드라고 칭송하는 Sun type 3와 정말 유사한 키감입니다(키배열도 같고).
가격에 눈을 가리고 관찰하면 NINJA에서 살짝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NINJA는 키가 튀어오를 때 스프링 튀는 소리가 들립니다, 조금 많이. 기계식이라서 그럴까요? 한 때 서로 죽는 날까지 함께 하자고 손가락 걸고 약속했던 IBM의 전설적인 초기 키보드는 그렇지 않았더랬습니다. 그 키보드, 손가락 건지 하루도 되지 않았는데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되었죠, 네 선물받고 즉시 분실했습니다. 스프링 튀는 소리는 Caps Lock(control key를 여기로 mapping한 탓에 자주 누릅니다) 키에서 유별납니다 (팅~). 이거 적잖이 신경쓰입니다. 아무리 기계식이라지만, ...

NINJA의 단점이 하나 더 있는데, 키보드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USB 케이블이 짧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사무용 책상과 별 차이없는 책상 한 가운데 모니터랑 키보드를 배치하고 책상의 왼쪽 바깥 바닥에 컴퓨터가 있습니다. 물론 타워형이죠. 이런 배치에서 컴퓨터의 뒷면 USB 포트에 닿지 못하는 길이입니다. 물론 정돈된 책상을 유지하기 위해 연결선이 직진하여 컴퓨터로 향하지는 않습니다. 설명서의 사양표에서는 1.5 미터라고 적혀 있더군요 - HHKB는 1.8 미터입니다. HHKB의 길이가 적절하다고 봅니다. HHKB는 특징이 하나 있는데, 키보드에 USB 연결선이 붙어있지 않습니다. 아무 USB 케이블을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 생각 좋습니다. 연결형태는 표준 mini USB입니다.

사람의 인지 능력은 참으로 유연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Happly Hacking Keyboard with Majestouch 2 Ninja

HHKB 키배열, 즉, Sun type 3 키배열은 적잖히 요즈음 표준 PC 키보드와 그 배치가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틸데[~]는 역(逆)슬래쉬[\] 우측에 위치하고, 숫자 1 좌측에는 ESC가 있습니다. A 좌측에는 Control이며 스패이스 옆에는 Meta가 있습니다. 이 Meta 키를 Microsoft에서는 Windows 키라고 정의하고 새로운 것인냥 소개하였지만, 사실 오래 전부터 UNIX, 특히 Sun/Solaris에서는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물론, Apple Macintosh에서도 대응되는 것이 있었는데, Command 키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Windows · Meta · Command 키 모두 같은 전자적 신호를 컴퓨터로 보냅니다.

OpenSolaris Starter Kit

이런 key layout은 UNIX 터미널에서는 월등히 높은 효율을 자랑합니다. 여기에서 HHKB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방향키(Arrow Keys)와 F1부터 F12 키 뿐만 아니라 ASCII 문자입력을 위한 것 이외에는 필수키(Return, Delete, ESC, Control, Shift, Tab, Alt & Meta)를 제외하고 숨겼습니다. Function 키와의 조합으로만 나머지 키값을 입력할 수 있습니다.
UNIX 터미널에서는 사실 숨겨진 키들 쓸 일이 별로 없습니다만, 우리네 컴퓨팅 환경이, 현대의 컴퓨팅 환경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사람의 인지 능력은 참으로 유연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묘한 구석도 있습니다.

다른 컴퓨터를 사용할 때에는 (표준 PC 키보드 배열) 그에 즉각 맞추어 손가락이 돌아가고, 집에 있는 desktop에서는 HHKB, 업무용 laptop에서는 또한 그것에 맞게 손가락이 잘 돌아갑니다. 놀랍습니다. 그런데, 같은 desktop에서 키보드를 다른 걸 쓰려면 참 잘 안됩니다. 아버지처럼 키보드를 들여다 보면서 순간 키를 찾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쳐다보고 키를 찾는 행동에서 NINJA는 적절한 대응을 합니다. 그 특유의 미려한 외관을 무각 키보드와 같은 모습으로 유지하면서도 마치 닌자가 슬쩍 숨어 기웃거리듯 각 키의 세로면에 키 이름이 새겨져 있느니 말이죠. 작은 차이가 컴퓨팅을 즐겁게 만듭니다. 상(賞)줘야 합니다.

저는 불현듯 찾아온 지름의 결과로 책상 위에 나란히 앉아 있는 두 키보드를 보면서 행복하면서도 슬쩍 고민도 됩니다. 키보드가 두 개라... 그것도 그냥 그런 키보드가 아니라, '좋은' 키보드 두 개. 전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겨울에 코트가 딱 하나면 곤란합니다. 정장을 입을 때와 캐쥬얼을 입을 때 같은 코트를 걸치기에는 뭔가 좀 이상합니다. 정장에 맞는 구두를 반바지 · 민소매 차림에 적용하는 일과 비슷합니다. 또한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은 밝은 색의 셔츠를 입고 싶을 수 있고, 내일은 무채색의 넥타이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의 대응과 기분의 대응에 유효한 선택의 폭을 넓혔다 - 라고 말입니다. 결과를 책임지는 바른 생각입니다.

물론, 저에게 겨울 코트는 하나이고 정장에만 어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