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May 20, 2011

부산에서 이튿날

결국 일이라는 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고 끝납니다. 경산에서 하루 그리고 부산입니다. 부산에서의 일이 좀처럼 잘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어떤 고객이라면 멱살잡이 직전으로 갔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고객께서는 참 잘 이해해 주십니다. 뭐든 다 해주고 싶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이렇게 움직이나 봅니다. 내일 다시 그 고객을 위해 일정을 늘려 만나러 갑니다.

부산입니다. 제가 자란 곳입니다. 서울 친구 · 동료들이 저의 성장 장소를 알고 사투리 구사를 요구해도 잘 안됩니다. 참 이상합니다. 그런데, 이 곳에 오면 너무도 자연스럽게 내이티브 수준의 사투리를 구사합니다. 정말 이상합니다.

부산은 올 때마다 새로움이 있습니다. 도시가 조금씩 변화하고 그 방향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도로가 잘 정비되고 있으며, 요란스럽던 간판들도 정중해지고 개성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악명 높던 도로의 정체와 사람이 다니는 길인지 손수레가 다녀야 하는 건지 차도인지 구분이 안되던 곳이 경쾌해졌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좋아지려는 의도가 보입니다.

물론, 마천루(摩天樓)식 아파트들이 새마을 시대의 주택들을 밀어내고 경쟁하듯 어깨싸움을 하는 경향은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벌써 도심이 아닌 곳 신시가지가 아닌 곳은 사람들이 줄어들고 빈집이 생기고 있습니다. 저 마천루들도 입지를 보아 머지 아니한 미래에 같은 운명을 맞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민선 1기 시장선거 때 '500만 부산시민 여러분!' 이라고 유세들을 하시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340만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시민이 떠나면 도시는 노쇠(老衰)하게 될 것입니다. 떠나는 시민들은 대체로 생산력을 가진 젊은층입니다.

부산에 대하여 가진 기억 중에 지금도 유효한 것 하나는, 낯선 사람을 빤히 쳐다보는 것입니다. 저도 해 보았습니다. 당하면 당혹스러운데, 반대 입장이 되니 살짝 재미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버스 안에서 한 처자와 눈싸움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 처저 얼굴이 굳었습니다. 그 순간 이후 더 이상 이 놀이는 안하고 있습니다. :P

멀리 보는 바다도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몸으로 느끼는 바다가 더 좋습니다. 내일 일이 제대로 끝나면, 어느 바다가이든 맨발로 해변을 걸으며 수평선을 바라봤으면 좋겠습니다. 10분이면 충분할 듯 합니다. 유년시절 바다의 짠냄새가 그렇게 싫었습니다. 우스운 일이지만, 촌스럽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런 기억이 어렴풋하게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바다의 냄새가 심박수를 낮추고 온몸의 근육을 풀어주는 느낌입니다. 어머니의 된장찌게 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참, 각 바다마다 다른 냄새-내음-향기-아무튼 그런 게 있다는 거 아시나요? 어머니 된장찌게 같은 내음은 해운대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태종대는 어머니 김치찌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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