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ugust 29, 2006

새벽을 가르는 시간에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강한 화학약품 냄새가 심한 일교차 덕에 만들어진 안개들 사이를 촘촘히 메우고 있다. 대기업의 공장이 위치한 이 시골 동네는 가끔 정체를 알 수 없는 심야의 악취로 몸살을 앓는다. 하지만, 아무도 신고하지 않을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고 있다.

사실 이런 80년대 풍의 장면보다, 새벽 안개들 사이를 틈 없이 메우려는 기세로 돌진하는 화학약품 냄새보다, 잠을 이루지 못하게 뇌리 속을 뛰어다니는 - 너무도 가볍워서 도저히 손으로 잡아 놓을 수 없는 - 생각1)들이 나는 더 걱정스럽다.

공장의 악취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그 결과가 아무리 나쁘다고 해도 예상의 벗어나지 않는다. 공장주는 벌금 몇 푼에 시정명령을 받을 것이고, 주민들은 역학조사가 끝나도 여전히 앓아야 하는, 사소하고 무시 가능한 질병을 얻을 것이다. 혹은, 아무리 심각하다 하여도 조기 발견 가능한 癌 - 물론 이런 증상은 공식적으로 대기 중의 악취를 유발한 화학물질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을 것이다. 만약 연관이 있다 하여도 그것이 증명되기 전에 환자는 나이 때문이든, 병 때문이든 먼저 죽을 것이다 - 정도가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무시할 수도 없고 희석시킬 수도 없는 '가벼운' 생각들이 이토록 산만하게 나의 뇌신경을 쉼없이 자극하면 어떻게 될까? 예상할 수 없는 결과는 불안하다.

1) 이런 '가벼운' 생각은 '월급' 이라는 마약이 만들어내는 부작용들 중 1차적인 것이다.

Monday, August 28, 2006

어느 날부터인가 어려움은 예상의 범위를 벗어나고, 천지의 색을 모두 모아 놓은 듯 다채롭게 변하여 시간과 영혼과 믿음과 희망을 좀 먹어버리고 있다. 다채롭다 못해 생전 처음 목격하는 일들을 온 몸으로 막아내다 보면 홀로 남겨지고 모두 육지로 피신해 버린다. 어려움의 섬에 고립된 나는, 조금 전까지 '협업의 중요성'을 부곽시키는 연설을 한 동료를 바라 보지만, 그 '협업'은 '중요성'에 따라서 변화될 수 있다는 새로운 논지를 사람들 앞에서 펼 준비에 분주했다.

Thursday, August 24, 2006

시골 사는 陳氏의 하루

동생이 임신했다는 소식을 전화로 알려왔다. 내년 여름이 되기 전에 가족이 늘어나게 되었다. 생각할수록 미소가 지어지고 묘한 기분에 휩싸인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룰만큼 미루어버린 온라인 강좌를 수강하고 시험도 봤다. chapter 마다 사전이 요구되는 단어가 연이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답률 100%라는 시험결과에 혼자 즐거워 방안을 뱅글 돌았다. 한 과목만이 아니었다.

동거짐승들이 모두 사라진 집은 정막이 맴돌다 못해 처량하기까지 하다. 아침마다 동거짐승을 무의식적으로 찾는 행위는 이제 사라졌지만, 쓸쓸함에 대한 느낌은 그대로이다.

내가 준비하는 식사가 맛이 없다고 느껴진지 오래이지만, 배고픔이 더 우선이어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이건 지난 봄까지의 버전이다. 오늘 밥솥에서 밥을 퍼내면서 한 숨을 길게 늘어 놓았다. 도시에 살면 문을 박차고 나가 적당한 것으로 배를 채울 수 있으련만.

처서가 지났음에도 등에 땀을 맺히게 하는 새벽은 벌 받아야 한다. 염치도 없지.

내가 사는 이 동네를 '시골'이라고 말하니, 이곳 태생 사람들이 발끈이다. 하지만, 난 계속 '시골'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음의 이유는 나의 의지를 굳건히 하여준다.
  • 같은 거리를 같은 시간으로 달려도 택시요금은 언제나 예상과 빗나간다. 요금을 보여주는 미터기는 택시마다 그 기준이 정말 다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너무 비싸다.

  • 택시를 제외하면, 대충교통 수단으로는 30분 혹은 20분에 올지 말지 예상이 잘 안되는 버스가 있다. 그 버스들은 이마에 붙히고 다니는 노선번호와 실재 노선과는 언제나 차이가 있다. 그렇다. 운전하는 기사 마음인 것이다.

  • 광역시에서 '區'를 넘어간다고 초과요금을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같은 기초자치단체인데 행정구역을 넘는다고 초과요금을 징수한다. 경계를 사이에 두고 그 거리는 채 2km가 되지 않았다.

  • 말로할 것을 주먹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혹은 주먹으로 해결하면 좋을 것을 말로 결정지으려 해가 지고 달이 떠도 계속이다.

  • 집에 머무는 중 내 귀에 많이 들리는 소리는 벌레나 동물들의 소리이다.

  • 도로에 인도와 차도의 구분은 없다. 용기 있는 자만이 보행자가 된다.

  • 도시가스라고 공급받는데, LPG이다. APT 지하에 LPG 저장탱크가 있다고 한다. 납양특집(納凉特集)이 따로 없다.

가끔 사소한 불행은 건조한 삶에 재미를 선사한다.

bottle eats cork

와인에 대한 탐구는 시간적 경제적 심리적 - 그러니깐, 귀찮아서 - 수 년 전에 그만두고, 대형 마트에서 저렴하게 공급되는 것에 쉽게 입을 맡기기로 해왔다. 저렴한 와인이란, 저렴할 뿐이어서 가끔 이토록 어의없는 일이 발생한다. 따개의 공격에 허물어짐으로 대응한 코르크는 결국 병 속으로 투항해 버렸다.

Tuesday, August 22, 2006

memories of time

이루어 놓은 것도 없으면서
가진 것도 없으면서
무너뜨리기 싫어서
잃어버리기 싫어서
선택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연민이
가을보다 먼저 여름을 잊게 한다.

Monday, August 21, 2006

geeky t-shirts

man woman

it must be user error

:)

after work

길 잃은 랠리, 추락한 여객기의 마지막 생존자.
폭염과 잘 못 딛이면 끝일 사구.
수통은 비워졌고 모래바람은 시야를 가린다.
하지만, 매일 잠들기 직전 그곳을 헤쳐나온다.

긴 사막의 조난.
일이 끝나면 길 없는 길에서 스스로 구조되고,
한 번 웃어버린 다음 온 몸의 모래를 털어낸다.

내일 다시 그곳에 떨어지더라도

Monday, August 14, 2006

힘든 시간들의 끝나지 아니하는 긴 터널

그리고 문제는, 잘 못이 있는 자는 잘 못이 없다고 생각하고,
잘 못이 없는 자는 스스로가 죄인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변명 · 외곡 · 은폐

거짓이 시작된 곳에는 반성이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발전도 없다.
누군가가 대신 죽어주면, 혀를 몇번 차고 홀가분하게 벗어나겠지.

그 '누군가'가 내가 되길 기대하고 있나? 큰 오산이다.
죄 지은자 그대가 죽어야 한다.

Monday, August 07, 2006

동거 짐승 '몽'의 근황

동거 짐승, '夢'은 토실한 소세지 모양으로 미용을 끝냈다.

병원도 겸업하고 있던 그곳에 한 동거 짐승의 주인으로 보이는 나이든 여인네가 목소리를 높여 수의사와 다투고 있었고, 정신없이 짖어대는 것에 흥이났던 몸집 큰 동거용 짐승이 매맞을 준비를 했다.

털이 다 없어져버린 나의 동거 짐승 '夢'은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침묵을 유지하였고, 눈빛이 어눌해졌다. 더이상 혀를 빼내고 헐떡되지 않으니 괜찮은데, 바리깡과 가위가 오가는 가운데 심하게 구속당하지는 않았을까? 눈 앞에 오가는 먹이감에도 전혀 요동치지 않고 겹치는 살이 반대하는 또아리를 어렵사리 틀고 구석에 밖힌다. 여전히 안스럽다.

사진 첨부: Aug 09, 2006.
동거짐승 몽

자신의 새끼로 착각하던 고양이, '미루'가 이주한 이후 최악의 우울을 들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