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rch 06, 2006

그저 씁쓸히 귀찮을 뿐

車를 내 이름 앞으로 내 돈으로 산다는 명제를 성실히 수행하다 - 이 과정에서 하등 관계가 없는 한 사람의 말 실수로 고난을 겪다 오늘 아침 해결됨. 그저 씁쓸하기 짝도 없어 외롭기까지 한 이 과정이 귀찮게 느껴질 뿐.

새로운 주거 환경을 아무리 좋게 여겨보려고 애를 쓰나 - 이 과정에서 나와 앞으로의 인생에서 한 번도 엮일 것 같지 아니한 10대 청소년들로 인하여 좋게 여기지 못하고 있음. 공업도시 거주 청소년들은 왜 너무도 가벼웁게 불량해지는가? - 라는 나의 반응에 대하여 한 지인은, 항구를 끼고 있는 도시의 청소년이 깃털만큼 가볍게 불량을 몸에 익히니, 공업도시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난 공업도시에서 나서 항구도시에서 자랐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나의 성장 환경도 그리 좋지는 못했구나. - 아무튼, 새로운 주거지를 채택하는 과정의 정점인 집구하기가 이토록 사소하고 가벼운 이유로 씁쓸히 귀찮아지고 있다.

이사의 시작은 버림이다. 쓸모 없어지거나 기억을 정리할 요량으로 버리기 시작하면서 느끼는 것인데, 버릴 것이 없다는 것이다. 대체로 버려짐의 목록에 적극적으로 올라가다가 하루 즈음 지나면 슬그머니 남겨짐 목록으로 옮겨 타니, 이것도 남아 있는 情이오, 세월의 힘이라 여긴다. 오늘도 눈에 들어오는 사물들을 버릴 것과 남길 것으로 나누다 그저 이 또한 씁쓸히 귀찮아져 버렸다.

3 comments:

  1. 그리고
    이사 뒤에는
    적어도 한번은 귀찮은 몸살을 겪을 터이니,
    오는 놈 막을 대비는 못할 지언정
    마음의 준비 정도는 해주는
    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상기시켜 드립니다.

    남쪽 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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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 씁쓸한 귀찮음으로 인해 지난날 꾸어왔던 꿈까지 버려짐의 목록에 들어가지는 않기를...꼭 그렇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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