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June 29, 2005

이해하다

반 년만에 싱크대, 가스레인지 청소를 하다가 손에 강한 세제를 품고 있는 스폰지를 그냥 들고, 기억의 동앗줄을 타고 목적지도 없는 생각의 기행을 했다. 커피를 마시겠다는 생각에 주전자에 물을 넣고 불을 올리고 곁에 서서 손아 잡힌 오래된 책을 보다가 물을 반이나 氣化시켰다. 샤워를 하다 거울에 희미하게 비친 나의 얼굴에 연민을 느껴 한 참을 바라보았다. 방을 걸레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닦다가 구석에서 나온 사진을 한 참을 들여다 보며 청소할 때 놓은 기억의 동앗줄을 다시 잡았다. 걸레는 말라버려 다시 빨아야 했다.

세상에 많은 주부들을 이해할 수도 있겠다 싶다.
장마라더니, 비가 시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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